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늪에 빠진 대학생들의 이야기

‘안전한 놀이터’ ‘무료픽방’

위 단어들은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광고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안전한 놀이터’란 불법 인터넷 도박이 이뤄지는 사이트를 가리키는 말로 누군가에게 들킬 일 없이 ‘도박’이라는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픽’이란 경기 결과 예측을 의미하는데, ‘무료픽방’은 이러한 픽을 무료로 제공하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이다. SNS상의 도박 광고에는 픽방 관계자의 카카오톡 계정이 적혀 있어 계정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무료픽방’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대한 광고는 SNS 매체를 통해 버젓이 우리에게 노출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제2차 불법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 시장 규모는 17조 원에 이른다. 경찰 측이 올해 11월부터 두 달간 불법 인터넷 도박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천명함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박을 유도하는 광고성 게시물은 여전히 SNS를 통해 범람하고 있다. SNS 이용률이 높은 모바일세대*는 인터넷 도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또한, 지난 2014년 사행산업관리감독위원회에서 실시한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 사행 활동 경험률이 2013년 59.6%에서 2014년 73.4%로 13.8%나 증가했다. 이에 우리신문은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빠진 대학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SNS에서 성행하고 있는 도박 무료픽방 광고

쉽고 빠르게, 인터넷 스포츠 도박

▲ 경기의 승무패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불법 스포츠 도박

대학생은 SNS 광고 혹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손쉽게 도박에 발을 담근다. 고등학교 당시 친구를 따라 불법 인터넷 도박을 시작했다가 끊었던 대학생 A씨는 대학에 와서 도박을 다시 시작했다. A씨는 “페이스북의 광고를 보니 큰 돈을 벌었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 불법 스포츠 도박에 다시 손을 대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B씨 역시 “도박을 통해 큰 돈을 번 친구를 보고 부러움에 도박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만지기 힘든 큰 돈을 딸 수 있다는 점이나 주위 사람이 큰 돈을 만진 소식을 듣고 기대감에 도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재활부 상담재활과 김연수 과장은 “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면서, 큰 한탕을 노리게 된다”며 “보통 이를 ‘연속선상에 있다’고 표현하는데 도박중독이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변사람들의 도박 성공담을 들으며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볍게 시작한 도박이 가랑비에 옷 젖듯 중독으로 치닫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사행성을 더욱 조장한다는 점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도박 사이트에서 무료픽방을 직접 운영하거나 무료픽방 운영자에게 돈을 주고 사람을 모으도록 유도해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딸 수 있다’는 심리를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씨는 이런 행위가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한다. A씨가 설명하는 무료픽방의 운영방식은 다음과 같다.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가입할 당시 필요한 추천인을 무료픽방의 운영자로 하여 추후의 상황에 대비한다. 추천인은 추천 받은 아이디 수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적립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무료픽방 운영자가 픽방에 모인 사람들이 같은 사이트에서 같은 경기, 같은 결과에 배팅하도록 유도한다. 도박에 배팅한 이들이 돈을 따더라도 픽방 운영자는 추천인으로 마일리지를 받아 돈을 회수하고, 배팅한 이들이 돈을 잃게 되면 불법 도박 사이트가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기대 심리를 이용한 도박 유도라고 할 수 있다.

B씨는 이런 인터넷 도박을 하는 이들이 ‘재미형’과 ‘생계형’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재미형의 경우는 재미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돈을 잃거나 따도 큰 감정 기복이 없으며 잃은 돈에 대해서도 쉽게 잊고 딴 돈 역시 다시 도박을 하거나 쉽게 사용해버린다. 생계형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인터넷 도박을 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도박 내역을 장부로 기록하며 돈의 득실에 매우 민감하다. 현재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는 B씨는 자신은 재미형에 속하지만 한 달 치 월급을 하루 만에 잃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등록금을 도박에 사용했다가 탕진한 친구도 봤다고 전했다. 결국, 재미형과 생계형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경계는 모호한 셈이다. 동기가 무엇이었든 돈을 탕진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의 박은경 과장은 “생계형 도박의 경우에도 생활비를 모두 도박에 쓰는 경우가 많다”며 “도박중독이 심할 때는 도박에 쓸 돈을 조절하지 못해 돈이 생기면 모두 도박에 사용하기 때문에 생계가 더욱 불안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사다리타기

▲ 인터넷 불법 도박의 한 가지 형태인 사다리타기

한편 불법 스포츠 도박만큼 성행하고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인터넷 도박이 있는데, 바로 ‘사다리타기’다. 사다리타기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결과가 왼쪽일지 오른쪽일지 맞추는 도박으로, 배팅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반 스포츠 도박과 달리 5분마다 배팅 결과가 나와 하루에 최대 200여 판까지 참가할 수 있어 중독성이 훨씬 심하다. 한 달 정도 불법 사다리타기 도박을 한 경험이 있는 ㄱ모씨(사회·15)는 “결과가 빨리 나올 뿐 아니라 배당도 높아 일반 스포츠 도박보다 훨씬 더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다리타기 게임은 가입에 제한이 없고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과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세대에게 훨씬 더 접근성이 뛰어나다. 김씨는 “이러한 도박은 돈을 걸게끔 하는 요소들이 많아 계속하게 되지만 결국은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다리타기는 ‘총판’이라는 추천인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총판이란, 수수료를 받고 ‘사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총판은 새로운 참여자의 계정에 대해 운영자와 같은 권한을 갖게 된다. 참여자가 돈을 잃었을 경우 운영자와 추천인은 그 돈을 나눠 갖게 되고, 돈을 땄을 경우에도 운영자와 추천인이 참여자의 계정을 삭제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는 돈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온전히 운영자와 추천인들이 이득을 보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돈을 잃을 가능성이 큼에도 사람들은 일정 횟수 이상 돈을 딴 이들에게 주어지는 ‘위로금’과 같은 요소에 현혹돼 도박을 멈출 수 없다. 친구를 통해 사다리타기 도박을 접한 뒤 지금까지 하고 있는 대학생 C씨는 “몇 백만 원씩 땄던 경험이 강렬해 돈을 잃고도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도박을 하기도 했다”며 “가진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해 도박을 다시 했던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친구가 목돈을 잃은 모습을 보고 그제야 도박에 손을 뗄 수 있었다고 한다.

