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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간의 전유물이다?!
  • 서형원 기자
  • 승인 2016.03.12 20:30
  • 호수 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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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 병아리는 ‘삐약삐약’. 우리는 어릴 적부터 동물들은 이렇게 운다고 배운다. 그래서인지 동물들이 내는 소리는 ‘안녕’, ‘고마워’, ‘미안해’ 같은 뜻을 가진 말이 아니라 의미 없는 울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 동물들도 분명 서로 소통을 한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대상에 대해 그르렁거리는 개의 울음과 포식자가 가까이 왔음을 동료에게 알리는 미어캣의 경고 울음 등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물들도 그들 나름의 언어가 있는 것일까?

언어는 곧 생각

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언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언어란 무엇일까? 언어의 사전적 정의는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다. 다시 말해, 언어는 의사소통의 가장 기초적인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언어는 인간의 본질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저명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는 언어를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자질’로 보고 ‘언어를 연구하는 것은 곧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인간의 본질’은 서양철학의 기본이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랑스의 자연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을 다른 존재와 차별화시키는 것, 인간을 존재하게끔 하는 것은 바로 ‘사고’다. 사고를 인간의 본질로 바라본 것은 비단 철학뿐만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지목한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인류 진화의 여러 단계 중 ‘사고’를 인간의 시작으로 꼽은 셈이다. 이로써 우리는 인간의 본질인 ‘사고’와 언어가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는데, 사고가 언어에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피아제(Piaget)의 ‘인지우선론’과 언어와 사고가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는 비고츠키(Vygotsky)의 주장이 있다. 이외에도 홈볼트(Humbolt) 등의 철학자가 주장한 ‘언어결정론’이 있는데, 이는 언어가 사고를 제한하다는 이론이다. 이 주장에 의하면 우리가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색을 구별하는 ‘이름’, 즉 언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주장들은 모두 언어와 사고 간의 밀접한 관계를 기초로 한다.

언어가 인간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언어학자 허웅은 그의 저서 『언어학 개론』을 통해 언어를 ‘인류문화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했다. 인류는 언어를 통해 지식을 교환하고 정보를 공유해왔다. 이렇게 공유된 지식은 세대를 걸쳐 축적됐고 인류는 발전할 수 있었다. 결국, 인류가 이뤄낸 문명과 오늘날의 사회는 모두 ‘언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동물의 언어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동물은 이런 언어를 갖고 있을까? 위에 나온 언어의 추상적인 정의만으로는 동물이 언어를 갖고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이에 언어학자들은 인간의 언어가 가진 다양한 측면을 분석해냈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소통 체계를 지닌 동물 종은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측면에는 형식과 의미 사이에 관계가 필연적이지 않다는 자의성(arbitrariness), 언어는 단위로 쪼개질수 있다는 분절성(discreteness), 유한한 단위로 무한한 발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산성(productivity), 그리고 발화 시점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말할 수 있는 초월성(displacement) 등이 있다.

동물의 언어는 대부분 이러한 측면을 갖고 있지 못하다.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 체계를 가졌다고 알려진 동물의 경우도 이 중 일부 특성만 갖고 있을 뿐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벌들이 꿀의 위치나 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추는 ‘꼬리춤’은 그 각도나 움직임, 춤을 추는 시간, 강도 등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체계는 당장 그들 앞에는 없는 멀리 떨어진 꿀에 대해 표현할 수 있으므로 초월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벌들의 소통 주제는 ‘먹이’로 한정돼 있으며 인간의 언어에 비해 표현의 다양성과 수가 현저히 떨어진다.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돌고래의 경우, 초음파와 몸짓을 통해 소통하는데, 대화를 통해 서로의 나이와 성별은 물론 이름까지도 알 수 있고 나름의 문법 체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돌고래 역시 다른 나머지 특성이 있지는 않다. 따라서 동물이 언어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다람쥣과에 속하는 프레리도그는 돌고래나 벌과는 달리, 인간의 언어와 매우 유사한 소통 체계를 갖고 있다. 언어학자 콘 슬로보치코프(Con Slobochikoff)는 20년이 넘도록 프레리도그의 언어를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불과 몇 초도 되지 않는 울음을 통해 포식자의 종과 위치는 물론 크기와 색 등까지 표현할 수 있으며 인간을 표현할 때는 생김새나 총 소지 여부까지 파악해 이를 울음으로 구사할 수 있다. 프레리도그는 또한 이전에 침입했던 포식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어 초월성도 갖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주어, 동사, 목적어 등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가진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형용사나 명사 역할을 하는 울음을 상황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이들의 소통체계는 분절성과,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하는 문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체계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종류의 포식자가 나타날 경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뿐만 아니라 프레리도그는 포식자의 침입이 없는 경우에도 우리가 그러듯 서로 끊임없이 수군댄다. 이는 다른 동물들이 특정한 상황이나 필요에 의해 신호를 보내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일상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프레리도그에 대한 이러한 연구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언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레리도그의 소통 체계를 언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무한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인간과는 달리 프레리도그의 주제는 포식자로 제한돼 있고, 평소 수군대는 내용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프레리도그는 대다수의 동물들이 신호 혹은 알림에 불과한 소통을 하는 것과 다르게 매우 발전된 소통체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의 언어만큼 발전된 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앞서 언어는 인간의 본질인 ‘사고’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럼 언어를 갖고 있지 않은 동물은 생각도 하지 않는걸까? 아니다. 지난 2013년 과학 잡지 「Peer J」에 실린 제니퍼 봉크(Jennifer Vonk)의 연구에 따르면 고릴라, 강아지 등 몇몇 동물들은 추상적 사고까지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인류처럼 발전하지 못한 데에는 그들의 소통 체계가 사고를 따라갈 만큼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이 만약 사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언어를 발전시킨다면 언젠간 인류가 그랬듯 지식을 축적하고 문명을 이룩해낼 수 있지 않을까?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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