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캠과 국제캠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위축됐다는 지적은 RC제도 전면 도입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신촌캠과 국제캠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 축소나 M버스 유료화까지 맞물리면서 학생자치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원주캠 또한 원주의과대 학생들의 생활기반이 매지캠과 일산캠으로 분리돼 교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캠 새내기 79%,
‘학생자치활동 참여 포기해 본 경험 있다’

 

현재 국제캠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은 캠퍼스 간의 분리로 인해 자치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촌캠과 국제캠의 분리가 선·후배 간의 교류와 학생자치활동(동아리, 학생회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8%(172명, 총 응답자 298명)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30%(88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신촌캠과 국제캠의 분리 때문에 학생자치활동의 참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79%(총 응답자 296명 중 234명)가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오랜 이동 시간(83%)’과 ‘비싼 교통비(61%)’가 많았고, ‘부족한 셔틀버스(65%)’가 지적되기도 했다.

국제캠 학생대표위원회(아래 국학위) 의장 심재용(정외·15)씨는 “캠퍼스 간 교류 부족은 국학위의 주된 문제의식으로, 학생들이 대부분 느끼는 불편은 셔틀버스 부족 문제”라며 “이를 비롯한 캠퍼스 간 교류 문제는 계속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36대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는 2015학년도부터 국제캠 거주 학생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국제캠 동아리’를 신설해 Y-Plaza 자치공간을 제공하는 등 국제캠만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했다. 총동연 부회장 최나수(언홍영·11)씨는 “지난 9월에 있었던 2학기 등록 기간에는 경쟁률이 2배가 넘는 등 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부족한 국제캠의 여건 속에서 동아리 활동은 여전히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국제캠의 여건이 학생자치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60%(총 응답자 295명 중 179명)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는데 그 이유(복수 응답 가능) 중 73%(130명)는 ‘선·후배간 사이가 단절돼서’라고 답했고, 59%(105명)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없어서’, 35%(62명)는 ‘국제캠의 시설 및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국제캠 동아리 ‘사회과학학회 100℃’의 안희제(경제·15)씨는 “국제캠에 아예 기반을 두고 있는 동아리가 아니라 선배들과의 교류가 어렵다”며 “국제캠 동아리가 지속되려면 자치공간을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고 전했다.

동아리는 아니지만 국제캠만의 학생공동체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14년 말부터 이번 2015년 5월까지 국제캠 미화·경비 노동자 투쟁에 함께 했던 학생공동체 ‘기숙사노동권수비대’는 송도에 있었던 14학번 학생들이 모인 공동체였다. 이들은 2학년이 돼 신촌으로 오면서도 함께했고, 새롭게 입학하는 15학번 새내기 학생들도 이에 합류하며 ‘다 같이 기숙사에 함께 사는’ 국제캠만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또한 ‘RC다시묻기’라는 이름으로 1학년 학생들이 모여 RC교육에 대한 자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참여했던 안씨는 “거주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모이기 쉽고, ‘가족’같다는 느낌이 있어 하나의 정체성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과대 밴드동아리 ‘시월’ 회장 김병빈(철학·14)씨는 “새내기들과 선배들이 교류할 수 있어야 동아리가 원활히 운영되는데 신촌과 송도의 거리로 인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김씨는 “동아리를 이끄는 사람들이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새내기들도 잘 따라줘야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다”며 “학교 또한 축제를 비롯해 여러 동아리가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국제캠에서도 충분히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늘리고, 동아리 시설을 고급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주캠, 매지-일산캠 간 멀고 힘든 ‘연결고리’

원주캠은 원주의과대를 제외한 다른 단과대가 모두 매지캠에 있지만, 원주의과대 내 ▲간호학과 ▲치위생학과 ▲의학과 학생들은 RC제도에 따라 1학년은 매지캠에서, 2학년부터는 일산캠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에 원주의과대 학생들은 매지캠과 일산캠을 오가는데 일정이 겹치는 불편함과 교통문제를 겪고 있다.

우선 1학년 원주의과대 학생들은 매지캠에서 시행되는 RC프로그램과 일산캠에서의 자치활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 김범준(치위생·15)씨는 “매지캠에서 실시되는 RC체육수업이나 특강 등의 활동과 일산캠에서 시행되는 학생회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은 시간상 힘들다”고 말했다. 일산캠에 거주하는 원주의과대 2학년 이상 학생들 또한 1학년 후배들과 교류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원주의과대 학생회장 박용호(원주의학·07)씨는 “학생들이 함께 모이는 ‘총학생회가 떴다’나 영화제와 같은 주관사업에 1학년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해 아쉬웠다”며 “하지만 RC프로그램 일정을 피해 학생회 활동을 조정하기도 힘든 상황이기에 학교 측의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개발센터 문병채 부장은 “RC프로그램 일정을 학생들의 개별적인 자치활동에 일일이 맞출 수는 없지만, 내년부터 운영 시간을 조정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원주의과대 학생들은 매지-일산캠을 오가는 교통 면에서도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 매지캠과 일산캠을 잇는 대중교통은 평균 50분이 소요되는 2개의 버스노선밖에 없다. 김씨는 “택시를 이용하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가격 부담이 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현재 29대 총학 주도로 매지캠과 일산캠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이번 학기만 운영돼 이는 일시적인 대안에 불과하다. 학생복지처 임용규 과장은 “총학이 시범 운영하는 셔틀버스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다음 학기에 매지-일산캠을 오가는 셔틀버스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족한 셔틀과 중단된 M버스 티켓 배부

한편, 지난 2014년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RC제도가 전면 도입된 이후 불거진 주된 논란 중 하나는 신촌-국제캠 사이의 교류가 가능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학교 측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배차해 양 캠 간의 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RC제도 전면 도입 2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셔틀버스 운행 축소 ▲M버스 티켓 배부 중단으로 인해 여전히 양 캠간의 교류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주된 문제는 학교의 셔틀버스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지난 2014학년도 2학기에는 셔틀버스가 하루에 ▲신촌캠발 19회 ▲국제캠발 18회 운행됐으나 이번년도부터는 이 횟수가 ▲신촌캠발 14회 ▲국제캠발 14회로 줄어든 바 있다. <관련기사 1746호 1면 '신촌-국제캠 셔틀 축소와 M버스 유료화에 발 묶인 학생들'>이에 대해 기획팀 이헌묵 팀장은 “셔틀버스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시간대를 축소한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청룡교통과의 M버스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무료로 배부되던 M버스 티켓 지급 또한 중단됐다. 따라서 셔틀버스를 예약하지 못하거나, 셔틀버스가 없는 시간대에 양 캠을 오가기 위해서 학생들은 왕복 5천200원 가량의 요금을 지불해야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 팀장은 “초기 RC제도가 도입된 후 청룡교통과 인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노선을 일부 조정하고 M버스 티켓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며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재계약과 관련된 논의는 따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캠에 거주 중인 15학번 학생들은 국제캠 내 학생자치단체 ‘RC다시묻기’를 중심으로 교통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셔틀버스 증차를 위한 서명운동에는 1천600여 명의 국제캠 거주 학생들이 참여했고 그 결과를 현재 기획실에 전달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일에는 총무처장과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제캠 내 RC그라피 단장 홍용우(정외·15)씨는 “M버스 계약 만료 이후에도 셔틀 증차 등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학교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신입생들이 신촌캠으로 가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RC제도가 시행된다면 양 캠퍼스 간 교통수단 확충은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다. 

 


최명훈 기자
cmhun@yonsei.ac.kr
한동연 기자
hhan5813@yonsei.ac.kr
홍수민 기자
suuum25@yonsei.ac.kr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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