카지노와 경마장을 찾는 대학생 

▲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 모습

카지노는 도박이 공인된 곳이다. 카지노 안에서는 딜러와 손님의 숫자를 비교해 더 큰 쪽이 이기는 ‘바카라’, 휠에 공을 돌려서 떨어지는 숫자를 맞추는 게임인 ‘룰렛’ 등의 게임이 이뤄진다. 우리나라 국민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강원랜드’뿐이다. 카지노 도박의 경우 만 20세 이상인 성인이면 출입을 할 수 있지만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비해 배팅 액수가 큰 만큼 큰 수익이 없는 대학생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대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지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D씨는 호기심에 처음 카지노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간 카지노에서 가지고 온 돈의 절반을 잃었다. 그럼에도 D씨는 여전히 1년에 1회 정도 카지노를 찾는다. D씨는 “카지노 도박 역시 중독성이 크다”며 “친구 중에는 카지노 도박에 중독돼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D씨 역시 카지노에서 돈을 대부분 잃는 편이지만 카지노에 들어가면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카지노에서 이뤄지는 도박은 합법이지만 도박의 일종인 만큼 중독의 위험성까지 부정할 순 없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카지노에 방문한다는 대학생 E씨. 그는 지속적으로 카지노에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잃고 후회하더라도 다시 와서 더 따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확률상 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계속 카지노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카지노에 출입하는 대학생은 입을 모아 딴 돈 대부분을 용돈에 보태 쓰거나 유흥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경마경기가 열리고 있는 과천 경마공원

한편, 합법적인 경마장에 가서 도박을 하는 대학생도 있었다. 과천 경마공원(아래 경마공원)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했던 김동연(글로벌행정/아동가족·13)씨는 경마공원을 찾는 이들 중 대학생 연령대로 보이는 20대가 10~20%는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말에 3만 명 정도가 경마공원을 찾는다고 하니 약 3천에서 6천 명 사이의 20대가 방문하는 셈이다. 김씨는 경마공원을 찾는 20대의 대부분이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이거나 친구들끼리 재미로 찾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대학생도 있다. 김씨는 “젊어 보이는 손님 중에서 언행이 거칠고 행색도 좋지 않은 이들이 꽤나 보인다”며 “그런 이들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마업계에서는 경마를 ‘추리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어떤 말이 가장 먼저 종점에 도달할지를 ‘추리’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경마공원이 이에 ‘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도박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느꼈다고 한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상습으로 도박을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247조」는 ‘영리적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도박시설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박에 참여하는 행위도 엄연한 불법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고 있다. 또한, 이런 도박중독은 치료하기가 매우 힘들다. 도박중독자의 뇌는 도박이 주는 자극에 중독돼 있어, 도박을 할 때에만 뇌가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박중독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숨기고 부인하기 때문에 치료하기가 어렵다. 박 과장은 “도박중독은 자신이 드러내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 알기 어렵다”며 “취업상태가 아닌 대학생들은 초기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 범위에서 도박을 하다 이후 반복적인 문제에 가족들이 알아차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대학생의 경우 도박에 중독되더라도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서 자기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아직 완전히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대학생은 부모가 도박 빚을 갚아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도박중독은 자신이 끊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박의 부작용으로 인해 도박을 끊고 싶으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도박중독을 치료하고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도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도박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김 과장은 “스스로 도박을 할 때 그 범위나 실행 환경에 제약을 걸어 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대안으로 건강한 여가생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과장은 “도박중독 상담을 위해 상담센터의 대표번호인 ‘1366’에 전화를 하거나 교내 생활상담기관에 말하는 등 어디든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미를 위해서든, 생계를 위해서든, 불법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도박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독립해가는 과정에 있는 대학생에게 목돈을 벌 수 있는 도박의 유혹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 경제 활동에 참여할 준비를 하는 대학생이 도박에 빠져 요행만을 바란다면 정상적인 경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것이다. 대학생이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 중독성과 위험성에 경각심을 갖고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일확천금의 달콤한 도박의 유혹. 그러나 그 달콤함 뒤에는 누구든 쉽게 헤어나기 어려운 중독의 위험이 있다. 한순간의 짜릿함과 당신의 소중한 인생을 맞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모바일세대 : 휴대폰 및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휴대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무선인터넷을 하며 모바일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모바일 세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의미하기도 함.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을 위하여 설립한 국제연합 전문기구.


글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그림 김혜빈

<자료사진 강원랜드 홈페이지, 페이스북, 담양주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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