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껏 말하고, 인간의 존엄함을 부르짖는 사람들

 매주 토요일마다 발언대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992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뜨거운 피를 수혈하고 있는 배정훈 PD, 김병철 조연출, 백진주 작가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영상을 통해 현 사회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그 시스템 아래 고통 받고 있는 약자들의 삶을 투시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인간 존엄에 주목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영분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어느 내부자의 폭로」 등을 제작한 세 사람을 만나봤다.

토요일 밤의 진실 찾기

Q. 아이템 구상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
배정훈 PD (아래 배) :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뭘까?’라는 고민을 늘 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잘못된 것을 보고 관찰하는 것이 결국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고민인 셈이다.

Q. 한 편의 방송이 방영되기까지의 과정과 소요되는 시간이 궁금하다.
김병철 조연출 : 우리 프로그램은 6개의 팀이 각자 다른 주제를 갖고 아이템 회의와 촬영, 그리고 편집을 진행한다. 우리 세 명은 그 여섯 팀 중 한 팀이다. 한 편을 방영하기 위해서는 5주가 소요된다. 이 기간에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취재를 위해 여러 지방을 돌아다닌다. 취재가 끝난 후 편집 기간에 돌입해 재연 촬영 및 수집한 자료들을 첨부한다.

Q. 진행자 김상중씨와의 호흡은 어떻게 맞추는가?
배 : 김상중씨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의 첫 번째 시청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예컨대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의 녹화를 하면서 김씨가 울었다. 그때 나는 잠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눈물을 흘리며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방식에 맞는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김씨의 눈물이 우리 모두의 진심과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해 그 촬영분을 방송에 내보냈었다.

Q. 세월호 침몰 사고, 효성그룹 비자금 폭로, 연예인 스폰서 폭로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에 취재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배 : 취재원은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도,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가 취재원의 입장이 돼주는 것이 섭외의 관건이다. 그렇다고 취재 방향을 무조건 취재원에게 맞춰주는 것은 아니다. 솔직하게 우리의 목적과 진심을 전달했을 때, 우리의 가상한 용기와 진심을 느껴서 취재에 응해줬던 것 같다.
백진주 작가 (아래 백) :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어느 내부자의 폭로」의 경우 취재원에게 ‘스폰서가 연예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느껴지고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호소했던 기억이 난다.

Q. 화면에 직접 등장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배 : 김씨가 내레이션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할 때가 있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그 질문의 답을 찾아주길 바란다. 그렇기에 PD는 시청자들을 대표해 현장에 서 있는 것이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때로는 따져 묻고 대신 화를 내기 위해서 화면에 직접 등장하고 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

Q. 취재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외압은 없었는가?
배 : 외압이 왜 없었겠나. 윗분들이 전화를 많이 받았을 거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제작진에게 강요하느냐 마느냐는 조직의 건강성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윗분들이 제작진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다가 방송이 다 끝나고 나서야 ‘힘들었다’는 말을 꺼내 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이 조직이 취재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제작진을 보호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Q. 지난 2월 13일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어느 내부자의 폭로」 편이 방영된 후 스폰서 리스트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백 : 연예인 스폰서의 목록을 공개하라는 사람들의 목적이 궁금하다. 그들이 스폰서 목록을 알아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단지 가십거리로 사용하기 위해 묻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스폰서의 목록에 있는 한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밝히고 처벌해 본보기로 삼을 수도 있지만, 시민들에게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시민 전체의 의식을 바꿔가는 방법도 존재한다. 우리는 후자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Q.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편에서 취재원이 배 PD를 향해 ‘변화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배 : 당황했다. 질문을 받고 5초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고, 나는 그 침묵의 시간을 방송에 그대로 살렸다. 대답을 선뜻하지 못하는 그 시간의 의미를 사람들이 느꼈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 질문 앞에서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언론이, 그리고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모인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나’라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Q. 현재 대한민국에서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는 사회 문제에 대해 소신껏 발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배 : 지금 이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은폐된 진실과 그러한 진실의 가치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때문에 소신껏 말하기는 가능하고, 가능해야 한다. 우리가 좀 더 용기를 내서 시도하고, 좀 더 건강한 조직이 그런 후배들의 노력을 지켜줘야 한다.

Q. 영상을 통해 진실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는가?
배 : 우리는 언론인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중립성에 발목 잡혀 자유롭게 말하기가 힘들다. 반면, 내가 생각하기에 청춘의 삶은 자유에 있다. 우리 프로그램을 시청한 대학생들이 이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던진 삶을 향한 둔중한 질문들에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이 시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갈망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비틀거리는 시대를 떠도는 무수한 질문들은 인간 존엄에 다가가기 위해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질문하는 힘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힘이 만나야 할 것이다.

글 송민지 기자
master0207@yonsei.ac.kr

사진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