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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기본권과 안보의 갈림길에 서다국정원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 송민지 기자
  • 승인 2016.03.05 21:35
  • 호수 1767
  • 댓글 0

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발의된 지 15년 만에 통과됐다. 192시간 동안 테러방지법에 숨겨진 독소조항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며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낸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20대 총선이 채 40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과 야당은 테러방지법을 두고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 또한 국회 앞에서는 시민 필리버스터와 테러방지법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갑론을박

테러방지법 대표 발의자 새누리당 이철우 국회의원은 “파리 테러, 인도네시아 테러,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김정은의 대남 테러 준비를 되돌아봤을 때 국제 테러의 가능성이 높다”며 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급했음을 전했다. 또한 이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국민안심법이며, 이 법을 두려워하는 것은 테러를 일으키려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말에 따르면 테러방지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테러방지법이 많은 논란을 불러온 까닭은 무엇일까? 테러방지법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전임·상설화 ▲개인 정보 조사·추적권 대테러센터 이관 ▲통신 제한 조치가 명시돼있다. 이 조치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률을 수정해야 한다. 때문에 「테러방지법의 부칙」 제2조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과 금융거래정보법의 일부를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졌다.

2조 3항 “테러위험인물”이란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말한다.

「테러방지법의 부칙」 제2조에 따라 법률의 일부가 개정될 시 국정원에게 추적권과 조사권이 부여돼 ▲국정원의 권한 강화 ▲국정원 견제 수단 부재라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에 대해 더불어 민주당 은수미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밝혀진 것에 의하면 지난해 국정원에서 수집한 국민 정보가 9천만 건이며, 이 사실을 개인에게 고지해준 것은 30% 내외”라며 “테러방지법은 이미 국민을 대상으로 불법 도·감청을 하고 있는 국정원에게 합법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칙 제2조(다른 법률의 개정)
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9조(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
①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하여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③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를 포함한다)와 위치정보를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의 ‘개인정보처리자’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제9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기록 및 개인 정보와 민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은 제9조가 국민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높으며, 제2조 3항 속 ‘상당한’이라는 단어가 테러위험인물의 경계를 매우 모호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현재 국정원은 간첩 혐의자에 대해서만 감청하고 있으며, 정보 수집 과정에서 법원의 사전 영장 등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대상자를 확대해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통신감청 및 계좌 추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내·외의 테러범 추적을 위해 미국 정보기관 CIA 등 해외 정보기관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반박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국가정보기관 CIA 및 FBI, 영국의 MI6는 국내·외 국가정보망을 이용해 특정한 사람들을 도청과 감청으로 감시할 수 있다.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테러방지를 위해 제정된 '애국자법(Patriot Act)'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지난 2015년 폐지됐다. 이후 NSA의 무분별한 정보 수집을 제한한 자유법(US Freedom Act)으로 대체됐다.

40여 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

테러방지법이라는 법안을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공헌한 것은 바로 필리버스터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뒤 토론해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소수 의견이 무시될 수 있기 때문에 소수파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책 결정을 막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필리버스터는 지난 1973년에 폐기됐다가 2012년에 부활됐다. 이에 민주적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소속된 이광철 변호사는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관심이 이 정도까지 쏠리지는 않았다”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언론에 회자되는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알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엄황용(인예철학·15)씨는 “필리버스터가 시행됐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실행됐다는 것이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약 200명에 가까운 시민들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사당 앞에 직접 나서 마이크를 잡았고, 1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지난 2월 28일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최은아(45)씨는 “법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인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한 것에 대한 항의로 시작하게 됐다”며 “시민들은 국회 앞에서 시민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스스로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이준민(19)씨는 “최근까지 12.28 위안부 한일 합의의 부당성 문제에 대해 시위했다”며 “테러방지법이 통과돼 독소조항이 남용되면 정당한 사회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에도 시민 필리버스터 및 테러방지법 반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후의 삶

지난 2013년에는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사건, 2014년에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이 있었고, 2015년 7월에는 국정원에서 민간인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담당했던 직원의 사망으로 인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더욱더 불거졌다.

이 의원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나 집회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테러방지법 속 테러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고, 테러위험인물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15년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민중총궐기 집회가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으며, ‘복면 시위대는 IS와 같다’고 말하며 시위와 테러를 같은 연장선상에 놓은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지 못한 듯하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됐음에도 우리의 일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참여했을 때 ‘사람은 밥만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왜 헌법에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 같은 것이 있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곧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될 대테러센터는 사실상 국정원이 장악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쥐게 된 권한이 파리 테러범과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행사된다면 이 법은 매우 필요하고 좋은 법”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서다율(인예국문·15)씨는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기에 만들어질 필요는 있지만,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정기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테러방지법이 테러와 무관한 일반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응답은 59.3%, ‘테러방지법이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는 응답은 24.8%으로 우려의 의견이 2.4배가량 더 높았다.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테러방지법. 무수한 반대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이 법이 국민의 존엄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테러방지법이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조항을 보완하고, 정부와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얻어야 할 것이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사진 한선회 기자
thisun019@yonsei.ac.kr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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