실패하니까, 사람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세계 정상 바둑 기사 이세돌에 연거푸 승리했다. 이에 각종 매체와 언론들은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으며 뜨거운 토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AI(인공지능) 기술의 발명 이후 꾸준히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나 비평가들은 인공지능은 가지지 못한 인간만의 지성과 감정 등을 근거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위안을 주던 그 단단한 주장들은 깨지고 있다. 인류 최고의 지적 게임이라 불리는 바둑 역시 알파고의 승리로 대결이 종료됐으며, 최근 쟁점이 됐던 온라인 만남 플랫폼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의 인공지능 채팅 봇(bot)은 수많은 남성 유료 회원들을 확보했다. 이처럼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여겨지던 지적직관, 인간관계 능력에서도 인공지능이 점차 활약하는 사례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책『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공리주의와 칸트의 철학을 소개하기 위해 딜레마적인 상황을 제시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달리는 기차를 멈춰야 하는데 한 사람을 철로로 밀어 기차를 멈출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물론 결정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인간은 각자의 관점과 철학에 따라 가치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이 상황에서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과학은 인공지능에 윤리적인 결정 능력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과학 기술 역시 자체적인 가치 판단, 윤리적인 결정의 능력을 인공지능에 부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치 판단처럼 이성적인 선택지 그 이상의 것을 견주어야 할 때 내리는 선택의 경우, 수치화해 데이터로 입력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들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인생관, 선택 당시의 상황적인 맥락, 선택 이후 그로 인한 예상되는 파급력 등 여러 차원의 고민이 수반되는 결정은 때로는 우발적이며 비합리적이다.

“Alpago resigned.” 3월 13일, 4국 매치에서 알파고는 기권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 도출해 낼 수 있는 승리의 경우의 수 이외의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차이는 여기에 있다. 인간은 기권하지 않고 패배하며, 포기하지 않고 선택한다. 암담하고 불안하여 도저히 어떤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어찌 되었든 인간은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인간은, 실패와 실수를 통해 자신의 지평을 늘린다. 그렇기에 현재 주어진 기술을 발달시키는 주체는 인공지능일 수 있지만,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주체는 오직 인간일 수밖에 없다.

스탠퍼드 대학의 오사마 카티브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 도움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에 의해 탄생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에 의해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간의 도움이 요구된다. 인간 역시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정밀한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례 없는 로봇 노동력, 인공지능과 함께 미래의 기술 발전의 속도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인간 생활의 관계를 설정하는 주체는 인간이 될 것이며, 그 상호 협력적인 관계 설정의 역할은 인간이 아닌 그 어떤 존재도 대신하여 수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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