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상을 총학생회비 납부자들로 한정해

 

지난 7일 원주캠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의 사물함 분양을 시작했다. 총학은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의 사물함 총 936개를 분양할 예정이며 1차 분양은 8일과 11일에 걸쳐 세 차례 이뤄졌다. 2차 분양은 21일에 시작될 예정이다.
사물함 분양은 1차 분양에서만 722개의 사물함이 분양된 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많이 집중됐다. 원주캠의 특성상 통학·자취로 인해 거주지가 강의실과 먼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전의 사물함 분양과정은 총학생회비 납부자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미납자를 차후 배정해왔다. 이번 사물함 분양과정은 총학생회비 미납자를 분양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총학생회비 납부자들로만 분양대상을 한정했다. 이에 ‘연세대학교 원주 대나무숲’과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한 어조로 이러한 총학의 분양방식을 비판하는 글이 연달아 게시됐다. 신윤철(응용생명·11)씨는 “총학은 학생들을 차별하는 복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식은 총학이 사물함 분양권을 쥐고 총학생회비를 납부하라고 협박하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총학 측은 사물함 분양권으로 학생들에게 총학생회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며 해명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김태현(환경·09)씨는 “총학생회비로 납부하는 1만 원이라는 금액은 단순한 사물함 이용료가 아닌 총학이 제공할 여러 복지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총학생회비 납부자들이 총학생회비를 납부할 당위성을 찾을 수 있도록 선별적 복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2차 분양에서도 미납부자의 사물함 분양은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총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윤환(과기생명·13)씨는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총학의 답변도 읽었으나 납득하기 힘들다”며 “총학의 일처리나 사업을 지켜본 후 총학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태현씨는 “학생들의 질타는 이해하지만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더욱 떨어지면 허울뿐인 자치기구가 될 것”이라며 “더 나은 보편적 복지를 위해 강력한 선별적 복지의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총학은 매년 낮아지는 자율경비 납부율을 상승시키기 위해서 선별적 복지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015학년도 총학생회비 납부율은 총 납부인원의 20%에 그치기도 했다. 이에 김태현씨는 “낮은 자율경비 납부율로 인해 총학의 존폐를 논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자율경비 납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총학에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불신과 자율경비 납부시행으로 인해 총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학생이 늘고 있으나,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총학생회칙에 따라 총학생회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총학생회칙」 제4조, 그리고 제5조 3항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회원은 캠퍼스 내 모든 학생으로 한다’, ‘총학생회의 회원은 회칙을 준수하고 회비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칙은 학생 전체가 참여하는 학생 총투표를 거쳐 매년 개정되고 있다.
한편 총학의 복지정책 방향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학과에 재학 중인 ㅇ모씨는 “총학생회비를 꾸준히 납부해왔는데, 이번 총학은 총학생회비 납부자를 확실히 신경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 댓글의 작성자들이 우리대학교 학생인지 확인할 수 없는 가(假)계정 이용자로 밝혀져 편향된 의견을 가진 학생들의 여론몰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재영(응용생명·11)씨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을 다는 계정 중 기존 활동내역이 전무하고 신원을 알 수 없는 계정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총학의 복지 정책이 학생들의 인식을 당장 개선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자택에서 통학하는 이평강(정경경영·11)씨는 “책이 너무 무거워 사물함을 사용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총학생회비를 납부할 것 같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총학생회비를 납부하는 것이 총학이 바라던 인식 개선의 방식인지 판단해 복지의 방향을 신중히 정해야 할 것이다.
 

글 김광영 기자
insungbodo@yonsei.ac.kr
사진 한동연 기자
hhan58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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