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3월은 푸르른 달이다. 지난 겨울의 추위가 물러나고 눈이 녹으며 묵은 때를 벗겨내는 봄비가 내려서만은 아니다. 청송대의 나무들이 생기를 뿜어내기 때문만도 아니다. 3월의 대학가가 푸르른 것은 새로운 생기를 머금은 대학 새내기들이 교정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교정에 들어서는 새내기들은 그 표정만으로도 주변의 잠자던 자연을 깨우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새내기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일들이 새터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기사들은 많은 이들을 당혹케한다. 대학의 새터에서는 술이 꼭 따라오고 이러한 술을 권하는 과정에서 대학생으로서 경험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모 대학에서는 새터 전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대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대학생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행정편의적인 접근이라고 판단된다.

우리 학교의 새터도 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분명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고 증언들도 엇갈리고 있지만 새내기들의 증언에서 불쾌했거나 도를 넘은 사례들이 다수 드러나고 있다. 해마다 일어나는 이러한 상황에 이제는 분명한 선을 그을 때가 됐다.

먼저, 새터 등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각 단과대와 과 학생회들은 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학생들 간 대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길 바란다. 술만 주면 모두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최 측의 게으른 변명일 뿐이다.

둘째, 선배와 후배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일궈나가야 한다. 몇 해 먼저 대학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나중에 들어온 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격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새내기들은 후배이면서도 성숙한 인격을 지닌 성인들이다. ‘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셋째, 각 학생회는 자치규약 등을 이미 정해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실천에 학생회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자치규약이 제정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되지 않거나 실천되지 않으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고 변명거리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 선배들도 새내기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지 부지런히 살피고, 새내기들도 무리한 요구를 강요받을 때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한 부당한 요구에 대한 해결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관련 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연세춘추도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부당한 요구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자율적인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자율적인 행동을 보장받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그 자율성을 보장해줄 명분은 녹아 사라질 것이다. 또한 재학생이든 새내기이든 사랑받고 존중받을 고귀한 존재임을 서로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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