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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기획]살 곳을 찾아 나선 난민들죽음의 바다가 된 지중해와 타국으로 향하는 난민
  • 신준혁 기자
  • 승인 2015.11.29 11:18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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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있는 곳엔 난민이 있기 마련이다. 계속된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된 이들은 인접국인 요르단, 레바논으로 몰렸고, 그 수는 현재 요르단 전체인구 절반인 3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살기 위해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브로커의 꼬임에 넘어가 안전장치 없이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려다 수장된 난민은 최근 1년간 3천500여 명에 이른다. 하루 10명꼴로 죽는 것이다.

난민들의 고된 삶과 피로 물든 지중해

지난 9월 2일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이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후 독일은 즉각 국경을 개방하고 한시적으로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난민을 받아들였다. 쿠르디 충격 사흘 뒤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은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면서 “유럽의 모든 가톨릭 교구가 난민 가족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바티칸의 두 교구가 앞장서 각각 한 가족씩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내놓았다. 면적 0.44㎢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바티칸까지 난민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한편, 피난처 제공보다도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분쟁을 종식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각지에 흩어진 난민들을 유럽이 모두 받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1년 발발한 내전으로 생긴 시리아 난민은 400만 명을 넘어섰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은 터키에 190만 명, 레바논에 110만 명, 요르단에 63만 명, 이라크에 25만 명이 있다. 시리아 내에서 고향을 떠나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피신한 이도 500만 명에 달한다. 시리아 전체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900만 명이 집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삶을 4년 넘게 이어나가고 있으니 심각한 실정임을 알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시리아 난민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구호 지원의 규모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난민들은 하루 빵 한두 덩이와 우유 한 갑에 의존하며 천막에서 집단 투숙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난민캠프 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난민이 더 많다는 것이다. 시리아와 인접한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거리에는 구두닦이나 짐 나르기를 하면서 번 푼돈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는 시리아인부터 쓰레기통을 뒤지며 개나 고양이가 먹을 법한 음식물을 찾는 이들까지 존재한다.

▲ 유럽을 향해 가고 있는 난민들의 모습

파리 테러 이후 변화하는 난민에 대한 인식

일각에서는 중동·북아프리카인들이 정세 불안을 이용해 난민이란 이름으로 선진국에 ‘불법이민’을 하려 한다고도 주장한다. 유럽 언론들이 자국에 들이는 난민을, 영어로 난민을 뜻하는 ‘레퓨지(refugee)’가 아닌 ‘이미그랜트(immigrant)’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의중이 반영돼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리테러 이후,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던 독일에서까지도 반대 여론이 강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테러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분쟁지역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서경대 홍지수(국어국문·11)씨는 “솔직히 시리아 난민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내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 더 앞선다”며 “누가 난민인지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한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우리나라의 태도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시리아 난민 200여 명이 입국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많은 난민들이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으며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 학생은 대체로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경준(정경경영·11)씨는 “시리아 난민 이야기는 유럽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다”며 “우리나라에도 난민들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오고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23건이던 난민 신청은 지난 2014년 2천896건으로 6.8배 증가했다. 올해 역시 5월 말까지의 신청 건수가 총 1천633건으로 집계됐는데 하루 평균 10건 가까이 신청이 들어오는 셈이다. 하지만 난민들이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난민 인정 건수는 47건으로 신청 건수의 11.1%를 차지했지만 지난 2014년에는 94건으로 3.2%에 불과했다. 이는 OECD의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의 난민지위 인정 비율은 OECD 가입국 32개 가운데 26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인정률은 5.3%로 캐나다 45.9%, 영국 30.9%, 미국 30.3%, 독일 25.8%, 프랑스 14.3%와 비교해 크게 뒤떨어진다.

일각에서는 난민 수용이 지체되는 이유를 까다로운 심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난민에게 자국에서 박해를 받았다는 근거를 요구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급하게 도망쳐 나오다 보면 난민임을 증명할 자료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난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동의 분쟁 지역 난민 문제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으로 난민들 중에 테러 조직과 연계된 사람들이거나 테러 위험인물을 찾아내기 위한 보안 검색은 정당하고, 또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전쟁과 가난을 피해 도망 나온 난민을 외면하는 것은 인도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글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자료사진 연합뉴스, 뉴시스>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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