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담는 영상제작 동아리 청춘공방, 그들의 일주일

카메라, 카메라 롤* 사운드, 사운드 스피드**
Ready Action!

영상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자신이 직접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보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학생들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곳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곳에서 누군가는 대본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고, 대사를 외우며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의 결과물은 바로 매주 페이스북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네모난 메뉴판』. 우리대학교 원주캠의 영상제작동아리 ‘청춘공방’의 일주일을 살펴보자.

▲ 청춘공방이 매주 수요일, 페이스북을 통해 방영하는 드라마 『네모난 메뉴판』

월요일: 새로운 대본과 함께 맞이하는 일주일

남들은 지독한 월요병, 혹은 꿀 같은 월공강과 함께 한주를 시작할 때 청춘공방원들은 새로 나오는 대본과 함께 일주일을 시작한다. 청춘공방 2기 작품인 『네모난 메뉴판』의 작가는 우리대학교 유다정(과기화학·10)씨. 작가 지망생인 유씨는 우연히 청춘공방을 하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서 『네모난 메뉴판』의 대본을 쓰게 됐다. 유씨는 “매주 한 개씩 대본이 나온다”며 “대본이 늦어질 경우 전체 촬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어 유씨는 “대본은 밑그림이라 생각한다”며 “밑그림 위에 여러 색이 덧입혀져 영상물로 표현된 것을 보면 힘이 난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더불어 월요일은 다가오는 수요일의 방영분을 편집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청춘공방에선 다양한 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청춘공방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청춘공방 부원들이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대본리딩을 하는 모습

화요일: 회의의 연속

화요일 오후 6시. 마지막 교시인 8교시가 끝난 지 불과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청춘공방원들은 오늘도 급하게 저녁을 먹은 후 대본리딩과 피드백, 팀장 회의를 위해 모인다. 가장 먼저 대본리딩이 이뤄지는데, 대본리딩은 모두가 모여 다가올 촬영의 대본을 읽어보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들은 대본리딩을 하면서 손동작은 물론 임시 소품을 활용해 최대한 실제 촬영 때와 비슷한 연기를 한다. 특히 기자가 찾은 대본리딩에선 배우들이 캠핑신 속 칼질을 하는 동작과 밥솥의 소리까지 사실적으로 연기해 마치 캠핑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한 남자배우가 소리를 치는 장면에선 “야!”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마치 드라마 속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춘 로맨스를 다루는 드라마기에 몇몇 오글거리는 장면 역시 피할 수 없는 법! 최대한 진지하게 대본리딩에 임하는 청춘공방원들이지만 이 장면에서는 숨죽이고 웃는 배우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대본리딩은 배우들이 리허설 전에 직접 연기를 해 볼 기회임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에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연출팀이나 작가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기자가 엿본 대본리딩에선 남자주인공인 규진의 결정적인 대사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다양한 피드백이 오갔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면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길!
대본리딩과 피드백이 끝난 뒤 밤 10시에는 팀장 회의가 이뤄진다. 팀장 회의에선 촬영과 관련해 일정부터 장소까지 다양한 사안을 가지고 논의한다. 이번 회의의 주요 사안은 기숙사 장면, 마트 장면 등의 촬영 장소와 엑스트라 캐스팅에 대한 것이었다. 남자 기숙사 촬영의 경우 남자만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고 마트 장면을 찍을 때엔 마트 시식 코너의 엑스트라를 따로 섭외하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 써야하기 때문이다.

수요일: 10:00 PM.

