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와 가치창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하루에 버려지는 생활쓰레기양 약 5만 톤. 쓰레기차가 줄을 지어 달린다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을 정도의 쓰레기가 매일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를 찾지 못할 정도다. 쓰레기의 발생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방안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쓰레기 재활용을 넘어 재활용에 대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up-cycle)이다.

업사이클이란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소재를 비슷한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에서 더 나아가 디자인과 가치를 입히는 한 단계 높은 개념의 재활용이다. 이는 재활용이 가진 저품질과 저수요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김원섭 교수는 “업사이클은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자원 고갈 현상이 예측되면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개념”이라며 “환경보전과 자원의 영속적인 활용을 근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쓰레기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의 과정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인 재활용은 사실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쓰레기란 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쓰임이 다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쓰레기인 다 먹은 사과 찌꺼기가 개미에게는 먹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자연에서는 그 다음 단계의 사용자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 거름이 되면 다시 다른 사과로 돌아가는 것을 한 주기, 즉 사이클(cycle)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고 자주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등은 다음 단계의 쓰임을 찾기 쉽지 않고, 매우 천천히 분해된다. 완전히 분해되기 위해서 플라스틱은 80년, 알루미늄 캔은 500년이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이클이 만들어지지 않고, 쓰레기는 계속 쌓여만 가는 것이다. 이에 쌓여만 가는 쓰레기의 다음 단계의 쓰임을 찾기 위해 등장한 것이 ‘리사이클’, 즉 재활용이다. 하지만 재활용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활용품은 더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자리 잡혀있고, 재활용될 수 있는 자원도 제한적이기에 재활용은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활용이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인정받는 업사이클이 등장한 것이다. 업사이클은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와 맞물려 단순한 환경운동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패션과 목공예 등 다양한 산업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업사이클

업사이클의 대표적 사례는 스위스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은 ‘프라이탁(freitag)’이다. 이들은 트럭을 덮는 방수천막을 업사이클해 가방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업사이클의 개념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외국에 이어 우리나라 또한 업사이클에 도전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업사이클 기업은 ‘터치포굿(touch4good)’이다. 이들은 선거철이 지나면 수없이 많이 버려지는 선거현수막을 이용해 가방을 만든다. 또한, 터치포굿은 기술 개발을 통해 쓰레기를 담요와 포스트잇과 같은 상품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버려지면 분해되는데 100년 가까이 걸리는 페트병을 녹여 담요를 만드는가 하면, 서울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사용했던 이면지를 업사이클해 포스트잇을 만들어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업사이클 업계들은 ‘재활용 제품이니까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고 있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업사이클 업체는 지난 2007년부터 디자이너 그룹을 중심으로 시작됐다가, 2015년 현재 100여 팀이 활동하고 있다.

▲ 고려대 비스퀘어드가 부러진 방망이를 업사이클해 만든 목공예품들


한편, 대학사회 안에서도 업사이클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 인액터스*에 소속된 팀 프로젝트인 ‘비스퀘어드(bsquared)’는 부러진 야구 방망이를 업사이클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 시내 고등학교 야구부의 부러진 야구 방망이를 직접 수거해 업사이클 제품을 구상한다. 그리고 이를 공예가에게 맡겨 다양한 목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제품은 현재 고려대 크림슨스토어와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중이며, 수익금 일부는 고등학교 야구부나 유소년 야구 꿈나무들이 새 야구 배트로 교체할 수 있도록 지원되고 있다. 비스퀘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 안승필(언어학·12)씨는 “업사이클은 재활용의 가치를 뛰어넘는 매력적인 것”이라며 “업사이클 시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사람들이 업사이클의 가치를 많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비스퀘어드를 더 가치 있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사업을 더 확장해 다른 스포츠 폐자원들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평소 업사이클에 관심을 두고 있는 덕성여대 최희준(의상디자인학·15)씨는 “과거에 옷을 쉽게 사고 버렸는데, 전 세계적으로 의류폐기물량이 급속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업사이클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다”며 “인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디자인이 아니라 버려진 것들을 다시 디자인해 자연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업사이클이 나아가야 할 방향

현대 사회는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많이 버리는 시대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별 재활용률은 1위지만, 재활용 제품화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버려진 자원은 자원 그대로 단순 재활용될 뿐 제품화되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재활용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업 활동이 될 것”이라며 “업사이클 산업은 쓰레기에서 산업을 꽃피우는 최근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환경부는 업사이클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구, 순천 등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업사이클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그 지역에서 많이 나오는 재활용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재활용은 새롭게 거듭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 속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업사이클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업사이클 제품의 체계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며 “업사이클 산업과 관련한 정부의 제도적인 보완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업사이클이 진정한 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것만을 찾던 우리에게 업사이클은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업사이클은 우리에게 환경보호를 위한 희생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쓰임을 다한 것에 가치를 입혀 사람들이 찾도록 재탄생시키고 있다. 업사이클의 확대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리고 더불어 사는 지구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액터스 : 기업가 정신의 실천으로, 삶을 변화시키며 지속 가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학생, 교육인, 기업인들의 공동체다. 대학생이 지도교수와 기업인들과 협력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자료사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비스퀘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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