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김용학 총장이 지난 2월 1일 취임했다. 지난 2015년에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교내 논란으로 많은 걱정들과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합의된 규칙을 통해 선출된 김용학 총장의 취임은 교내외에 높은 기대를 낳고 있다.

김용학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취임에 덧붙여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눈에 띄는 성과가 단기간에 산출되지 않을 때 쉬운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를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학 총장이 내세운 새로운 목표인 ‘융합’과 ‘소통’이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분명하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추상적인 이념들을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만들고 뿌리 내리게 해야할 것이다.

둘째, 대학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대학의 발전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먼저 대학입학생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대학의 교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애써 배출한 대학원생들의 취업 기회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도 동결 내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공계의 과거와 같은 팽창은 이제 옛날이 되고 정부정책은 연구개발 예산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정부재정 중 고등교육에 지출되는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대학에 들어오는 예산은 등록금 동결로 인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대학은 우수한 인재의 유치를 위해 국내 대학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학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대학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한 발전전략이 세워지고 집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 임기 안에 실현가능한 과제들과 중장기적인 전망 속에 기반을 닦을 과제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교원 승진의 예측성 강화나 부총장 책임제 등은 임기 내에 실현가능한 과제들이다. 하지만 창의적 인재의 양성과 융합 연구의 활성화 등은 짧은 기간 내에 이룰 수 있는 과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진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

넷째, 소통의 장을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열고 이를 시스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의 구성원은 학부생, 대학원생, 직원, 학부모, 졸업생, 교원까지 매우 다양한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학교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논의의 장과 이를 수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의견은 자동적으로 모여지는 것이 아니며, 많은 의견을 걸러내고 모아 건설적인 제안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시스템화를 위한 투자를 통해 연세 소통의 장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다섯째, 한국 사회와 대학을 향해 미래적인 화두를 던져야 할 것이다. 언제서부터인가 대학이 사회를 이끌기는커녕 기업의 수용에 대응하지 못하는 ‘철밥통’의 조직으로 조롱당하고 있다. 이에는 현재에 안주하고 변화에 무심한 대학의 책임도 일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연세대학교의 위상에 걸맞은 고등교육의 목표와 대학의 역할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100년을 향해 미래를 이끌어 가는 대학’ 은 매우 의미 깊다. 앞으로 이에 걸맞은 화두들과 이를 내용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도 제시되길 기대한다.

다시 한 번 18대 김용학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미래의 100년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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