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도 다 가고 추운 겨울이 왔지만, ‘2015’라는 숫자는 나에게는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심지어는 지난 2학기 중간고사 답안지를 쓸 때에도 ‘2015’가 손에 익지 않아 혼났는데, 벌써 2016년을 앞두고 있다니, 참 얼떨떨하다.

이렇게 저렇게 또 한 해를 지나 보내고 2015년도, 5학기나 지내 온 학보사 생활도 슬슬 정리하려는 나에게 또 한 가지 얼떨떨한 것이 있다. 그것은 2년여 동안 먼지구름에 시달리다 지난 10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새 백양로다. 

나는 13학번으로 소위 말하는 ‘반 년 RC’를 경험했다. 입학 후 첫 학기는 신촌캠에서, 두 번째 학기는 송도 국제캠에서 보냈다. 나에게 두 캠퍼스는 모두 의미 있는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신촌캠 백양로에 대한 느낌은 남다르다. 

백양로를 처음 만났던 논술고사 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나는 매일 같이 백양로를 지났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연세인들이 매일매일 백양로를 밟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3년 동안 기숙사에 살았고, 국제캠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매주 신촌을 오갔고, 방학도 반납하고 학보사에 매일 출근하는 바람에 나는 최근의 백양로 변천사를 빠짐없이 지켜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양로 프로젝트가 막 시작됐을 때, 싱크홀 논란이 일었을 때, 공사 현장 근처에서 화재가 났을 때 나는 백양로 위에 있었고,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나의 눈에, 그리고 지면에 담겼다.

나는 백양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새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는 것도 주차장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13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학교의 척추와도 같은 길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리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결국 삽은 백양로를 떴고, 2년이 지난 올해 그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새 문을 열고 들어가 백양로를 다시 만난 소감은, 참 얼떨떨하다는 것이다. 가로수가 빽빽한 것도 아니고, 잔디에 올라가 뒹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것도 아니었고, 다만 요상한 증기가 피어오르는 번쩍번쩍한 조명을 가진 분수가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갑작스레 새해를 맞은 느낌이었다. 품이 맞지 않거나 소매가 무척 긴 새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한 달째 꼬박 새 백양로를 밟고는 있지만, 2015라는 숫자가 날이 가도 어색한 것처럼 새 백양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의를 연세춘추에서 할 일이 있었는데, 이왕 새 단장한 거 다른 학교 사람들에게 백양로 구경이나 시켜주자 싶었다. 그런데 외부 사람들을 옆에 두고 만나는 백양로는 참 휑하기만 해보여 편집국장과 둘이서 민망해했던 기억이 있다.

 
Daum의 지도 서비스에 접속하면 ‘로드뷰’ 기능으로 실제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다가 동기 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로드뷰로 지난 백양로를 추억하는 글을 올린 것이 생각나 Daum으로 접속해 연세대학교를 검색해봤다. 로드뷰 속 백양로는 공사 전, 벚꽃 잎이 만개한 그때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자주 예전의 백양로를 찾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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