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답답해서 우리가 씁니다대학 내 독립언론, 그들의 이야기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6.03.12 20:59
  • 호수 1768
  • 댓글 0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은 진부하리만큼 오래된 표현이다. 그러나 이 위기를 수년째 직면하고 있는 공식언론사들은 학교에 의존하는 재정, 편집권 침해 등으로 제대로 된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학생들은 직접 ‘뛰기’ 시작했고 ‘쓰기’ 시작했다. 답답했던 이들이 모여 시작한 것이 대학사회 독립언론이다.

나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우리대학교의 「연세두리」, 국민대의 「국민저널」, 성신여대의 「성신퍼블리카」, 중앙대의 「잠망경」, 한국외대의 「외대알리」 등이 대표적인 대학 내 독립언론이다. 더불어 지난 10일, 이화여대의 「이대알리」가 창간됐고, 3월 중으로 세종대의 「세종알리」가 추가로 창간될 예정이다. 이처럼 대학 내에 부는 독립언론의 바람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독립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기존 공식언론사에 대한 한계와 불만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성신퍼블리카」 는 “기존 학내 공식언론사가 학교의 탄압으로 학교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고, 독자들의 무관심도 크다”며 “학내 언론의 위축은 공론장의 위축과도 같기 때문에, 독립언론이 공론장을 형성하고 학교라는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N대알리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내 독립언론 프랜차이즈 사업을 펴고 있는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상석 이사장은 “기존의 공식매체들이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N대알리 사업에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얻은 결론”이라며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하고, 적어도 기존의 언론사에서 타협하며 느꼈던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말대로 실제로 몇몇 공식언론사는 학교에의 재정 종속, 주간교수의 존재 등을 이유로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2013년 성균관대 공식언론사 「성대신문」의 경우 당시 주간교수에 의해 ‘삼성 노조 관련 간담회 폐쇄’ 기사의 발행이 막히고, 이후 두 달여간 발행이 중단된 바 있다. 또한 2015년 5월, 서울여대 공식언론사 「서울여대학보」는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를 앞두고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기습 철거한 것과 관련한 성명서를 1면에 실을 예정이었지만 주간교수의 반대에 부딪히자 1면을 백지로 발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S대 학보사 기자 ㅂ모양은 “1년 반쯤 학교 신문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어떤 기삿거리가 생각났다가도 ‘어차피 이거 못쓰게 할 텐데 뭐’라는 식의 자가 검열을 하게 됐다”며 “내가 원했던 기자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하다가도 학보사 활동으로 받게 되는 장학금과 스펙을 생각하면서 물러서게 된다”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각자가 두는 우선순위는 모두 다르겠지만 ‘즐거우면’ 좋겠다는 것이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이처럼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 있다. 장학금도, 학교 측의 지원도 없는 곳에서 알 권리의 최전선에 있고자 하는 독립언론 기자들, 활동 자체의 즐거움이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 힘든 일이다. 이에 정 이사장은 “모든 활동의 동기는 즐거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조합원의 강령에 ‘재미없으면 나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독립언론 「연세두리」 역시 그 중 하나다. 연세두리 편집장 김대은(사회·11)씨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큰 매력인 것 같다”며 “기사 아이템 선정도 기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더 즐겁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변두리의 시선으로 연세를 바라보다’인데, 이는 소수자들의 시선에서 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이전에는 소수의 입장에 서서 보는 것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소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세두리 기자 이린(독문·15)씨는 “신입생 시절에 내가 활동하고 싶은 언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며 “홈스쿨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나도 소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수의 소리도 담을 수 있는 언론인 연세두리에 지원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정 이사장은 “현재는 학생들이 골고루 정보를 선택해서 볼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언론은 많을수록 좋다”며 “N대알리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두리」 역시 변두리의 시선이 더 이상 변두리가 아니게 될 때까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김씨는 “독립언론이 증가하는 것 역시 다양한 대안이 생기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하나의 대안이자 시선으로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언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독립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물론 독립언론의 앞에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대의 경우 대학 기업화의 최전선에 있는 곳으로 유독 언론의 탄압이 심한 학교다. 「잠망경」 ㄱ모양은 “취재 시 공식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당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라며 “신문을 배포할 때마다 강제수거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며 “실명이 알려질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필명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재정문제는 대부분의 독립언론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다. 성균관대의 독립언론 「고급찌라시」의 경우 예산부족과 이에 따른 부담 증가로 2016년 정간됐다. 일종의 ‘폐업’인 것이다. 「국민저널」은 “기자들에게 기사작성에 따른 원고료는커녕 취재비도 주기 어렵다”며 “작년 2학기에는 지면 발행비가 없어서 SNS만을 통해 기사를 냈다”고 밝혔다. 「성신퍼블리카」의 경우 “학교로부터 어떤 재정지원도 받지 않기 때문에 발행비용은 기자들이 직접 1만 원씩 모아 마련한다”며 어려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저널」과 「성신퍼블리카」는 서울시 NPO 지원센터*의 ‘2014 대학생 공익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발행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독립언론이 겪는 어려움은 비단 재정적 문제만은 아니다. 독립언론의 장점으로 꼽히는 ‘자유로운 기사 작성’으로 인해 편하지 못했던 속사정도 있다. 편집권을 온전히 학생이 갖기 때문에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 역시 고스란히 소속 학생들의 몫이다. 실제로 「외대알리」에서는 한 교수의 스캔들에 대해 보도한 후 해당 교수에게 고소를 당한 일이 있었다. 해당 건은 발행된 신문 전량수거라는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대학생들에게 ‘고소’의 무게는 확실히 견디기 어려운 것임이 틀림없다.

사회는 계속해서 다원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알 권리와 관심사를 반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독립언론의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공식언론사들 역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학내 언론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방해하는 일부 학교 당국 역시 반성해야 한다. 공식언론과 독립언론 모두 건전한 언론 활동을 통해 대학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시 NPO 지원센터 : 다양한 시민공익활동과 NPO의 사회적 영향력 강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지원을 목표로 「서울특별시시민공익활동의 촉진에 관한 조례」 제11조에 근거해 설립된 서울시 민간위탁기관.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