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인문예술대학 역사문화학과 이인재 교수를 만나다.

‘카톡, 카톡’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카카오톡(아래 카톡)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어쩌면 교수에게는 넘어야 할 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카톡을 활용하는 교수가 있으니 바로 우리대학교 이인재 교수(인예대·한국중세사)다. 카톡을 이용하는 수업 방식을 처음 보면 놀라겠지만, 금세 학생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이 교수를 클래식이 잔잔히 깔린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pp’ 피아니시모, 매우 여리게

 

이 교수는 원주캠 학생복지처장, 인문예술대학장, 원주박물관장, 인문도시 원주 사업단장, 한국역사연구회장 등의 경력을 자랑하는 열정적인 교수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연대를 나왔기 때문에 무조건 연대를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어느 과를 갈지 고민하다가 사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우연히 역사학을 배우게 됐다. 단순히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했던 그의 시작은 ‘피아니시모’. 매우 여리고 잔잔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군복무 시절, 교수에게 운명적인 삶이 다가왔다. 바로 이 교수가 미군부대 소속 군인들을 지휘하는 부대에 입대한 것이다. 미군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번역하는 일이 잦았고, 이에 이 교수는 많은 자료들을 접하게 됐다. 당시는 검열이 심하던 1970~1980년대였는데, 이 교수는 이곳에서 검열을 거치지 않고 들어오는 수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이때 접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한국사가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에 의문을 품으며 ‘학자’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crescendo’ 크레센도, 점점 세게

교단에 서는 것은 물론 처장과 학장, 관장 등 교내 단체를 대변하는 장(長)으로서 이 교수는 원주캠 곳곳에 발자국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특별한 신념을 가지고 캠퍼스 설계에도 참여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21세기로 나아가는 청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이 설계에 녹아있다. 이 교수는 “산업사회로 들어갈 때는 전문적인 지력이 가장 중요했으나, 문화사회로 가는 21세기는 사람의 감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은 학생들의 감성에 굉장히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원주캠의 건물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청연학사를 제외하고 자연을 넘어서는 건물이 없다. 즉, 어떤 건물에서 창밖을 바라보든 주변의 자연과 눈높이가 일치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교수는 “도시의 속도에서는 스스로를 관찰할 시간이 없는 반면 자연의 속도로 살다보면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며 자연의 속도로 사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주캠은 이런 이 교수의 철학을 보여준다.

‘f’ 포르테, 세게

현재 이 교수는 원주 인문도시 사업(아래 인문도시 사업) 단장을 맡고 있다. 인문도시 사업은 ‘생명, 협동, 나눔의 미래 인문학’을 슬로건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다. 이 교수는 “인문학이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학문임을 확인하는 사업”이라며 “아직은 시행 초기라 미숙함도 있지만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탕으로 인문도시 원주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인문도시 사업은 새로운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기존의 시장경제 체제로는 미래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에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앞으로의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일수록 모든 분야의 근간이자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주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인문도시 채택이 늦게 선정돼 이 교수의 하루는 누구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이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준비 하다 보니 홍보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많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peat mark’ 도돌이표, 끊임없이

그렇다면 이 교수가 이렇게 학생들을 위해, 그리고 학교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일까? 기자는 인터뷰를 통해 이 교수의 여러 가지 습관들이 그 원동력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이 교수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영재는 없고, 있어도 드물다”며 “범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욕망과 싸우는 것이며, 그 방법은 습관”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자신 역시 영재가 아닌 범재라는 것을 내비쳤다. 학교에 오면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정해진 스케줄대로 사료를 분석하는 등 공부 습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 이 교수는 ‘계획한 것을 미리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습관’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갑자기 일을 벌일 경우에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라며 “내 계획을 평소에 미리 얘기해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습관은 다름 아닌 ‘아내와의 대화’였다. 교수로서의 습관이 아닌 ‘남편’으로서의 습관이었기에 눈길을 끌었다. “간호학을 전공한 아내와 대화하기 위해 의학용어를 공부했다”라고 말하는 이 교수의 모습에서 남편으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이 보였다.

‘fine’ 피네, 마치며

중년의 이 교수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청년들과 어떻게 다를까?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가능성 많은 이십대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할 수 있다”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 교수는 “내가 이십대였을 땐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낙후돼 있어 많은 경험을 직접 쌓을 기회가 적었지만, 지금의 이십대들은 새로운 것에 부딪혀볼 기회가 많다”며 “청춘이라면 여행을 많이 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청춘들이 여행을 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10일 여행을 위해서는 100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준비가 미진한 상태에서 여행 간 학생들은 순간의 풍경에 놀랄 뿐, 여행의 과정과 자신이 느낀 점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학생들에게 젊은 사고방식으로 다가가는 이 교수의 행보는 ‘지금까지’보다 ‘지금부터’가 더 기대된다. 오늘도, 내일도 이 교수는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또한 학생들이 깊은 성찰을 통해 자연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며 도와준다. 이 교수의 열정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그의 미래는 아직도 눈부시다.

*범재(凡才) : 평범한 재주, 혹은 평범한 재주를 가진 사람.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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