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일 한국식 나이 셈법, 이제는 바꿔야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새해가 되면 전 국민 모두 한 살씩 나이를 더하게 된다. 모든 국민이 한날 한시에 나이를 먹는 것을 바로 ‘세는 나이’ 혹은 ‘한국식 나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나이를 세는 방법은 지극히 보편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나이 셈법이다. 세는 나이는 본래 근대 이전에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나이를 세는 데 채택됐던 셈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나이 셈법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 둘 다 통용되는 상황 속에서 야기되는 혼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의 사용 분야가 별개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특성에 문제가 있다. 공적으로는 만 나이가 쓰이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언론의 경우, 인물의 나이 셈법을 통일하지 못하고 계산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다. 취업에 필요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문서를 봐도 한국 나이를 묻는 회사도 있고 만 나이를 기입해야 하는 회사도 있는 등 천차만별이다. 설상가상으로 세는 나이, 만 나이뿐만 아니라,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현재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도 있다.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 연 나이의 기준이 적용되는데, 이처럼 나이를 세는 방법이 혼재해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식 나이에서 또 논란이 되는 점은 실제 출생 날짜가 며칠 차이밖에 나지 않더라도 나이는 1년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식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2016년 1월 1일생은 같은 해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과 거의 1년 차이로 태어났지만 같은 나이로 취급되고, 하루 일찍 태어난 2015년 12월 31생과는 다른 나이다. 그나마도 얼마 전까지는 1월과 2월에 출생하면 빠른 생일을 적용받아, 조기입학과 그로 인해 생긴 애매한 위치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또한, 한국은 양력과 음력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음력을 적용할 경우 사실상 한국식 세는 나이는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는 빠른 생일의 폐지, 주민등록번호의 양력기준 통일로 문제가 일단락되었지만 아직도 혼동은 여전하다.

세는 나이를 사용하던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근대화를 겪으면서 기존의 나이 셈법을 버리고 만 나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국가적인 차원의 장려 덕에 공식적으로 통일된 나이 셈법이 사용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만 나이를 법적으로 규정했지만 정책적으로 홍보나 계도가 부족한 편이었다. 뿐만아니라 유교적 문화와 장유유서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셈법이 변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어 특성상 부르는 호칭이 상하관계에 관련된 것도 많기 때문에 만 나이가 쉽게 정착하기 어렵다.

한국식 나이가 실생활과, 공적으로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는 상태에서 쉽게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한국식 나이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하는 견해도 작지 않다. 우리의 기존에 만들어진 역사 속 관행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삶속에서 불편과 혼선으로 작용되는 한 현재의 나이 셈법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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