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하늘공원 방문기

창밖을 내다보면 온통 회색 건물뿐인 서울. 하지만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도심 속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도시인들이 피로를 풀 수 있는 ‘하늘공원’이 바로 그곳. 하늘공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아래 월드컵경기장) 건너편에 위치한 올림픽공원의 5개 부속 공원들 중 하나로,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가까이서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11월의 비 오는 아침, 하늘공원을 찾아갔다.

매립장의 아름다운 변신

 

 

 

 

 

 

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오른편에 올림픽공원이 보인다. 월드컵경기장 앞 횡단도보를 건너 공원에 들어서면 육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육교는 올림픽공원의 또 다른 부속 공원인 평화의 공원과 하늘공원을 이어주는 다리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늘공원은 정말로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 웅장한 느낌을 준다. 하늘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멋진 풍경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과연 저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늘공원은 지난 2002년 5월, 오염된 땅을 복원시키기 위해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에 조성된 생태환경공원이다. 하늘공원에선 억새와 해바라기의 식재지*, 풍력발전기, 전망대, 전망휴게소 등 다양한 볼거리가 도시인들을 반긴다. 월드컵경기장 정류장에서 내린 후 하늘공원까지 꽤 걸어가야 하므로 공원에 놀러갈 때는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가자.

낭만이 가득한 억새밭에서

 

 

 

 

 

 

흐르는 것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 오세영의 「억새꽃」에서

육교를 건넌 후 보이는 것은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시작, ‘하늘계단’이다. 총 291개의 갈지자형 계단은 동산의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다. 마지막 계단에 이르자 올라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서울의 전경이 시선을 끌었다. 하늘계단의 끝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한강과 성산대교가, 좌측에는 월드컵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전경과 더불어 선선한 바람이 머리 위로 불어왔다. 혹시 계단 오르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동산을 둘러 억새밭까지 올라가는 산책로를 이용해도 좋다. 또 다른 방법은 하늘공원의 대표 운송 수단인 ‘맹꽁이 전기차’를 타는 것인데, 이는 성인 기준 왕복 3천 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늘계단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따라 약 400m 걷다 보면 탁 트인 억새밭과 함께 ‘하늘공원’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등장한다. 바위 밑에 심어져 있는 국화 등의 갖가지 꽃들은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억새밭에는 길게 솟은 억새들이 들판을 덮고 있었다. 하늘공원 억새밭은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는 조형물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하늘을 담는 그릇은 원반 모양의 철골 구조로 예술가 임옥상씨의 작품이다. 이는 ‘하늘을 담는 그릇은 곧 마음이고 그 마음에 담겨야 할 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곳은 하늘공원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억새밭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많은 방문객이 사진을 찍거나 자물쇠를 걸며 소원을 빈다. 또한 공원 측에서는 방문객들이 노을과 야경 관람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이용 시간을 일몰시간에서 약 두 시간 정도 늘렸다고 하니 하늘을 담는 그릇에서 별구경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가을은 억새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공원의 억새들은 초가을엔 은빛으로, 늦가을엔 금빛으로 모습을 바꾸며 다양한 매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가족, 친구 혹은 연인과 억새밭에서 보낸 낭만적인 주말은 가슴에 오래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붉게 물든 ‘메타세콰이어 길’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숲속을 걸어요 꽃향기가 그윽한 길
– 동요 「숲 속을 걸어요」에서

하늘계단을 내려오면 크고 긴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 비포장도로가 보인다. 이 길이 바로 하늘공원의 자랑 ‘메타세콰이어 길’. 약 900m의 길이로 이뤄진 메타세콰이어 길에는 가장자리에 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주로 가을에 사람들이 몰리는 억새밭과는 달리 이곳의 나무들은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가을과 겨울에는 낙엽과 눈이 길을 폭신하게 덮어준다. 이렇듯 메타세콰이어 길은 언제든 방문객들의 자연 쉼터가 돼 준다. 11월 중순의 산책로는 봄과 여름의 싱그러움보다는 늦가을의 농후한 매력이 돋보였고. 길게 뻗은 나무들이 검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줬다.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면 마음 구석에 자리 잡은 우울함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바쁜 일상에 지쳐가는 우리들. 그리고 복잡한 도시 속에서 바쁘게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그럴 겨를조차 없다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하늘공원을 찾아가 보자. 가족이나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억새밭과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다보면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TIP !
 

생태환경을 복원할 목적으로 조성된 만큼 하늘공원 안에는 인공적인 편의시설이나 간이상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공원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허용되므로 가까운 매점에서 간식 등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에서 나오면 바로 대형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간단한 간식을 사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는 길-

*우리대학교 신촌캠에서 (약 1시간 소요)
step1. ‘세브란스 앞’ 정류장 까지 걸어가세요.
step2. 710번 승차 후, ‘월드컵경기장서측’에서 하차합니다. (18분)
step3. 하늘공원까지 약 2.19km 걷습니다. (33분)

*우리대학교 국제캠에서 (약 1시간 30분 소요)
step1. ‘연세대’ 정류장 까지 걸어가세요.
step2. 광역버스 M6724번 승차 후, ‘합정역’에서 하차합니다. (72분)
step3. 합정역 9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271번 버스를 승차하고 ‘월드컵공원입구’에서 하차합니다. (14분)
step4. 하늘공원까지 약 2.07km 걷습니다. (31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약 3시간 소요)
step1. 서울에 옵니다. (시외버스 NO! 고속버스를 타세요!)
step2.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9호선을 타고 ‘당산역’에서 내립니다. (26분)
step3. 당산역 8번출구로 나와 보이는 ‘당산역삼성래미안아파트’ 정류 장까지 걷습니다. (2분)
step4. 광역9707번 승차 후, ‘난지한강공원’에서 하차합니다. (12분)
step5. 하늘공원까지 약 1.4km 걷습니다. (14분)

*식재지 : 초목을 심어 재배하는 곳

 

심소영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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