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화문과 서울광장 일대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중총궐기대회’라는 이름 아래 약 10만 명의 국민이 모였는데, 이러한 규모는 지난 2008년 ‘광우병을 우려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 이후 7년 만이다. 그만큼 이번 집회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소통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언론에서 이 집회를 보도하는 양상은 이들 간의 소통을 증진시키기보다는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날 광화문 일대는 경찰과 집회자들의 폭력적 대치가 격화됐다.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고 정부와 대통령에 반대하던 일부 집회자들은 사다리나 벽돌, 밧줄 등을 이용해 집회장을 둘러 싼 경찰들에게 대항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경찰은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살포해 이를 진압했다. 이번 민중총궐기 대회의 경우 이들 간의 물리적 폭력은 사건의 본질을 잊히게 할 만큼 부각됐다. 보수 언론에서는 이 집회를 불법시위라고 칭하며 집회자들의 과격한 시위를 비판하는 ‘폭력 시위 프레임’으로 풀어냈다. 반면, 진보 신문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집회를 금지하고 차벽을 설치하는 등의 행위는 헌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임을 강조하며, 집회 당시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중태에 빠진 시민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이들을 비난하는 여론을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와 여당에서는 복면을 쓰고 시위를 할 수 없게 하는 ‘복면금지법’까지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물론 집회자와 경찰의 폭력 상황에 집중하는 것은 비단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후 정부에서도, 여당과 야당에서도 각자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국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일어나게 된 이유나 명분에 대한 토의보다는 그 집회 상황에 대해서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의 가족들은 경찰청장의 과잉진압에 대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잇따라 민주노총 측의 고소, 고발이 이어졌다. 반면, 경찰 측은 집회에서 경찰차 50대가 파손되고 경찰관 113명이 다쳤다며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이들 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했고, 더 나아가 이들을 IS로 바라보는 발언이나 복면을 쓰고 시위할 수 없게 하겠다는 시위실명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후 언론의 보도나 상황 진행에 있어서 사건의 본질은 완벽하게 지워진 것이다. 왜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지, 그 이유에 대한 언론의 심층적인 보도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중총궐기대회가 일어난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됐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역사 교과서를 독단적으로 국정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역사학계를 비롯한 정계,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많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확정 공시하며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높은 관세율로 국산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던 정부가 쌀 수입을 강행해 우리의 쌀 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 노동 시장을 유연화하려는 노동 개혁이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 민생 빈곤, 청년실업 등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도 이들이 모인 결정적인 이유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모였던 자리였지만 정부에게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목표는 하나였다. 하지만 언론은 지난 민중총궐기대회의 본질을 보도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폭력 시위만을 조명했다. 

진실하고 공정한 보도는 언론의 사명이자 기본 조건이다. 불편부당성, 객관성을 지키면서 더 나아가 언론은 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제대로 잡아내고 이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언론이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이분법적인 갈등 구조만 계속해서 부각하고 고착시킨다면 그 사회의 균열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기자들이 펜으로 써내려가는 기사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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