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중심 사회로 가는 발판인가 또 하나의 스펙인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140개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능력중심사회’를 선정했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는 2014년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 아래 NCS)’을 개발했다. 2015년, 130여 개의 공공기관에서 NCS 기반 채용이 시작됐으며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에서 NCS로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민간기업의 NCS 채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바야흐로 NCS가 취업시장을 달구는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NCS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기사에서는 NCS를 전격 해부하고, 그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봤다. 그리고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NCS 채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알아봤다.
 

NCS, 누구냐 너?


NCS 채용 과정에서는 서류전형, 필기전형, 면접전형에서 ▲직업기초능력과 ▲직무수행능력에 중점을 두고 지원자를 평가한다. 직업기초능력은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직업윤리 등 10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으며, 직업인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통 능력을 평가한다. 직무수행능력에서는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직무수행능력 평가는 직업기초능력 평가보다 복잡하다. NCS 분류체계는 24개의 대분류, 80개의 중분류, 238개의 소분류, 887개의 세분류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세분류가 하나의 직무가 된다. 예를 들면, 경영·회계·사무(대분류)-기획사무(중분류)-마케팅(소분류)-고객관리(세분류)에서 고객관리가 하나의 직무가 되는 것이다. 특정 직무는 다시 여러 개의 ‘능력단위’로 구성된다. 위에서 사례로 든 고객관리(세분류)라는 직무 아래에는 ‘고객 데이터 관리’, ‘고객 분석’, ‘고객관리 실행’ 등의 능력단위가 있다. 이와 같이 NCS 채용 과정에서는 특정 직무 아래의 능력단위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해당 직무에 대한 지원자의 직무수행능력을 측정한다.

현재 NCS 관련 업무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NCS센터 측은 “NCS가 개인의 적성과 방향에 맞는 일을 선택할 기회를 확대하고, 산업현장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고용시장의 미스매칭을 해소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5년 NCS 채용 우수 공공기관으로 선정된 지질자원연구원의 경우를 살펴보면, NCS 채용 도입 전인 2014년에는 합격자 토익 평균 점수가 903점이었지만 2015년에는 717점으로 낮아졌다. 또한 합격자들의 대학 학점 평균 또한 이전보다 내려갔다. 이전에는 학점 백분율이 90점 이상이어야 합격할 수 있었지만, NCS 채용 도입 이후 80점대 졸업자도 무난히 합격했다. 그리고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의 경우에는 토익점수가 520점에 불과한 지원자가 합격하기도 했다. 이 지원자는 군 복무 당시 측지병으로 근무했고, 지적산업기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 등 측량 관련 직무경험이 풍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공기관들의 사례로 비춰봤을 때, NCS는 산업현장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NCS의 그림자


하지만 NCS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NCS 제도가 ▲취업준비생들의 부담 가중 ▲사교육 조장 ▲정부의 일방적인 NCS 기반 대학 교육과정 개설 ▲실제 산업현장과의 괴리 등의 문제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서울대 홍정명(서어서문·12)씨는 “NCS 기반 채용에서는 직무 관련 경험이 중시된다는데, 사회경험이 없는 평범한 대학생으로서는 기존의 제도보다 NCS가 더 부담스럽다”며 “NCS가 또 하나의 스펙으로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NCS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끼는 취업준비생들은 학원가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홍씨는 “NCS가 복잡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많기에,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명 사교육 업체 H사의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NCS 관련 강의를 개설했는데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NCS 학원 강의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원의 NCS 종합반 한 달 수강료는 40만 원에 달했다. 스펙 쌓기에 드는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NCS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대학의 NCS 연계 교육과정 도입을 추진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특히 전문대학에서 더욱 심하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부터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pecialized College of Korea, 아래 SCK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SCK사업에 선정되고,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NCS 연계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그런데 전문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NCS 연계 교육과정이 실제로 학생의 직무수행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전문대학인 제주 한라대에 재학 중인 ㄱ씨는 “학교에 개설된 NCS 관련 수업을 수강했지만, 직무수행능력을 키우는 데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NCS 연계 교육과정은 전문대학을 넘어 4년제 대학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2월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대학교육 정책포럼에서는 ‘4년제 대학의 NCS 활용 현황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한성대 교육대학원 장명희 교수는 ‘대학별 교육목표와 인재양성 방향과 연계한 학사 수준에 적합한 NCS를 발굴하여 교육과정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NCS가 실제 산업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대분류)-문화예술경영(중분류)-문화예술기획(세분류) 아래 능력 단위에는 기획, 작품선정, 실행, 사후관리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능력 단위는 한국전파진흥협회에 의해 자문을 받고 개발됐는데 한국전파진흥협회는 문화예술과는 큰 관련이 없는 단체다. 이러한 점에서 비춰봤을 때, NCS가 실제 산업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NCS의 파도에서 살아남기


NCS를 둘러싸고 그 타당성과 효율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우선 NCS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NCS 중심의 취업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중인 취업전문가 성신여대 이시한 겸임교수는 “NCS로 대변되는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은 사회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공기업 준비를 벗어나 우선 본인이 희망하는 산업군과 직무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1,2년간의 과도기 동안은 단기 속성 위주의 NCS 대비가 통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무경험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그 인사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채용이다. NCS는 우리나라 채용시장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지금, NCS가 몰고 오는 변화의 바람이 취업준비생들에게 부담감을 안겨주는 ‘역풍’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찾아줄 ‘순풍’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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