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 해피타운에서 나눔을 실현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우리 혹은 타인의 삶에 어떤 기적이 나타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 Helen Adams Keller

거리에서 캐럴이 흘러나오고 조명들이 거리 곳곳에 반짝거리는 날, 바로 크리스마스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도심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대학교 학생 22명은 바깥으로 나가기에 불편한 장애인들과 함께 따뜻한 이브를 보내기 위해 인천광역시 영흥도에 위치한 ‘해피타운’으로 봉사를 떠났다. 지난 2015년 12월 24일 봉사의 주된 활동 목적은 ‘공연을 통해 웃음을 전해주자’는 것. 장애인들에게 전해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품에 꼭 끌어안은 학생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인천 영흥도로 출발했다.

장애인들의 삶이 이뤄지는 곳

우리가 향한 곳은 인천 영흥도에 자리 잡은 중증장애인 요양 시설 해피타운. 이곳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장애인 공간이다. 지난 2015년 준공 8년째를 맞은 해피타운은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일상의 삶 ▲건강한 삶 ▲배워가며 사는 삶 ▲즐기는 삶이 바로 그것이다. 오는 2016년에는 개인의 삶을 추가해 실행할 계획이다.
위 키워드를 바탕으로 장애인들은 자산관리, 안전, 개인정보보호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자신의 목표와 희망에 따라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아 취업 기회 등을 지원 받는다. 이에 해피타운의 장애인들은 영농, 제과·제빵, 전문청소 등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연습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발돋움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정한 만남

이번 봉사를 주최한 것은 우리대학교 기관인 연세 자원봉사단 자원봉사센터다. 자원봉사센터는 지난 12월 7일 홈페이지에 ‘성탄절 이브를 의미 있게 보내실 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이번 봉사를 홍보했으며,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학생들이 나눔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봉사활동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동행한 자원봉사센터 정광순 차장은 이번 봉사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장애인 시설을 찾는 봉사자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영흥도 해피타운으로 매년 학생들과 함께 봉사를 다니고 있다”며 “공연 봉사는 준비를 하는 과정 중 학생들끼리 친목을 도모할 수도 있고, 청중들의 흥을 돋울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뿌듯함이 배가 될 것으로 예상 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봉사를 위해 학생들이 낸 참가비 1만 원은 장애인들에게 전해줄 선물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사용됐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계기로 이번 봉사에 참여하게 됐을까. 채승화(경제·13)씨는 “주로 성당에서 봉사를 하는데, 이외의 공간에서 봉사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김연하(중문·11)씨는 “이번에 졸업하는데 학부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봉사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피타운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학생들은 공연 준비를 하다가 까무룩 잠에 들었지만, 버스는 하염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인천 바다가 보였고, 바다를 옆구리 삼아 몇 개의 다리를 건너자 영흥도였다. 마침내 도착한 해피타운 입구에는 학생들을 환영하기 위해 해피타운 식구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장애인들은 학생들을 와락 껴안으며 반가워했고, 학생들과 장애인들이 손을 맞잡았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사람과 사람의 다정한 만남이었다.
해피타운의 홍대현 사무국장은 “연세대 학생들이 우리 해피타운으로 2년째 봉사를 하러 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해피타운의 직원과 이용자의 연령이 높아서 학생들이 오는 경우가 적은데, 이렇게 또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또한 허솔비 사회복지사는 “연세대는 우리 해피타운에게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새로운 식구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날

해피타운은 가장 먼저 중증장애인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 그리고 설렘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예비 교육을 진행했다. 이 교육은 장애인의 생활을 이해하고, 생소할 수 있는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홍 사무국장은 “해피타운의 이용자들은 보편적인 일상생활을 하려하고, 하루 일과를 정해 활동하면서 직업생활을 하고 있다”며 “때문에 우리는 이용자들이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홍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도움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고, 부족한 부분을 거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생활관에 방문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넸다. 장애인들과 함께 수다 삼매경에 빠져 귤을 까먹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점심식사 전 학생들은 곧 열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강당으로 올라갔다.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한 개그, 노래, 연극, 춤을 연습하기 시작했고 금세 강당은 시끌벅적해졌다. 학생들의 분주한 공연 준비 과정을 바라보던 허 사회복지사는 “크리스마스에 이곳에 있는 장애인들은 늘 보는 식구들과 함께 해야 했는데, 오늘 같이 특별한 날 새로운 식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또한 허 사회복지사는 현재 해피타운의 자원봉사 현황에 대해 “도심에 있는 요양원들의 경우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쉬는 날에도 오히려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지만, 해피타운은 도심으로부터 멀리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소수”라며 나눔의 손길이 필요함을 전했다.

하나 되어, Merry Christmas!

낮 1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됐다. 군대 생활을 바탕으로 개그 공연을 준비한 개그팀, 『개그콘서트』의 「감사합니다」를 패러디 한 연극팀, 트로트를 부르는 노래팀,동요를 따라 부르며 춤추는 댄스팀, 그리고 해피타운 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마법의 성」을 합창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무대에 선 학생들은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해 율동하고 노래했다. 공연이 계속되면서 강당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장애인들과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손을 맞잡으며 손뼉을 쳤다. 또한 깜짝 이벤트로 장애인들 중 노래를 부르고 싶거나 춤추고 싶은 사람이 나와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곡인 「마법의 성」을 다 함께 합창하며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다. 서울 한복판의 클럽을 방불케 한 해피타운의 강당이었다. 김경아(경제·08)씨는 “학우들과 함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무대에서 개그 공연을 한 것이 즐거웠다”며 이번 봉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소영(간호·14)씨는 “무대관련한 걱정이 많았는데, 준비한 연극이 잘 끝난 것 같아 다행이다”고 전했다. 정 차장은 “학생들은 봉사를 통해 나눔에 대한 진정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고, 공연 봉사를 관람한 해피타운의 장애인들 역시 학생들의 애정이 담긴 공연을 보고 감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피타운의 박혜숙 원장은 “먼 곳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돌아가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꿔 달라”고 당부하며 인사했다.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타기 전 학생들은 장애인들과 다시 한 번 포옹했다. 짧은 시간이 었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벗을 두고 떠나는 사람처럼 학생들은 몹시 아쉬워했다. ‘다시 올게요’ 한 마디를 끝으로 학생들은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 흔드는 해피타운의 식구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들과 어울렸다는 것을.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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