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 수업권 위한 학교 차원의 관심 필요해
학교 안팎으로 제2외국어 교육 열풍이 부는 요즘, 우리대학교는 문과대에 속한 어문학과의 외국어 수업 이외에도 ▲일본어 ▲스페인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등 다양한 제2외국어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교내에 개설된 외국어 과목의 수강을 꺼리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는 해외 체류 경험자 및 외국어 고등학교(아래 외고) 출신 학생들의 수강으로 인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의 제2외국어 과목들은 난이도에 따라 외국어(1), 외국어(2), 외국어(3) 등으로 나뉘어 개설된다. 이 중 외국어(1)은 입문자를 위한 초급과목에 해당한다. 해외 체류 경험자들과 외고 출신 학생들의 초급과목 수강은 제2외국어 과목 수강을 희망하는 초급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김성준(컴과·14)씨는 “제2외국어 초급과목은 외고 출신 학생 등 이미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부분의 초급 외국어 과목은 수강편람을 통해 초급자만 수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 외고 프랑스어과 출신이나 ‘프랑스어(1)’ 과목 수업을 들었다는 경영학과 안모씨는 “교수가 수업 첫날 출신 고등학교를 묻기에 다른 고등학교 이름을 말했다”며 “다른 친구도 같은 방법으로 함께 수강했다”고 밝혔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로서도 이들의 수강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홍윤희 교수(문과대·중국신화학)는 “해외 체류 경험자들이나 외고 출신 학생들의 초급과목 수강은 다른 초급자 수강생들을 위축시키거나 이들의 수강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라며 “아직 비초급자들의 수강을 막을 제도가 없어 권고를 통해 수강 변경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합리적인 수강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절대평가 및 2학점 단위 P/NP 제2외국어 과목 개설 요구안이 그 내용이다. 이에 관해 신촌캠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씨는 “학교 측과의 면담을 통해 실현한 후 학생들에게 공지할 예정”이라 말했다.
한편, 서울대의 경우 제2외국어 수강제한 규정을 엄격히 하며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있다. 서울대 ‘기초교양수강편람’에 따르면, 수능에서 해당 외국어 과목을 응시한 학생, 외고에서 해당 외국어를 전공한 학생, 해당 외국어권 외국인 및 외국인 특별전형 입학생 등은 수강부적격자로 분류돼 성적이 ‘F’ 처리 된다. 서울대 박준희(지구환경과학·10)씨는 “제2외국어 과목은 첫 수업시간에 수강생 전원에게 제한 규정과 관련한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한다”며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어 초급자임에도 딱히 부담을 느꼈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대학교가 국제사회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 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보다 많은 학생들의 외국어 과목 수강을 위해 일부 학생들의 양심 있는 행동과 더불어 제도적인 차원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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