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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도 미래도 없는 길 잃은 위안부 역사 교육기억해야 할 역사 외면하는 교과서
  • 서형원 기자, 주은혜 기자
  • 승인 2016.02.27 21:29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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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귀향』. 일본군 ‘위안부’(아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다룬 이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위안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역사를 접하는 경로인 교육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얼마나, 어떻게 주목하고 있을까? 위안부를 다루는 우리나라의 공교육 실태를 짚어본다.

위안부, 우리는 어디까지 배우고 있나?

우리나라의 위안부에 대한 교육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현재 초·중·고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에 주목해봤다. 먼저, 초등학교의 경우 2016년부터 일종으로 통일된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 교과서에는 위안부라는 명칭 언급 없이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는 정도의 추상적인 서술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초등학생의 발달수준을 고려해 기술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추상적인 서술에 그치고 있는 초등학교 사회 국정교과서

한편,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9종, 8종의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 17종 교과서를 대상으로 해 4가지 기준에 의해 분석해봤다. 해당 기준은 동북아 역사재단,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위안부e역사관’에서 위안부 관련 주요쟁점을 정리한 연표와 국제사회에서 위안부를 조명하는 방식을 참고해 설정했으며,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1)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억압적 위안부 동원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가?
2) 지난 1965년 한·일 기본 조약과 위안부 문제를 연결해서 다루고 있는가?
3) 오늘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노력을 기술하고 있는가?
4) 위안부 문제를 현대적으로 조명해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가?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교과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먼저 첫 번째 기준을 통해 분석한 결과 모든 교과서가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에 대해서는 서술하고 있었지만, 그 구체성에는 차이가 있었다. 1930년대 초부터 시작된 국가 주도의 위안소 설치와 조직적인 위안부 운영까지를 다룬 교과서가 있는 반면, “전쟁 중 여성들이 위안부로 희생당했다”는 식의 단편적인 사실만을 언급하고 있는 교과서도 있었다.

두 번째 기준인 한·일 기본조약을 기술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는 교과서도 거의 없었다.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의 부속협정인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2조 1항은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 (중략)…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약은 향후 위안부를 비롯한 개인의 피해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함으로써 개인에 대한 피해배상 문제의 재논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오늘날 위안부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이 조약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사안을 복합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세 번째 기준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오늘날의 노력은 대부분의 교과서에 비교적 잘 서술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촉구하는 ‘수요집회’, 수요집회 1천 회를 기념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내는 ‘나눔의 집’까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조차 서술하지 않음으로써 위안부 문제를 과거의 종결된 사건으로 다루는 교과서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위안부 문제를 여성 인권의 측면에서 조명한 교과서는 금성출판사 교과서 하나뿐이었다. 이 교과서는 여성 국제 전범 법정*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로 규정했음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국제사회가 이를 여성 인권 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교과서가 위안부를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 사례로 주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외에 나머지 교과서에서는 위안부를 보편적인 인권문제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15년 9월, 이러한 교과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위안부 바로 알기’를 위한 보조교재를 온라인과 일부 학교에 배포했다. 하지만 아직 시범운영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확대되더라도 교과서만큼의 중요성을 지니고 활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 문장 서술에 그치는 「지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천재교육」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교사도, 학생도 느끼는 부족함

그렇다면 이런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교사와 학생들은 현행 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동원고등학교 역사교사 공기택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교육이 필요한데, 그러기에 현행 교과서의 대부분은 서술량 자체가 적고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위안부 문제가 미완의 상태로 남았다는 언급 역시 부족한 교과서 많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통해서도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위안부에 대한 서술을 완전히 누락하고 있는 교과서는 없었다. 그러나 많은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를 적은 분량으로 서술하거나, 본문이 아닌 ‘심화학습’ 및 ‘체험활동’ 등을 통해 언급하고 있어 학생들이 해당 내용을 그냥 지나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 시간이 아닌 문학 시간에 배웠다는 백효주(16)양은 “역사교과서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갈도윤(19)양은 “일본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시간을 따로 내서 말씀해주셨던 것과 역사 선생님이 수업과는 별개로 잠깐 말씀해주셨던 것 외에는 정식으로 위안부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갈양은 이어 “학교보다는 SNS를 통해 위안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대학 진학 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단체인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했던 우리대학교 추미진(사회·15)씨는 “학창시절에 공교육을 통해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운 적이 없다”며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는 경로가 부재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는 교과서에서 보편적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지 및 학습은 주로 교실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아닌 오늘의 문제

위안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비단 우리가 피해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대학교 김성보 교수(문과대‧한국현대사)는 위안부 문제를 “20세기에 광범하게 자행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과 성찰, 극복을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위안부 문제가 지나간 슬픈 사건이 아닌 구조적 폭력 속 개인의 인권이 유린당한 사례로 다뤄져야 하며, 향후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역사적 선례로서 교육돼야 함을 의미한다.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인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은 외국 교육계가 이 사안을 조명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교육부는 공립학교 10학년 교육과정에서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오는 5월 최종 확정을 앞둔 해당 지침은 위안부 문제를 국가 주도로 진행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례로 지목하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역사적 선례라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1888년 설립된 ‘빅3 교육 기업’ 중 하나인 미국 맥그로-힐의 세계사 교과서는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뤄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맥그로-힐 측은 위안부에 대한 연구 결과가 틀림이 없으며, 위안부 문제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조명하는 시각이 변화하려면, 먼저 그에 상응하는 교육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과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서술은 매우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사실 전달 수준에서 그치고 있으며, 사안에 대한 심화적인 학습은 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고려대 이산(역사교육·13)씨는 “위안부 문제를 깊이 있게 배우면 여성에 대한 억압 및 성폭력이 전쟁과 맞물려 형성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고,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닐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전쟁일반에 대한 반대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고민들을 하기엔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본군이 위안부제도를 운영하게 된 이유, 위안부 동원 과정과 위안소 운영 실태, 위안부의 귀환과정,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 후의 전개과정들이 추가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으며, “위안부 문제는 역사 교육의 영역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인권-평화 교육과 연결해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말이 있다. 과거 위안부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피해국으로서 그리고 오늘날 여성, 인권, 성에 대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위안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고민은 학생도, 교사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교과서를 통해서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여성 국제 전범 법정 : 일제 식민지하의 전쟁에서 일어난 일본군 성노예제도에 대한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고,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만든 형사법정으로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 국제 인권 법정.


글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주은혜 기자

gracechoo@yonsei.ac.kr

서형원 기자, 주은혜 기자  ssyhw35@yonsei.ac.kr, gracech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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