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할게요, 세 가지 리스트!

 모두들 이번 방학을 야심 차게 보낼 계획을 짜놓았을 것이다. 계절학기에 A+받기, 아르바이트, 대외 활동……. 이런 평범한 계획들에서 벗어나 색다른 방학을 보내고 싶은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번 방학에 함께하면 좋을 책과 문화 활동, 그리고 전시회를! 거창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이 리스트, 연애편지 봉투를 뜯듯 조심히 열어보자.

독서 여행을 떠나다

‘어떤 책이 재밌을까?’ 도서관에서 이런 막막한 순간을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어려운 단어들이 즐비한 전공서는 이제 지겨운 우리들을 위해 서유미 소설가가 나섰다. 서씨는 지난 2007년 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단에 데뷔해 2007년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소설가다.
서씨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법한 책으로 오현종의 『옛날 옛적 자객의 칼날은』 과 강태식의 『두 얼굴의 사나이』를 추천했다. 해당 도서를 추천하는 까닭으로 서씨는 “한 번 손에 잡으면 지루할 틈 없이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지만 인간의 실존과 욕망, 그리고 이중성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며 “두 소설 모두 추리의 요소를 담고 있으니 잠이 안 오는 겨울밤 귤을 까먹으면서, 나른한 오후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읽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씨는 2016년을 맞이한 대학생들에게 “모두들 대학생 때가 좋은 시절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젊음은 위태롭고 불안한 게 정상”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서씨는 “연애도 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돈도 벌고, 장학금도 타고…… 이런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있겠지만 이런 강박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소박한 목표를 하나씩 정해두고 성취감을 더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을 남겼다.
이번 방학에는 서씨가 추천해준 책 속의 언어들을 곱씹어보며, 작품 속 주인공에게 동화돼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는 것도 색다른 책 읽기의 한 방식이 될 것이다.

문학과 건축이 뭉치다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연희 문학 창작촌 미디어랩실에서는 오는 9일, 16일, 23일 총 3회에 걸쳐 프로그램 ‘문학의 공간’이 진행된다. <관련기사 .zip 19호 8면 ‘도심 속 문학의 숲, 연희 문학 창작촌’> 이번 방학에 대학생들이 문학, 그리고 예술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문학의 공간’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봄, 서형경, 장성욱 소설가 그리고 이덕종 건축가가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상의 『날개』,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 하성란의 『곰팡이 꽃』과 『옆집 여자』 속에 나타나는 공간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어질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들이 조금 더 문학과 예술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문학의 공간’을 총괄하는 김봄 소설가를 만났다.
김씨는 “이 프로그램은 소설 속의 서사적 공간을 소설가가 풀어보고, 그것을 건축미학의 입장에서 건축가가 다듬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문학과 건축의 조합으로 ‘문학의 공간’이라는 주제를 잡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씨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다각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길 바라며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소설가가 문학 작품 속 공간을 이야기하고, 건축가가 그 공간에 대한 건축 미학적 입장을 정리한 뒤 수강생들이 자기의 공간을 직접 미니어처로 제작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앉아서 강의만 듣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직접 체험하는 수업인 셈이다.

영화의 거장을 만나다

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선하거나 혹은 악하다고 보지 않고,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본다.
- Stanley Kubrick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스탠리 큐브릭.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오는 3월 13일까지 영화의 교과서라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전시가 개최된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한 편만 봤어도, 혹은 한 편도 보지 않았어도 괜찮다. 이 전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한 이례적인 전시회기 때문. 그러니 일단 이 전시를 관람하며, 맘껏 사진으로 남겨두자. 시간이 날 때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보면서 전시회에서 찍어둔 설명들과 함께하면 될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창조해낸 감독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지난 1953년 첫 장편 영화 연출 후 1999년 작고 전까지 총 13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며, 우주, 전쟁, 역사, 인간의 내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대표작으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 『킬링』, 『롤리타』 등이 있다. 학교 신문사의 사진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스탠리 큐브릭은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서거에 관해 찍은 사진이 유명 잡지 『Look』에 판매되면서 전문 사진가로 인정받게 됐다. 전문 사진가였던 동시에 영화 감상을 좋아했던 그는 촬영 장비들을 대여해 자신의 사진을 바탕으로 한 영화 『시합날』을 찍었다. 스탠리 큐브릭은 이처럼 독립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며 각본, 연출, 촬영, 조명, 편집 등 영화 제작 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섭렵했다.
이번 스탠리 큐브릭 전(展)은 그의 대표작에 사용된 의상과 소품을 비롯해 미공개 영상과 미완성 유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 인생 전반을 관통한다. 더불어 영상과 음악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스탠리 큐브릭의 예술적 감각을 이해할 수 있는 음악 감상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스탠리 큐브릭의 필모그래피*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자.

지금까지 세 종류의 문화예술 활동을 모아봤다. 어떤가? 생각보다 문화예술은 부담스럽지도 난해하지도 않다. 이번 겨울, 이 리스트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과 친해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모그래피 : 감독, 배우,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의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화 목록을 뜻한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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