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논란에도 불구, 여전히 바뀌지 않아

대학교 학생준칙(아래 학칙)을 자세히 읽어본 적이 있는가? 수강신청 제도, 졸업요건, 출석 등 다양한 내용 중에 유독 의문이 드는 학칙이 있다. 바로 ‘학생활동’에 대해 언급한 학칙 조항들이다.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학칙들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도 해당 조항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떤 학칙들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학생활동 제한하는 학칙 조항들


문제가 되는 학칙 유형은 크게 ▲학생들의 출판·결사·집회 자유 제한 ▲학생 대표자 역할 제한으로 구분된다.
먼저 학생들의 출판·결사·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학 학칙 조항들이 여러 대학에 존재한다. 이러한 유형의 조항들은 출판·결사·집회 시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이러한 활동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학생들의 의사 표현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제정돼 있다. 예를 들어 가톨릭대 학칙 제89조 2항에 따르면, ‘학생은 총학생회 및 그 산하단체 이외의 단체를 조직할 수 없으며, 총학생회가 원래 목적 이외의 활동을 할 때에는 총장은 이를 해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학칙 제93조에서는 ‘총학생회가 집회 및 행사 등의 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총장 및 교정별 부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함, 이에 관한 세부절차는 「학생단체의 등록과 운영에 관한 규정」으로 정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다른 대학에서도 발견되는데, 성신여대 학칙 제62조, 63조에는 각각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교내외에서 학생활동 및 인쇄물을 배포하고자 할 때에는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학생단체 또는 학생의 모든 정기·부정기 간행물은 지도교수의 추천과 총장의 허가를 받아 발행하며 간행물의 편집은 총장이 위촉하는 지도교수가 지도하고, 인쇄된 간행물은 배포 전에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학칙이 실제로 적용되면서 학생들의 권리가 제한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학교 측에서 총학생회 자금의 사용 용도를 물어보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러나 2학기 개강 후 학교 측에서 자금의 용도가 적힌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으면 축제 자금을 일절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총학생회는 회계내역을 큰 범주 내에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인데, 학교 측에서는 총학생회가 사용한 모든 고지서 내역을 요구해 일일이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아울러 학칙에는 학생 대표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조항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국민대 학칙 제77조 2항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학생회 임원의 입후보 자격은 4학기 이상 6학기 이내의 등록을 마친 학생으로서, 전체학기 성적의 평점평균이 2.5이상이고, 형사처벌 또는 유기정학 이상의 징계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대 학칙 제79조에는 ‘학생은 수업, 연구 등 대학본연의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와 교육목적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 기술돼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언뜻 보면 당연한 듯이 보이지만, 조항 적용의 기준이 모호해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중앙대 인문대 선거에서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가 발동돼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가 결격되는 사례가 있었다. 당시 김창인(24)씨는 지난 1997년 제정 이후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던 해당 학칙이 적용돼 인문대 학생회장이 되지 못했다. 김씨는 학교 측을 비판하는 정치활동에 참가한 이력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징계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2008년 중앙대에서는 교지 「중앙문화」가 학교 측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가 학교 당국이 교지를 전부 수거하는 사태가 있었다. 이후 학교 측에서는 「중앙문화」 지원비를 없애고 자율경비만으로 신문을 제작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중앙대 공식입장은 ‘중앙대 학생준칙에 의거한 결정이었으며, 일반적으로 다른 대학 또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지난 201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비민주적 학칙 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논란되는 학칙의 기원, 유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학생 활동을 제한하는 이러한 학칙의 연원은 유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5년 유신 정부에서는 ‘학도호군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대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제한했다. 학도호군단이란 전시 동원 체제가 발동되면 학생들도 전선에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든 학내 조직으로서, 조직 운영을 위한 학도호군단 규정이 존재했다. 당시 학도호군단 운영 규정은 ‘원칙적으로 평균 성적이 B학점 이상이어야 하며, 징계 또는 유급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고, 출석 상황이 양호해야 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이러한 학도호군단은 지난 1985년 문교부가 대학의 총학생회 설치를 허용하면서 사라지게 됐다”며 “하지만 문교부의 학생회 5원칙 또한 학도호군단 규정과 유사했는데, ▲학생의 정치활동 금지 ▲지도위원회 설치 ▲학생회비 집행의 감독 ▲학생대표자의 자격 제한 ▲학생대표의 교수회의 참석 금지 등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의 학칙 규정과 유사한 내용들을 당시 지침들이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학칙 개정을 위한 노력, 그러나…


논란이 되는 학칙을 개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13년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는 ‘위헌학칙엔딩’이라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성균관대학교 학칙을 비롯해 상당수의 대학이 민주적이지 못한 학칙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학칙의 개정을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05년 민주노동당에서 제기한 대학교 학칙 문제에 대해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은 헌법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이 정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이를 시정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 조치는 대부분 대학 측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는 2007년말고도 1~2건 정도 더 있다”며 “인권위의 결정은 조치가 아닌 권고이기 때문에 수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비민주적인 학칙들은 대학 측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 2013년, 서강대에서도 ‘방송인 김제동 무료 토크쇼’가 정치행사이며, 학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행사를 불허한다는 결정 때문에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조항 자체가 문제되거나 혹은 조항의 기준이 모호해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경우들이 있어 학칙 문제는 다양한 논쟁을 낳고 있다. 대학 사회 전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학칙들에 대해 대학 당국이나 학생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상용 기자
doubledragon@yonsei.ac.kr
<자료사진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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