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 스포츠 만화 추천

모험과 환상으로만 가득할 것 같은 만화계에서 냉정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스포츠는 의외로 단골 소재다. 스포츠를 다루는 작품으로 『슬램덩크』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주목하시길! 현재 만화계 동향은 그야말로 ‘스포츠 춘추전국시대’이니 말이다. 쌀쌀해진 날씨에 움직이기 싫어진 당신에게 대리만족을 줄 최근의 스포츠 만화들을 종목별로 소개한다. 보다가 뜨거워진 가슴을 안고 밖으로 나가 달릴지 말지는 당신의 몫이다!

야구만화『다이아몬드 에이스』와 『크게 휘두르며』스틸컷

작가가 직접 해보고 그린다, 야구

야구 종목에 있어선 최근 고등학교 야구부를 배경으로 사실적인 경기묘사와 현실적인 전개로 호평을 받고 있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 에이스』(아래 다이에이)와 『크게 휘두르며』(아래 오오후리)다. 다이에이는 도쿄의 야구 명문 세이도 고교를 배경으로, 주인공 사와무라 에이준이 팀원들과 고시엔(甲子園)*을 노리며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6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연재 중이고, 지난 2013년 가을부터는 TV 애니메이션 방영을 시작했다. 원작자 테라지마 유지 본인이 고교 야구부였던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기에 야구 만화 중 가장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에 문외한이어도 걱정 마시라. 훈련 과정이나 경기에 대한 설명도 잘 돼있어 작품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본적 상식은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오오후리는 지난 2003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로 지난 2007년 TV 애니메이션화 됐다. 지방 작은 분교의 신설 야구부에서 소심하고 천부적 재능을 갖지 못한 주인공 미하시가 좋은 팀원들을 만나, 어엿한 투수로 성장하며 고시엔을 최종목표로 하는 줄거리다. 오오후리가 다이에이와 가장 다른 점을 꼽자면, 바로 ‘심리묘사’ 부분이다. 원작자인 히구치 아사는 학창시절 소프트 볼 부원이었기에 사실적인 전개가 가능했음은 물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그 경험을 작품에 잘 녹여낼 수 있었다.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는 스포츠 작품에서 여성작가만의 섬세함 역시 담아냈기 때문에 다이에이와는 사뭇 다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 특유의 부드러운 스토리텔링에 여성 팬도 많다. 한 여성 팬은 “오오후리는 그 나이대의 풋풋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경기장면에서는 꼭 실존하는 팀의 야구팬이 된 것처럼 응원하게 된다”고 전했다. 가을야구 직관을 놓쳤다면 위 두 작품과 함께 2D로 야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농구만화 『쿠로코의 농구』 스틸컷

이거 초능력물 아닌가요, 농구

전설의『슬램덩크』이후로 주목받는 농구만화가 있다면 이는 바로『쿠로코의 농구』다. 『나루토』, 『원피스』로 유명한 「소년점프」에서 연재된 이 작품은 2012년 TV 애니메이션화와 동시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환상의 식스맨’이나 ‘기적의 세대’라는 사뭇 유치한 수식어들과 총천연색 머리색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보면 이 작품이 과연 스포츠물인가 의심하게 된다. 존재감이 없는 주인공 쿠로코가 공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듯한 마술 같은 패스를 한다는 설정부터 『슬램덩크』와 같은 현실적인 작품은 아니다. 게다가 ‘기적의 세대’는 한번 본 기술을 똑같이 따라하거나 자기편 코트 끝에서부터 반대편 코트 끝까지 던진 3점 슛이 들어가는 등 미국 NBA 선수들이나 구현할 법한 고난도 기술들을 개인기로 갖고 있다. 일본 고등학생이 이를 구현한다는 설정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매우 멀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주인공을 비롯해 각 팀별로 매력 있는 캐릭터가 한 상 가득 차려진 캐릭터 뷔페 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포츠 작품임에도 여성 팬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슬램덩크』처럼 스포츠 명작이라기에는 부족하지만, 갈등 극복을 통한 성장 드라마 측면에서는 수작이라고 평가내릴 수 있다. 요즘 스포츠 만화 중에서는 가장 성공을 거둔 작품이니 한번 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보다가 농구가 하고 싶어져도 ‘기적의 세대’ 기술을 따라한다고 무리하지는 마시길.

배구만화『하이큐』 스틸컷

비주류 종목은 더 이상 never…, 배구

우리나라에서 배구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부활동’이라 부르는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 돼있는 일본에서는 배구부가 요즘 이 작품 덕분에 흥하고 있는 모양이다. 바로, 『하이큐』다. 야구만화에서는 투수가 주인공이듯, 이전의 배구만화에서는 주로 스파이커**가 주인공이었으나, 『하이큐』는 세터***와 스파이커 두 명이 주인공이다. 팀원들 간 결속력을 통해 전국재패를 노린다는 스포츠 만화의 정석궤도를 달리는 줄거리지만, 이 작품은 현실적인 전개와 뛰어난 경기장면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점을 잘 살려내 주인공이 점프하는 장면과 스파이크를 때리는 장면이 매우 짜릿하다. 또한 상대팀에 대한 조명도 있어 드라마적으로도 수작이라는 평이다. 원작자 후루다테 하루이치는 본래 공포 만화를 연재하던 작가지만, 본인의 학창시절 배구부 경험을 살려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공포 만화가답게, 가끔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섬뜩한 것이 매력 포인트. 게다가 카라스노 고교를 비롯해 주요 등장고교 팀의 유니폼이 실존하는 배구팀 유니폼이기 때문에 만화를 넘어 배구종목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배구계는 실제 지난 2014년 9월 봄고(春高)**** 대회 포스터에 이 작품과 콜라보레이션을 했고, 작품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히나가라스’는 센다이 시(市) 배구 친선 대사로 임명됐을 정도다. 당신도 이 작품을 보고나서는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되는 배구경기조차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자전거 경주만화 『겁쟁이 페달』 스틸컷

질주본능 충전! 로드 레이스

요즘 자전거 대세가 ‘로드 바이크’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로드 바이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면 『겁쟁이 페달』을 보자. 이 작품은 지난 2008년 연재를 시작해, 지난 2013년 TV 애니메이션화 됐다. 원작자 와타나베 와타루 본인이 ‘자전거 덕후’라 자전거에 대한 묘사가 엄청나 뭇 바이커들 사이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또한 대중에게 생소한 자전거 경주 ‘로드 레이스’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기 연출과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장면을 보고 있자면 질주본능을 일으키기 때문에 작품을 보고 실제로 로드 레이스의 경로대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거나 심지어 로드 바이크까지 구매해서 탔다는 등 독자들의 경험담들이 속출하고 있을 정도. 그러나 대부분 경험담이 사고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웃지 못할 포인트다. 평범한 주인공 오노다 사카미치가 자전거를 타고 웃으면서 산악코스를 질주해 오른다고 해서 당신도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기교도 따라하지 말자. 레포츠로 가볍게 즐기는 것은 좋지만, 가장 크게 다칠 수 있는 종목이니 주의하도록!

*고시엔(甲子園) : 갑자원,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
**스파이커(Spiker) : 배구 경기에서 공격기술 중 하나인 스파이크를 치는 선수를 총칭한다. 포지션은 아니다.
***세터(Setter) : 배구선수의 포지션 중 하나로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을 한다.
****봄고(春高) 대회 : 일본 고교배구 선수권 대회

이주인 기자
master020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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