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익지만 낯선 얼굴, ‘두번째 달’을 만나다.

당신은 ‘두번째 달’이라는 밴드를 아는가? 누군가는 초등학생 때 열심히 챙겨본 드라마 『궁』의 OST를 떠올릴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의 손때 묻은 MP3에는 ‘두번째 달 - 얼음연못’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저장돼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본 적 없는 제목인데 듣다 보면 어딘가 익숙한 두번째 달의 멜로디, 그들의 노래는 생각보다 우리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두번째 달은 『삼시세끼』를 비롯한 각종 TV프로그램 BGM 선곡표의 개근왕이지만, 대중들은 보통 BGM까지 일일이 검색하지 않기에 ‘두번째 달’이라는 밴드명은 잘 알지 못한다. 익숙한지 궁금하다면 당장 「Boy From Wonderland」를 검색해서 들어보시라, ‘아! 어디서 들어봤는데…!’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낯선 듯 익숙하게 두번째 달이 우리의 일상에 녹아든지 올해로 10년이다. 그래서 지난 11월 6일,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두번째 달 콘서트>에서 그들을 만났다.

▲ 10년 만에 완전체가 되어 돌아온 두번째 달, 전 멤버가 한 무대에 서서 그동안의 주옥같은 인기곡들을 선보였다

Q. 지난 11월 3일부터 열린 10주년 콘서트 마지막 날로 외국인 보컬멤버까지 ‘완전체’가 모이는 <응답하라 2005> 무대를 앞두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린다 컬린(보컬, 아래 린다) : 정말 감동적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온 기분이다.
김현보(기타/만돌린*, 아래 현보) : 우리 첫 공연 때 보러 오셨던 초대 손님인 강산에씨와 한대수씨도 오늘 오신다. 또한 그룹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 있던 보컬 린다와 발치뇨도 무대에 선다. 대중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뜻 깊은 날이다.

Q. 「.Zip」 독자들을 비롯해 두번째 달을 드라마 『궁』OST로 접했던 십대 소년소녀들도 어느덧 이십대다.
최진경(키보드/아코디언, 아래 진경) : 공연장에 가끔 찾아오신다. 초등학생 때 좋아했다면서. 『궁』 때의 우리만 알고 계신 분들은 어서 빨리 새로운 우리도 접하셨으면 좋겠다.
조윤정(바이올린, 아래 윤정) : 그런 분들을 보면 되게 신기하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을 체감하진 못했는데, 그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새삼스레 ‘우리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싶기도 하다.

Q. 지난 2월에 낸 정규 2집의 제목이자 수록곡인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는 그 제목처럼 두번째 달의 근황을 궁금해 했을 분들에게 하는 대답 같다. 곡을 들어보면 유쾌하게 ‘우리 잘 지냈어!’라는 게 들리는 것 같지만, 그동안 정말 뭐하고 지냈나?
윤정 : 두번째 달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앨리스인네버랜드’와 ‘바드’라는 팀으로 따로 또 같이 작업을 많이 해왔다. 특히 현보씨 같은 경우는 뮤지컬과 드라마 음악감독으로도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

Q. 두 번째 달은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 밴드로 국내 음악계에서 독특한 입지에 서 있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데, ‘에스닉 퓨전’은 정확히 무엇인가?
현보 : 표현 자체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민속음악에 기반한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다보니 그런 음악에 어울리는 말이 없을까 찾다가 ‘에스닉 퓨전’이라는 말이 있어서 붙였다. 하지만 ‘에스닉 퓨전’을 표방하는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은 우리랑은 느낌이 다르더라. 그래도 우리는 우리식대로 민속적이면서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자는 취지로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Q. 이번 정규 2집에서는 판소리 『춘향전』의 「사랑가」를 색다르게 해석한 동명의 타이틀곡이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도 한국적인 느낌이 가미된 곡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국악과 콜라보를 이루기 시작했다는 느낌인데, 퓨전국악에 빠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진경 : 빠졌다기보다는 국악이 우리에게 저절로 찾아왔다.
윤정 : 예전부터 현보씨가 국악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 했는데 기회가 마땅찮았고, 엄두도 안 났다고 한다. 전부터 간간이 국악의 악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국악을 작업할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좋은 때가 찾아와 곡을 만들게 됐다.
현보 : 개인적으로 우리의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음에 안 든다. 퓨전 국악은 멜로디 자체에도 변형이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 않나? 우리 음악의 경우 주 멜로디는 국악의 멜로디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현대적 악기를 사용해 재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퓨전국악이라는 말보다 ‘현대적 국악’이라 부르고 싶다.

