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주점, 다모토리 이야기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신촌에서 가장 유명한 주점을 묻는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입을 모아 이곳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신촌에서 좀 놀아 봤다고 하면 안 가 본 사람이 없다는, 그 이름도 유명한 ‘다모토리’다. 주말이면 30분 이상 가게 밖에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다모토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들이 다모토리를 찾는 주된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바로 음악에 취하기 위해서다.

 

 

다모토리, 너 누구니?

 

신촌의 터줏대감인 다모토리, 대체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다모토리의 창업자인 한혜경(49)씨는 “초창기 1986년 당시에는 신청곡을 틀어주는 가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다모토리는 당시 유행하던 올드팝을 틀어주는 주점에서 시작해, 사람들의 음악 취향이 바뀜에 따라 점차 다양한 노래를 다루게 된 것이다.
신촌에는 다모토리는 1호점부터 6호점까지가 있는다. 그 분위기는 지점마다 사뭇 다른데, 쉽게 말하자면, 숫자가 클수록 최근의 노래가 나온다. 한씨는 “손님들에 선호에 의해 컨셉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나중에 생긴 가게일수록 젊은 사람들이 방문해 그들 취향의 음악을 신청하니 당연히 손님의 연령대에 따라 지점별 분위기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1호점에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노래는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었다. 껍데기가 너덜해진 LP판이 계산대 뒤에 죽 꽂혀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청곡은 전인권이나 김광석의 노래라고 한다. 1호점을 찾은 이국진 동문(경제·84)은 “대학 시절 다모토리에 가던 옛 추억 때문에 아직도 가끔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세월만큼 모서리가 닳은 테이블과 희미해진 벽의 낙서들이 주는 아늑함이 바로 다모토리 1호점의 매력이 아닐는지.
반면, 2, 3, 4호점은 들어서자마자 고막을 울리는 노랫소리가 터져 나온다. 놀라지 마시라, 바로 다모토리의 특징인 ‘떼창’이다. 들어오자마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목이 터지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손님들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한다. 2호점을 운영하는 강성광(44)씨는 “ 학부생들은 물론 졸업생들도 자주 방문한다”며 “가장 인기 있는 신청곡은 주로 ‘버즈’나 ‘윤도현밴드’, ‘빅뱅’의 노래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음악이 주제인 2호점의 벽에는 당시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었던 ‘서태지’, ‘젝스키스’, ‘이선희’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3호점은 ‘빅뱅’이나 ‘다비치’, ‘원더걸스’ 등 대학생에게는 조금 익숙한 음악이 주를 이룬다. 2008년에 개업한 4호점의 경우 주 고객층의 연령대가 낮은 편인데, 주로 걸그룹의 음악이 인기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은 걸그룹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다모토리의 매력은 바로 ‘응원가’가 아닐까? 가끔 우리대학교나 고려대의 응원가가 나오면 다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너도나도 어깨동무하며 응원하는 모습은 마치 연고전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5호점과 6호점은 다른 지점들과 달리 노래에 춤이 더해졌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데 뒤섞여 춤을 추며 노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주로 나오는 노래는 힙합 장르와 일렉트로닉 장르를 포함한 최신 유행 노래들이다. 6호점을 방문하면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분위기에 잠시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르는 사람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고, 즉석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 일도 드물지 않으니 놀라지 않길!

노래도 듣고, 안주도 부르고

 

 

 

다모토리는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도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기도 한다. 방문객은 우리대학교 학생뿐 아니라 인근의 타대생들까지다양하다. 사람들이 신촌의 수많은 주점을 두고 굳이 다모토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화여대 차제은(소비자학과·15)씨는 “다모토리에는 다른 주점들에는 없는 흥이 있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서 다모토리를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또한 다모토리에서는 하루에 두 차례 정도 응원가를 튼다. 한씨는 “응원가를 틀 때마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순으로 돌아가면서 한 번씩 노래를 튼다”고 말했다.
양석준(중문·15)씨는 “응원가가 울려 퍼지면 다른 대중가요가 나올 때보다 몇 배는 더 즐겁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 학생이 아닌 손님들도 어깨동무하고 익숙하게 같이 응원하는 모습은 젊은 날의 열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매력들로 인해 다모토리는 신촌은 물론, 어느새 홍대에 7호점까지 개업할 정도로 성황 중이다. 한씨는 인기의 또다른 이유로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한 가격’을 꼽았다. 한씨는 “값싼 술과 안주, 그리고 즐거운 분위기의 삼박자가 잘 맞은 덕분에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랜 세월 동안 신촌 골목에서 자리를 지켜온 다모토리. 다모토리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된 이유는, 30년 전의 그리운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우리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이어서가 아닐까? 마냥 소주에 취하기는 싫은 오늘, 즐거움에 도취하고 싶은 오늘. 늘 친숙한 음악이 흐르는 다모토리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서인 기자
kekecathy@yonsei.ac.kr

사진 주은혜 기자
gracdchoo@yonsei.ac.kr

일러스트 안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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