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박준영 변호사를 기대하며

얼마 전 TV를 보다가 한 변호사를 알게 되었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이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변호를 도맡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랐고 청소년기에는 방황을 했다고도 말했다. 박준영은 고졸출신 변호사이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부의 사법시험 4년간 폐지 유예 입장 발표가 있었다.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사 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여론조사 결과 사시 존치에 찬성 하는 의견: 85.4%) 최근에는 국회의원과 고위층 공무원 자녀들의 로스쿨 관련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기도 하였다. 국민들은 이들의 로스쿨 입학과 이후 사회 진출 과정에서 특혜가 제공된 것이 아니냐며 로스쿨 제도의 공정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국민들에게 로스쿨은 위와 같은 이유로 현대판 음서제도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금수저들의 특혜 논란과는 별개로 이미 법학전문대학원이 본래에 도 입 취지와는 다르게 결국에는 학벌 사회를 고착화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 경력 판사 절반 이상이 SKY 출신이라는 점, SKY 3개 교의 로스쿨 합격생 절반 이상이 자교 출신이라는 것은 이를 단적 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로스쿨은 4년제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만이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명백하다.

로스쿨 진학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나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실제로 30대 이 상 합격자 수가 적다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부합 하지 않아 보인다. 기존 사법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이, 7년이 지난 지금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지는 않았는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발표를 찬성하는 바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제도에 브레이크를 걸어 문제점을 정밀 진단하고 해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법무부가 내놓은 안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방안 중 하나는 사시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사시 존치 효과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 를 가진다. 다양성 보장을 위해 탄생한 현행 로스쿨 제도는 학벌, 학력, 나이로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을 오히려 옥죄고 있다. 오히려 다양성을 해치고 직업 선택이라는 기본권마저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박준영 변호사도 정부 원안대로 당장 2017년에 사법 고시가 폐지되고 현행 로스쿨이 계속되는 상황에 놓였더라면 법조인이 되는 것을 꿈꿀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의 최종학력은 고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법고시 폐지 ‘유예’ 발표는 사시와 로스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조계 내의 각기 다른 집단들의 파워게임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유예’ 기간이 되어야 한다.

아직 법무부는 대략적인 방안만을 제시했을 뿐 사시 존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꺼리고 있다. 앞으로 남은 4년간 로스쿨 제도의 장점은 살리되 폐해는 극복할 수 있으며 국민들의 공감도 이끌어 낼 수 있는 법무부의 묘안이 필요하다. 제 2, 제 3의 박준영 변호사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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