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뭘 우선시해야 할지 생각 좀 해라’
지난 한 해에 이어, 우리 형에게 들은 충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뭘 우선시해야 할지 생각 좀 해라’가 아닌가 싶다. 이 말을 들을 땐 형이 늘상 나에게 하는 잔소리 중 하나로 생각해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따끔하게 뇌리에 남았나보다. 
무엇을 우선시할지 결정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은 없고, 항상 아쉬움은 넘쳐난다는 핑계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말 미안하게도 이런 내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나 주변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민폐를 끼쳐왔다. 앞으로는 이런 우유부단함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2. 사람의 잠.
사람은 생각보다 잠을 덜 자도 살 수 있는 것 같다. 토요일 새벽 4시 49분. 저녁 일곱 시부터 신문 제작을 시작했는데도 아직까지 사람들이 대부분 깨어있다. 내가 최대로 깨어 있던 게 28시간쯤 됐던 것 같은데, 이 글을 보더니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자기는 40시간을 넘겨 본 적이 있단다. 사람이 잠을 하도 안 자다 보면 이런 걸로 자랑도 할 수 있게 되나보다…. 그리고 맞은편에 서 있는 내 동기 형은 기자 명함을 날리면서 놀고 있다. 그것도 새벽 네 시에. 사람이 어느 정도 잠을 덜 자도 살 수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잠 좀 자면서 사는 게 좋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3. 글 변비
학보사 생활 4학기가 무색할 만큼 난 참 글을 못쓴다. 물론 내가 그동안 써온 기사는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딱히 글 쓰는 실력과 관계없었단 점도 크지만 애초에 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이번 학기 부장 업무를 하면서 원고지 100매에 달하는 기사들을 하룻밤만에 뚝딱 고쳐왔는데도, 불과 10매도 안되는 이 글을 쓰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걸 보면 글 변비가 온 게 틀림없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무섭거나.
 
4. 비행기 모드
가끔 넘치는 카톡과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을 때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놓곤 한다. 상대방 입장에선 연락이 안 되니 화나는 일이겠지만 내 입장에선 받고 싶을 때만 연락을 받을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그런데 휴대폰을 끌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하나 있는데, 폰을 다시 켰을 때 연락이 얼마나 와있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연락 오는 것이 싫어 폰을 꺼두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얼마나 연락이 와있을지 궁금해 하는 심정이 왜 이리 모순적인지. 나도 참 내 속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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