수요일은 청춘공방원들의 노력의 결실인 작품이 방영되는 날이다. 일주일 내내 고생하고 편집한 작품은 매주 밤 10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업로드 되고 있다. 특히 방영시간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아무래도 최종 작품이 올라가는 날이기 때문에 수요일 내내 청춘공방원들은 피드백을 주고받기에 바쁘다. 결과물이 조금 미흡하다 싶으면 이미 편집해놓은 분량도 가차 없이 삭제하고 수정하는 모습은 단호하다 못해 살벌해보였다. 이렇게 최종 편집을 마치고 엔딩크레딧을 덧붙여 마지막 수정 버튼을 누르는 순간엔 모든 공방원의 긴장이 풀린다. 영상 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방영 30분 전인 전체 회의 시간에 다 함께 영상을 시청한다. 청춘공방 연출팀 감독 문해민(국제관계·14)씨는 “아무래도 시간에 쫒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어 촬영을 하면서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다 같이 영상을 본 후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박수를 치는 그 순간엔 엄청난 뿌듯함이 밀려온다”고 전했다.

목요일: 연출의 밑바탕을 그려라

수요일 방영에 대한 뿌듯함이 채 가기도 전에 찾아온 목요일. 청춘공방 연출팀에게 목요일은 콘티 회의가 이뤄지는 날이다. 이 날 청춘공방 연출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콘티’를 짜는 일. 콘티란 콘티뉴이티(Continuity)의 줄임말로 쉽게 말해 대본을 쪼개서 어떻게 촬영할 지를 나열한 것이다. 콘티를 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속성. 촬영 편집에 있어서 장면과 장면 사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콘티 회의 날에는 대본을 영상화하는 작업인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촬영을 할 때 카메라를 몇 대 둘지, 조명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한다. 청춘공방 연출팀 좌이나(글로벌행정·12)씨는 “드라마를 만들려면 공간, 장면, 소품, 인물, 구도 등 많은 것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연출을 해야 한다”며 “콘티를 짜는 등 연출을 하는 것은 다양한 능력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청춘공방 연출팀 최윤아(국제관계·13)씨는 “전체적 흐름을 고려해 다양한 구성을 하지만 생각한 각도가 그려지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며 콘티를 짜는 일에 대한 고충을 전했다.

주말: 드디어 실전. 촬영에 들어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말은 한 주의 피로를 푸는 날일 것이다. 하지만 청춘공방원들에게 주말은 본격적으로 촬영을 하는 날이다. 금요일 낮 12시. 오전 수업이 막 끝난 이른 시간이지만 이때부터 청춘공방 스텝들은 분주하다. 이 시간에는 촬영 장비를 미리 살펴보고 장소에 맞춰 세팅하는 과정과 촬영 동선을 체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났을까. 낮 1시가 되면 배우들이 모여 그날 촬영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1시 30분부터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된다. 대본리딩 때 간단한 연습을 하긴 했지만 촬영 직전의 마지막 리허설이기에 이에 임하는 배우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렇게 리허설을 끝낸 후 낮 2시. 드디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촬영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지만 한 번에 OK사인을 받기는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 NG가 나기도 하고, 촬영 장소가 갑자기 바뀌는 등 촬영 중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촬영장에 한 번 돌발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모든 촬영이 연달아서 늦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새벽 3~4시에 촬영이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네모난 메뉴판』에서 규진 역을 맡고 있는 김민규(의공·10)씨는 “복학하고 다른 데서 할 수 없는 동아리를 찾다가 청춘공방에서 연기를 하게 됐다”며 “힘든 것 보다는 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속상하지만 좀 더 노력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전했다. 또한 촬영팀 문영두(정경경제·14)씨는 “촬영편집팀장이라는 자리에 있기에 책임감을 느낄 때도 많지만,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청춘공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수업과 과제, 토익 공부 등 해야 할 것이 많은 대학생에게 드라마를 만든 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청춘공방은 이들에게 ‘복학 후 새롭게 시작하는 도전’이나 ‘자신이 직접 영상을 만들면서 꿈을 실현하는 곳’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갖기에 이들은 매시간을, 또 그렇게 매일을, 또 매주를 하나의 작품을 위해 바치고 있다. 이런 청춘공방원들의 모습이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진정한 청춘의 모습은 아닐까? 이들의 청춘을 응원한다.

*카메라 롤 :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말
**사운드 스피드 : 사운드가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말

글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사진 한동연 기자
hhan5813@yonsei.ac.kr
<사진제공> 청춘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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