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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따뜻함을 만드는 이들추운 겨울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대학생들
  • 서형원 기자
  • 승인 2016.01.04 06:06
  • 호수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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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서 추위에 떨던 소녀는 성냥불이 보여주는 따뜻한 환상에 빠져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따뜻한 환상과는 달리 소녀의 현실은 차갑기만 했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은 소녀에게 잠깐의 따뜻한 환상을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대학가에는 소외된 이웃에게 매서운 추위에도 꺼지지 않는 따뜻함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다. 따뜻함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살펴보자.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을 위해

▲ 한 장 한 장 직접 손으로 연탄을 옮기고 있는 봉사자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바로 겨우내 쓸 연탄을 비축해 놓는 것이다. 오늘날 연탄은 이미 사라져버린 난방 연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탄 배달 봉사단체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과 서울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탄 사용 가구 수는 아직도 16만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 가구 중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 등의 소외 가구로 다른 연료에 비해 값이 싸다는 이유에서 연탄을 사용한다. 그런데 연탄의 무게는 한 장당 약 3.6kg으로 절대 가볍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연탄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구가 위치한 곳은 오르막길과 비좁은 골목길이 가득한 달동네로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연탄은 사람이 직접 날라야 한다. 이에 매년 겨울 달동네 입구부터 꼭대기 언덕 집까지 연탄을 배달하는 연탄 배달 봉사에 대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연탄 봉사에 처음 참여해봤다는 대진대학교 이수연(국제학부·15)씨는 “연탄을 나르는 것 자체도 의미 있지만, 연탄 배달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만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그분들에게 필요한 건 비단 연탄뿐이 아니라 우리의 따뜻한 관심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연탄 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연탄을 나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탄과 함께 그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관심과 온기를 전해준다.

한편, 매서운 추위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겠다며 다양한 재능기부 봉사를 한 학생들도 있다. 우리대학교 UIC 소속 앙상블* 동아리 ‘우베’는 지난 2015년 12월 19일, ‘가브리엘의 집’을 찾아 공연을 했다. 가브리엘의 집은 중증 장애인** 생활시설로, 김정희 원장이 부모의 이혼이나 생활고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시설에 머무는 아이들은 법적 부모가 있거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해당되지 않아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에 후원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우베 부회장 신유리(CDM·15)씨는 “동아리가 생긴 이후 10년 동안 모든 공연의 수익금을 전액 기부해오는 등 나눔에 힘써왔는데 올해에는 연말을 맞아 음악이라는 재능을 살려 봉사를 해보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에 참여한 한관우(IS·12)씨는 “공연을 하는 사람도 마음이 훈훈해졌던 봉사였고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한 학기에 2회 정도 공연하는 것을 계획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즐기는 성탄절

▲ 일일산타가 되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봉사자

한편,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 직접 산타로 변신한 학생들도 있다. KT&G 복지재단에서는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사회복지사업의 일부로 일정 절차에 의해 선발된 대학생들과 함께 ‘일일산타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활동에 참여하는 대학생 봉사자들은 산타로 분장한 뒤 서울 내 각 지역에 있는 아동복지센터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올해는 약 400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지난 12월 23일 산타 분장을 하고 즐거운 성탄절을 선물했다. 이번 봉사에 참여한 상명대학교 박재성(경영·11)씨는 “직접 산타복을 입고 산타 할아버지가 돼 아이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나눠줬는데 선물을 받은 아이들을 보며 뿌듯했다”고 전했다. 경희대학교 오희경(경영·15)씨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 선물을 포장하고 편지를 썼던 기억,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모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의 연합봉사동아리인 ‘나누미’(회장 권도완(생명공학·12)씨) 역시 지난 12월 22일, 마포복지관에서 지역아동센터 나눔 공부방과 소망 어린이집의 아이들을 초대해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었다. 마포 지역아동센터 나눔 공부방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주로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많다. 나누미 봉사단원들의 주도 아래 아이들의 학예발표회가 열렸고 공부방 선생님과 아이들의 부모님들까지 참여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뿐만 아니라 나누미는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함께 동아리 회비 일부를 동아리 이름의 장학금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권씨는 “아이들이 주눅이 든 경우가 많은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축하받으며 행복한 기운을 받아 나아가 자기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권씨는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할 때 힘든 것은 분명하나 누군가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물했다는 생각에 기쁘고 보람차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은 즐거움은 누군가에게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과도 같다. 이런 이들에게 그 즐거움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대학생들의 손길이 있어 올 겨울도 훈훈하게 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앞선 일일산타봉사에 참여한 신해림(20)씨는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기 싫어 활동을 신청한 것도 있었는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고 전했다. 뜻 깊은 연말을 보내고 싶다면 내년에는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신씨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소중한 추억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앙상블 : 두 사람 이상의 연주자에 의한 합주 또는 합창.
**중증장애인 : 2개 이상의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는 장애인.

글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자료사진 연합뉴스, KT&G 복지재단 홍보단 세알>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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