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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연세문화상] 심사평

(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심사평

정명교

문과대 국문학과 교수

시가 정서의 표현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심규현의 쉼표와 정혜미의 꽃다발은 청춘의 심사가 이끄는 대로 성장과 만남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혜미에겐 꽃다발을 은유이자 동시에 매개물로 사용하는 재기도 있다. 이 솔직한 마음들에 진지한 물음을 보탠다면 표현의 폭이 크게 확장될 것이다. 한수정의 목욕탕의 규칙은 삶에 대한 일상적 욕망을 풍자하고 있다. 모가지를 내밀고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인생을 잔혹하게 조소하면서도 그런 인생의 성심에 공감하고 있다. 공감의 구체성이 확보된다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이경후의 21세기를 지켜라는 세상을 조망하는 활달한 시야와 첨예한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돌발적인 비유를 통해 세상을 엉뚱하고도 즐거운 앨리스의 나라로 변형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주제를 좀 더 명료하게 다듬어서 공감의 우물을 파길 기대한다. 주예은의 젊음이 젊음에게는 언어가 생명을 끌어당겨 올리는 심줄임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그 광경에 동참하는 눈의 탄복을 말로 표현하는 재주가 꼭 손 안에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실감을 내고 있다. 시적 언어는 그런 실감을 항구적으로 지속시키는 데에 바쳐진다는 것을 또한 명쾌하게 가리키고 있다. 주예은양의 당선을 축하하며, 아쉽게 탈락한 다른 학생들에겐 격려를 보낸다.

(박영준 문학상-소설분야) 심사평

윤민우

문과대 영문학과 교수

올해 연세문화상 소설 부문에는 갱도, 아는 사람 이야기, Space Oddity, 일코의 네 작품이 응모하였다. 이 중 동일한 저자가 일코와 함께 제출한 Space Oddity는 불과 3페이지를 넘지 않은 습작이어서, 사실상 3편만이 출품된 것이었다. 대체로 단순한 주제에 관한 것이거나 신변잡기에 머물러 있어, 네 출품작을 접한 심사자의 첫인상으로는 올해에는 당선작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응모작에서 소설쓰기에 대한 애정을 찾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이를 메우려는 절실함은 잘 나타나 있지 않았다. 갱도를 제외하고는, 시간을 두고 거듭 퇴고하여,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충분히 기울어지지 않은 작품들이라 생각되었다. 아래에서 간략하게나마 각 작품을 소개하고 논평해 본다.

갱도는 갱도로 비유되는 극한적인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이곳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안간 힘을 써 보지만, 이미 그를 압도하고 있는 절망감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그에게 거짓 아가씨와 희망 아가씨의 두 개의 갈등적인 목소리가 들리지만, 거짓 아가씨가 우세해짐이 분명하고, 주인공은 결국 권총으로 그녀와 자신, 그리고 시계를 차례로 죽여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는다. 거짓 아가씨와 희망 아가씨의 목소리는 흔히 내면의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어온 사이코마키아라 불리는 유서 깊은 테크닉이다. 그리고 이 두 아가씨는 희망과 절망을 가리키는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학적 기법의 사용을 칭찬할 수 있으나, 이 소설의 플롯은 매우 단순할 뿐 아니라, 죽음 및 시간의 종지부를 표현하기 위한 도입된 시계와 권총도 사실상 판에 박힌 소도구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절망 혹은 갈등의 소재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물어 보아야 한다. 더불어, '거짓아가씨인가? 그를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인가? 주인공은 죽음을 택하면서 왜 거짓 아가씨도 죽여야 했는가? 이 작품이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물음을 일으키고 답할 단서들이 작품 속에 주어져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갱도를 칭찬할 이유가 없지는 않다. 이야기 전개보다 감정 표현이 우세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전개하려면 감정변화의 추이를 표현할 치밀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갱도의 저자는 두 여인, 시계, 권총의 세 모티프를 병행적으로 이끌며 심화시키고, 필요한 대목에서는 또 하나의 주요한 모티프인 갱도의 주위환경 디테일을 조심스레 제공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글쓰기 기량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아는 사람 이야기는 첫 사랑에 실패하고 짝사랑만 거듭하는 아는친구의 이야기이다. 그는 연애의 실패를 이기지 못하여 술에 탐닉하고, 그 고민을 작가가 되어 봄으로써 해소하려 한다. 이 작품은 사랑, , 문학 습작 등을 주요소로 삼아 대학생활의 단면을 서술한 신변잡기 같은 소설이다. 일크도 플롯은 좀 더 복잡하지만, 아는 사람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게 대학생활의 애환을 그린다. 수업 조 모임에서 친해진 남녀 대학생들이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군대, 다이어트, 이성교제, 성욕의 발산, 정치 이야기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다가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일상으로 복귀한다. 소설적 글쓰기의 요청에 앞서, 이 두 작품에게 공통적으로 물어 보아야 할 것은 잡다한 대학생활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그들의 번민의 중심은 무엇이며, 주인공의 고민에 남다른 무엇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 보아야 한다.

일크의 저자가 출품한 또 하나의 작품 Space Oddity는 유명한 공상과학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연상케 하는 소설이었다. 다른 응모작들이 신변잡기 수준의 흔한 소재에 머물러 있다면, 이 소설도 요즘의 공상과학 소설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못하다. 왜냐하면, “아폴로 계획 11호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추도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우주항해사의 입장에서 우주탐사 프로젝트가 기술상으로 실패하여 그들이 우주를 떠도는 미아가 될지 모르는 두려움을 전달하고 있는데, 정작 이런 이야기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이후로 우주과학 영화가 자주 다루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만 하더라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항해사들을 기만하고 반란을 일으켜, 그들을 우주미아로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그 자체로는 참신하고 발랄한 이야기이지만, 본 작품이 이미 나와 있는 이런 영화나 소설과 차별되는 곳은 어디인가를 찾아야 한다. 공상과학소설은 끊임없이 진보 중인 최첨단 기술발전의 현단계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어져 그럴싸하게 꾸며낸다. Space Oddity는 기술문명 발전의 어떤 시점을 포착하고 있으며, 어떠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가?

네 작품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는 가운데, 그나마 갱도를 다른 작품들과 구분 짓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플롯 및 인물 구성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다른 응모작에 비해 문학적 기법을 잘 알고 있는 저자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한 소재이지만 이를 형상화하는 타고난 글 솜씨가 소설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였기 때문이다. 갱도의 저자가 좀 더 생각에 깊이를 더하면서, 독서와 습작을 통하여 문학수업에 정진해 주기를 바란다. 갱도를 가작으로 선정한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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