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금요일, 파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테러 사건의 주범인 IS가 파리 테러 계획을 세우는 데 암호화 기술로 알려진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 앱(어플리케이션)을 악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국내외에서 IT(정보기술) 기업이 수사에 보다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의 확산이 스마트폰 감청을 합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안(통비법)’ 논의에 대한 재점화를 이끌어냈다.

사실 카카오톡을 둘러싼 개인의 인권 보호와 국가안보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초,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가 2013년도부터 2014년도 상반기까지 수사기관에 약 147건의 감청에 협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40만 명이라는 이용자가 일주일 만에 ‘사이버 망명’ 대란에 참여했고, 이에 다음카카오는 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일단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논란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압수수색 영장과 감청인데, 압수수색의 경우 혐의를 제시해서 영장전담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고, 영장을 카카오톡에 제시하면 거기서 보관하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이다. 감청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국가기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현재 검찰이 카카오톡을 감청한다는 방식은 이미 주고받은 내용을 제공받는 ‘압수’ 형태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이란 그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ㆍ수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지득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수사 대상 혹은 범죄 혐의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된다는 부분이 논란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수사 대상이 되었던 정진우 노동당 대표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은 같은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의와 무관한 제3자의 사적 정보까지 모두 제공받은 기록이 있었다. 또한 혐의와 관련이 전혀 없는 대화 또한 수색의 표적이 되었다. 수사 대상으로 좁혀진 어떤 일정한 기간 사이에 그 번호에 관련된 모든 메시지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인권침해라는 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법 개정안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사용자 정보와 대화 내용을 제공받겠다고 하지만, 수사 기관이 혐의와 관련되어 있다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사용자 정보를 요청해 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메신저 플랫폼이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누군가가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다는 점이다. 감청 합법화에 뒤따르는 인권 침해 부작용에 대해 해결책을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여겨진다. 개인의 인권 보호와 국가 안보라는 커다란 두 가치관의 충돌은 테러 공포에 따른 성급한 결정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합의와 부작용을 줄일 보완점, 그리고 정부의 관용적인 태도와 소통 없는 법 개정은 그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자 하는 태도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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