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김수길 대표이사를 만나다.

종합편성채널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방송사 중 하나는 바로 JTBC일 것이다. JTBC는 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방송사임에도 드라마, 예능, 뉴스 등 여러 분야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JTBC에는 회사의 창립부터 지금까지 그 중심에서 이를 지켜봐온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신문사 기자부터 중앙일보기자를 거쳐 언론인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JTBC 대표이사 사장 김수길 동문(경영·74)이다. 기자는 김 동문을 직접 만나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봤다.
 
▲ 연세춘추 8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신문사는 현 JTBC 사장이자 우리신문사 33기 동인인 김수길 동문을 만났다.
 
기자인생의 시작, 연세춘추
 
1974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동문은 우리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그는 대학생활에 쉽사리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된 어느 봄날, 학생회관 앞 잔디밭에 누워있는 그에게 지나가는 친구가 연세춘추 입사를 권했다. 김 동문은 “그렇게 친구의 권유로 연세춘추에 입사했다”며 “그 후 수습기자 활동을 하면서 기자가 바로 나의 길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우리신문사 33기로 입사함과 동시에 그의 20년 넘는 언론인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김 동문은 기자로 활동했을 당시의 우리신문에 대해 “우리대학교를 대표하는 공식 언론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며 “외부에서도 연세춘추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고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퇴임 사령도 보지 못하고 우리신문사를 나가게 됐다. 1976년 3학년이 된 김 동문은 우리신문 취재부장으로 발령받아 우리신문의 칼럼 꼭지 ‘십계명’에 글을 썼다. 하지만 당시 유신정권이었던 만큼 그의 글을 두고 논란이 생겨 결과적으로 그는 우리신문사를 그만둬야 했다. “별 것 아닌 내용의 글이었는데, 쫓겨나서 당황했다”고 하는 그의 말에선 마무리 하지 못한 연세춘추 활동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학보사 기자에서 기성언론 기자로…
 
학보사 기자부터 20년 넘게 언론인의 삶을 산 김 동문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학보사든 기성언론이든 기자라는 직업은 힘들지만 재밌고 보람있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학보사 활동을 하면서 기자로 진로를 정한 이후 그는 그 어떤 다른 직업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당시 김 동문의 주변사람들이 그의 말투, 생김새 등을 보며 ‘기자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에 그는 “그만큼 기자라는 꿈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렇게 몰두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자의 꿈을 가지고 졸업한 김 동문은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의 길로 입성했다. 당시 입사 시험을 회상하며 김 동문은 “결국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 입사시험을 봤을 때 학점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 면접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 동문이 받은 질문은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이를 알기 쉽게 재구성하는 능력’이라고 답했다. 김 동문은 “이 답변이 자신을 기자로 만들어 준 것 같다”며 “이는 학보사 활동을 포함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동문은 지금도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몰두해 대학교 4년을 충실히 보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년 넘는 기자 생활 그 후…
 
김 동문은 우리신문사 활동에 대해 “연세춘추를 통해 배운 기자의 자질과 덕목은 기성언론 기자가 돼서도 큰 도움이 됐다”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움은 실제 언론인으로서 활동할 때 큰 이점으로 작용했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은 JTBC를 창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JTBC 창립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김 동문은 “활자매체의 저조한 구독률을 보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고민을 한 결과 그는 중앙일보와 같은 계열인 JTBC의 창립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특히『비정상회담』, 『JTBC뉴스룸』 등 폭넓은 연령층을 사로잡은 콘텐츠들은 시청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으며, JTBC가 종편 채널 중 가장 빨리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타 방송사에 비해 빠르게 인지도를 얻은 이유에 대해서 김 동문은 “우리에게 방송은 이권을 따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종합미디어로서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요소였다”며 “좋은 사람들을 뽑아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언론은?
 
김 동문은 학보사 기자, 기성언론 기자부터 시작해 신문제작총괄, 현재는 방송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위치에서 우리나라 언론을 경험한 그는 과연 각각의 위치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을까? 이에 김 동문은 “직위가 달라졌다고 해서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자리에 있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는 급격히 변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특히 점점 신문, 잡지 등 활자매체의 구독률은 떨어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곧 활자매체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동문은 “정보 소비 패턴이 워낙 달라졌기 때문에 저조한 구독률은 모든 신문사들이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동문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정확하게 답이 되는 새로운 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래의 언론인들은 상황 변화에 열린 태도로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함께 지켜보며 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동문은 “기자가 되기 위해 꼭 연세춘추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보사에서 일하든 다른 활동을 하든 대학 생활은 둘도 없이 귀한 시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보며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볼 것”을 강조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행동으로 실현하면서 20대의 열정을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김 동문은 “취업난 등 어렵다고 하는 시절일수록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꿈에 눈이 멀어라 현실이 보이지 않게”
 
끝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김 동문의 인생은 분명 이러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의 삶을 통해 현실을 잊을 정도로 꿈에 몰입하다 보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글 이정은 기자
lje8853@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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