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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현실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6.03.05 19:34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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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13일, 국내 게이머들의 축제 ‘지스타(G-STAR) 박람회(아래 지스타)’에서 뭇매를 맞은 국회의원이 있다. 바로 게임을 마약, 도박 등과 함게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일명 ‘게임중독법’을 발의해 국내 게임 산업계의 원성을 샀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다. 신 의원은 지스타 국제 게임 콘퍼런스 개막 축사에서 “게임 산업 탄압에 앞장선 정치인으로 매도돼 억울하기도 했지만 정치인으로서 어떤 정책을 낼 때 타이밍이나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게임 산업계와 게이머들은 ‘숨은 저의가 뭐냐’ ‘밥상 뒤엎어 놓고 밥 먹지 말라고 그런 건 아냐’ 라는 식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게임을 두고 벌어지는 각종 논란과 갑론을박, 그 현주소를 짚어봤다.

수출역군, ‘게임’


전 세계 시장 규모 1천299억 달러(한화 약 158조 원), 국내 시장 규모 10조 5천788억 원, 2015년 산업 수출액 31억 8천만 달러(한화 약 3조 8천억 원). 이처럼 천문학적인 숫자로 그 규모와 가치가 대변되는 산업이 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게임’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게임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문화현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견해차는 여전해 게임 산업 발전에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는 게임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콘텐츠 산업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사업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콘텐츠의 수명이 비교적 긴 데다 유통과정상의 손실이 거의 없다. 이러한 장점에 기인해 서로 경쟁하며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뤄온 것이 바로 ‘게임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52억 7천351만 달러로 나타났다.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불황을 생각하면 놀라운 증가율이다. 이러한 성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게임’이다. 게임은 9.5%의 수출액 증가를 보이며 29억 7천383만 달러로 최종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 52억 7천351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 56.4%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명실공히 ‘수출역군’이라 할 만하다.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과도한 규제


그러나 게임업계는 언제나 살얼음판이다. 158조 원에 이르는 세계 시장 규모와 콘텐츠 파워로 무럭무럭 성장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임업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게임업계는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이 처한 위기의 원인으로 과도한 산업 규제와 중국의 성장을 꼽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게임 산업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방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사업체 수가 5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종사자 역시 지난 2009년 대비 5천 명 이상 감소했다. 위의 보고서는 산업체 축소의 원인을 ‘과도한 게임 산업 규제’로 지적한다. 세계 게임 시장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하는 와중에 우리나라 정부는 규제책을 지속적으로 도입해 게임 산업을 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중 지난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는 당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며, 수면권을 보장하고 게임 중독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산업연구원 박문수 연구위원은 “셧다운제의 정책효과를 분석해보니 해당 연령대 청소년의 주중 하루 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18분, 주말에는 20분가량 소폭 감소했다”며 “사실상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책 시행의 효과는 미미하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는 셧다운제 시행 이후 국내 게임 산업의 규모가 1조 1천600억 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게임 중독법’, ‘게임 심의 기준’ 등 게임과 같은 규제안은 계속 발표됐다. 이는 단순히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까지 게임 개발자로 일하던 직장인 P씨는 “산업의 성장을 보조해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했는데 게임 산업 규제가 너무 심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어 업종을 옮겼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위협까지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 ‘넷마블’은 이르면 연내 상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시장 가치는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넷마블의 비상장 주식의 25%는 중국 최대 게임 유통사인 ‘텐센트’가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중국에의 자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자체의 게임 산업 경쟁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위협 요소다. 중국 정부는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자 이를 정식 산업 분야로 인정했다. 이에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게임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의 게임 산업은 연 30%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 규모를 키우고 있다.


e-sports도 피해갈 수 없는 위기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에는 우수한 게임 개발력뿐만 아니라 우수한 실력의 게이머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e-sports(아래 이스포츠)의 종주국’으로 불릴 정도다. 1990년대 후반의 ‘스타크래프트’부터 지금의 ‘리그오브레전드’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게이머들은 항상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을 보이며 우리나라의 명성을 널리 알렸다. 일례로 지난 2015년 개최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213만 달러)에서는 결승에 오른 두 팀이 모두 한국 팀으로 이스포츠 종주국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포츠 역시 게임 산업계 전반에 퍼진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국내 이스포츠는 부정적 인식, 선수 유출 문제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임 산업 규제를 원동력으로 사회 전반에 퍼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스포츠에도 그대로 옮겨져 왔다.

이와 함께 프로게이머들의 해외 유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이스포츠의 인기와 성장은 우수한 역량을 가진 프로게이머들에게 달린 만큼 아주 중대한 문제다. 이는 중국의 거대한 게임 관련 자본을 우리나라의 이스포츠 규모가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프로게임단 삼성 갤럭시 화이트의 프로게이머 전원은 우승 직후 중국으로 이적해 활동하고 있다. 중국의 프로게임단 VG(Vici Gaming)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있는 최인규(닉네임 : Dandy)씨는 “중국에서 온 제의가 한국에서 제안 받은 금액보다 5배 이상 높아 중국행을 결정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주전으로 프로생활을 했던 선수라면 대부분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중국으로 이적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이스포츠 시장이 한국으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최씨는 “금전적인 측면은 물론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자체도 한국보다 좋고 규모도 큰 편”이라며 중국으로 이적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시장 규모 위축이 우수한 자원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게임단 ROX 타이거즈 소속 프로게이머 강범현(닉네임 : GorilA)씨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점차 게임의 순기능을 찾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게임도 하나의 스포츠로 인식되고 거기에 맞춰 사회적 인식이나 장치들이 제도화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부의 게임 산업 정책 엇박자


게임 산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의견 대립 역시 게임 산업에 큰 어려움이다. 국내 게임 산업이 정부의 산업 진흥책이나 규제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각 부처 간 게임 산업에 대한 시선 차가 존재한다. 문제는 그 시선 차가 상호 조정되지 않은 채 게임 산업 정책에 반영돼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19일 미래창조과학부(아래 미래부)와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는 ‘게임과 가상현실 등 융합콘텐츠 산업 육성 대책(아래 게임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양 부처는 오는 2018년까지 3년간 1천557억 원을 투자해 게임 산업 발달을 도모하기로 했다. 그 내용은 ▲차세대 게임 콘텐츠 육성 ▲제작지원 확대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게임 민간 자율등급분류제 확대 추진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 김종덕 장관은 “게임 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접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융합 산업으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미래부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미래부와 함께 차세대 게임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전 방위적 육성 대책을 추진해 제2의 게임 산업 부흥기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산업 육성 대책이 발표되고 6일 뒤인 지난 2월 25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에서는 게임 중독을 알코올, 마약, 도박처럼 질병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실제로 정부가 인터넷 중독에 대한 질병 코드 신설을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아직 질병코드로 관리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현재도 게임 중독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잘 관리하자는 취지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복지부는 초·중·고등학교 내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 등의 선별 검사를 강화하기로 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문체부 관할의 게임 산업 육성 대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복지부 관할의 규제 정책이 연이어 나오는 촌극이 벌어지면서 게임 업계는 더 큰 혼란과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다. 아직까지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약 25%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만큼 그 가치와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 역시 사실이다. 단순한 오락문화로 게임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으로서 안정적인 관련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자료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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