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보완 필요한 테러방지법, 폭력 극복한 필리버스터우리대학교 양승함 교수와 이슈를 들여다보다


최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사회문제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과 그로 인해 발생한 필리버스터*였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무려 192시간 27분 동안 한 사람당 수 시간 동안, 심지어는 10시간이 넘게 국희의 연단에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성토했다. 테러방지법이 무엇이길래 야당 의원들이 열성적으로 반대를 했던 것일까.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우리대학교 양승함 교수(사과대·정치학)를 통해 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테러방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Q. 테러방지법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A. 테러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보이는 조항으로 인해 현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테러행위 의심자란 모호한 조항으로 개인의 금융거래 내용을 조회하는 조항이 가장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인권침해 여지를 제한하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Q. 야당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가?
A.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국내 사찰을 했던 것처럼,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반정부행위자로 몰릴 수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부에서 일부 정치인을 도청하거나, 민간인을 사찰하고, 대테러기구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비춰보아 현재의 ‘테러행위 의심자’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법이 남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비록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둔다고는 하지만, 그 사람의 권한이 얼마나 주어지는지에 따라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인권보호관의 자격기준을 엄격히 해서 정부를 감시·감독할 능력을 갖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이전에도 테러방지법이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왜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일까?
A. 예전에는 북한이 자행하는 테러 외에는 별도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하던 위협도 강도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IS(Islamic States)**의 파리 테러행위로 테러에 대한 위협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 학생이 IS에 가입하기도 하고, 중동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등 중동과의 접촉점이 늘어나면서 IS에 무관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테러방지가 주요한 문제로 부상한 것이 최근 테러방지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Q. 혹시 정부와 여당이 지금 이 시점에서 테러방지법을 추진하는 정치적 배경이 있을 수 있을까?
A. 테러방지는 항상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만,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테러방지법이 추진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정치적인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4월 13일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는데, 여당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국민의 일체감을 형성하고 다수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은 안보 국면으로 선거를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여당의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가 주는 의미는?

Q.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여야가 보인 행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A. 필리버스터라는 파격적 형태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이뤄진 점이 눈에 띄었지만, 결론적으로 여야 모두 시간만 낭비했다. 여당은 북한인권법이나 공직선거법 같은 다른 쟁점법안 통과를 위해서 야당에게 양보나 타협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야당의 반대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여기고 경직된 소통 행태를 보였다. 정치적 리더십 발휘에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부각하기도 했고, 이를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낸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에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담긴 독소조항을 수정하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결국 이루지 못했기에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필리버스터로 세계최장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협상과 타협을 통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 부재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Q. 이번 필리버스터가 민주주의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는가?
A. 소수가 다수의 독재를 일시적으로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폭력적 저항을 극복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국회에서 벌어졌던 대치는 다수의 독재를 막기 위해 소수의 폭력이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는 폭력 정치를 대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Q. 이번 필리버스터 이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는가?
A. 필리버스터 자체가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각 당은 지지세력을 규합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필리버스터만으로 지금까지의 지지성향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이번 필리버스터가 20대 젊은이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이번 필리버스터가 20대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20대는 대체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특징인데, 이번 필리버스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필리버스터로 논리에 대한 중요성을 청년층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시간 연설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고가 필요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제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한 능력이다. 학생들이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한다.


*필리버스터(filibuster) : 의회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IS(Islamic States) : 이슬람국가, 이라크 및 시리아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