Q. 특유의 신비로우면서 동화 같은 분위기 덕분인지 CF나 드라마, 영화 OST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들의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이영훈(기타, 아래 영훈) : 시간이다, 마감시간….
진경 : 역시 입금과 마감.
윤정 : 우리가 포장을 잘 못한다. ‘일상 속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혹은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면서 영감을 얻는다’와 같은 대답을 해야 하는데!
박진우(베이스, 아래 진우) : 우리는 워낙 음악작업을 많이 해온, 소위 말하는 ‘선수’들이다보니 이런 대답이 나오는 것 같다.
영훈 : 마감을 앞두고 쓰다가 막힐 때는 계속 붙잡고 있어봐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 그럴 땐 일단 사람들에게 풀어놓으면 피드백을 통해 더 발전시켜준다는 믿음도 있다. 결국은 마감!

Q. 곡 제목들 역시 독특하다.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곡이 있다면?
윤정 : 이번 정규 2집 중 「달이 피었네」라는 곡이 있다. 제목을 모 멤버의 어린 자녀의 말에서 따왔다.
진경 : 아직 어려서 말을 잘 못 할 때니까, 보름달이 뜬 것을 보고 달이 ‘떴다’가 아니라 ‘피었다’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라 붙이게 됐다.
진우 : 2집에 수록된「여행의 기술」 같은 경우는 정규 1집『2nd Moon』의 수록곡인 「여행의 시작」을 염두에 두고 붙였다. 1집은 두번째 달의 ‘시작’이었으니 2집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쓴 곡이다. 사실 제목이 ‘테크닉(奇術)’이 아니라 ‘글을 기술(記述)하다’ 할 때의 기술인데 본의 아니게 ‘테크닉’과 ‘서술’의 중의적인 표현이 됐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제목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윤정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라는 곡도 있다. 제목에 남인도의 ‘콘나콜’이라는 구음(謳吟) 장단을 풀어쓴 것이다. 이외에도 재밌는 곡들이 많다.

Q. 요즘 여러 락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KBS2의 밴드 서바이벌『탑밴드3』에도 출연하는 등 ‘두번째 달’로서 활발히 대중들과 소통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현보 : JTBC 예능『냉장고를 부탁해』에 나가고 싶다.
진경 : 지난 2월 음반발매부터 계속 ‘두번째 달’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탑밴드3』는 좀 일찍 탈락해서 아쉽긴 한데, 우리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 나가고 있다.
영훈 : 『탑밴드3』에 나갔던 것도 우리 음악은 아는데 밴드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간 것이다.
현보 : ‘두번째 달’이라는 밴드 이름은 알아도 예능을 통해 귀에 익은 그 음악들까지 쓴 밴드인지는 모르는 경우도 많으니까. 계속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윤정 : 내년 봄에 춘향전을 테마로 한 앨범 『나비의 꿈』 발매와 더불어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Q.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 걸어갈 10년 뒤, 대중들에게 어떤 밴드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
진경 : 추억이 아닌 ‘계속 좋아하는 밴드’. 오랫동안 좋아해왔고, 아니면 새로 알게 됐어도 제일 좋아하는 밴드였으면 한다.
진우 : 가끔 댓글을 보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밴드가 있어서 좋다’ 같은 댓글을 써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10년 후에도 우리나라에 이런 밴드가 있어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는 그런 팀이 되고 싶다.

▲ “10년 전처럼 앞으로 10년 후도 변함없이 관객들 앞에 서고 싶다”던 두번째달.

인터뷰가 끝난 후 이어진 공연에서 두번째 달은 그들의 10년 전을 기억하는 소중한 팬들과 호흡하며 그때 그 시절을 추억했다. 그들이 보내온 10년의 내공이 고스란히 연주에 녹아들었고, 귀에 익은 친근한 멜로디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하는 관객의 고개까지 까딱이게 만들었다. 두번째 달 멤버들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인 후, “더 이상 ‘나만 알고 싶은 밴드’가 아닌 ‘같이 알고 싶은 밴드’”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아무 말 없던 과묵한 백선열(퍼커션**)씨도 공연장을 가득 채운 200여 명의 관객들에 감사를 표했다.

‘단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그들의 공연과 음악에는 귀를 사로잡는 독특한 힘이 있다. 한국과 아일랜드, 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을 재즈, 락, 포크 등 장르와 관계없이 그들만의 색으로 버무리는 두번째 달이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음악으로 대중을 매료시킬지 그 행보가 기대된다.

*만돌린 : 이탈리아의 전통악기 ‘만돌라’를 본떠 만든 발현악기.
**퍼커션 : 드럼, 심벌즈 등 각종 타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글 이주인 기자
master0207@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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