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대학에 입학할 때 가장 기대하던 것이 무엇인가요? 아카라카와 연고전, 대동제 등 연세대학교의 축제나 동아리 활동, 혹은 과별 행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들은 대부분 신촌캠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 행사 때마다 국제캠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송도와 신촌을 왕복해야 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비용과 편리성을 고려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과연 이 교통(交通)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걸까요? 혹시 소외된 사람들은 없을까요?

연세대학교에는 100여 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으며, 매년 15명 정도의 장애학생이 입학하고 있습니다. 국제캠과 신촌캠을 오가는 대중교통에는 학교 셔틀버스, 송도~서울을 잇는 광역버스, 지하철이 있는데, 이 세 가지 교통수단 중 장애학생, 특히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과 지체 장애학생들이 탈 수 있는 것은 지하철밖에 없습니다. 장애인 콜밴은 시외(市外) 운영을 하지 않고 비용도 비싸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비장애학생들이 셔틀버스, 광역버스, 지하철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는 것과는 크게 다릅니다. 현 상황에서는 안타깝게도 장애학생들에게는 마음대로 ‘학교를 돌아다닐’ 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선택권, 즉 이동권이 제한된 여파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킵니다. 먼저 시간의 차이입니다. 대다수의 비장애학생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와 광역버스는 국제캠 기숙사 앞부터 신촌캠 강의실 바로 앞까지 60~70분이면 도착합니다. 두 버스의 교통상황이나 탑승 대기시간을 고려해 보더라도 편도 90~100분이면 도착합니다. 하지만 장애학생이 지하철을 탈 때는 편도로만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이는 승강기가 ‘있고’, 고장 나지 않고 ‘잘 동작하는’ 역만을 찾아 캠퍼스타운역에서 계양역으로 간 후, 공항철도로 환승하여 홍대입구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환승해서 신촌역까지 오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역에서 국제캠과 신촌캠까지 도보로 오는 과정까지, 양 캠퍼스를 오가려면 빙빙 돌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안전성의 문제입니다. 신촌역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매우 넓어 휠체어가 타고 내릴 때 바퀴가 빠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또한, 환승과정에서 쓰이는 승강기가 낙후되어 잔고장이 많기 때문에 승강기 안에 갇힐 위험도 높습니다. 저도 실제로 신촌역 열차에서 내리는 도중 바퀴가 빠지고, 홍대입구역의 승강기가 갑자기 고장 나서 그대로 그 역에 발이 묶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행사에 늦는 것도 걱정됐지만, 이대로 더 큰 사고로 이어질까봐 계속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 지난 2015년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진행한 'Barrier-Free 워크숍'에서 한 학생이 리프트 버스에 탑승을 시연해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들과 불편을 겪지 않을 방법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셔틀버스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면 될 것입니다. 이는 바로 국제캠과 신촌캠을 오가는 ‘리프트 셔틀버스’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리프트 버스란 고속버스 차량의 뒷문 혹은 옆쪽 문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고, 차량의 뒷좌석을 제거한 버스입니다. 휠체어 사용자들이 의자에 옮겨 앉을 필요 없이 휠체어에 탄 상태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외버스이죠. 버스기사님이 리모콘을 누르면 수납된 휠체어 리프트가 전자동으로 상하로 움직이며 휠체어 사용자를 탑승시키는 방식입니다. 리프트 버스를 셔틀버스로 두면 장애학생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필요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캠퍼스를 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2만 5천여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 중 100여 명의 장애학생을 위해서 리프트 버스를 도입하는 것이 ‘비효율적인데, 이렇게까지 편의를 봐줘야 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프트 버스가 기존 셔틀버스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프트 셔틀버스는 장애학생의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뿐 아니라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을 기르는 인권 교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자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연세대학교 학생으로서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라는 특성 하나 때문에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항상 한탄스러웠습니다. 장애는 한 사람의 정체성처럼 개인이 가진 특성 중 하나인데, 그 특성 하나 때문에 이동권을 제한받고, 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다면 이는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인 리프트 셔틀버스가 꼭 필요합니다. 장애학생이 모든 교통을 다 이용할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의 접근성은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리프트 셔틀버스를 도입하게 되면 장애학생의 편의뿐 아니라 비장애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인권 교육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2012년까지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소장을 하셨던 남형두 교수님께서는 '휠체어 리프트에 타고 내리며 장애학생이 승하차 하는 것을 조금씩 기다리면서, 비장애학생들은 불편함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고등학생까지, 혹은 사회에 나가서 흔히 좀처럼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제가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는 것을 도와주던 이동보조 도우미 친구들, 그리고 저와 함께 생활했던 동기, 선후배님들은 '혼자 다닐 땐 몰랐는데, 생각보다 길이 너무 매끄럽지 않다', '되게 힘들었겠다'라며 저를 위로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서로의 불편함을 알아가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통(交通),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서로 통한다는 뜻입니다. 국제캠퍼스와 신촌캠퍼스는 연세대학교라는 하나의 이름인데, 이 둘을 이어 주지 못한다면 진정한 하나의 캠퍼스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는 장애학생의 최소한의 안정성과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고, 리프트 셔틀버스 도입도 단기적으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은 연세의 문화를 이끄는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하는 법을 소통하게 하는 ‘교통(交通)’이기에.

<사진제공 정아영>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