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ok의 현재와 발전 방향

음악, 드라마에 이어 출판시장에도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 ‘K-Book’(아래 케이북)으로 불리는 우리 문학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 북미 등 전 세계에 수출되고 유통되며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례로 국내 밀리언셀러*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25개국으로 수출되고 미국 펭귄사에서 출판되기도 했으며, 시인 고은의 시가 프랑스에서 인기를 끄는 등 케이북은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바탕

케이북은 ‘K-Pop’(아래 케이팝)이나 ‘K-Drama’(아래 케이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한류에 합류했다. 케이팝과 케이드라마가 해외팬들의 자발적인 관심으로 유행했다면 케이북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번역사업을 후원하는 등 출판한류의 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을 설립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아카데미를 두고 우리 문학을 번역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함과 더불어 다양한 한국 문학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과 엑스포 등에 참가해 한국관 운영, 전자출판물 전시, 한국문학행사를 개최하며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정부가 본격적으로 케이북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도모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문화를 보다 더 잘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케이팝과 케이드라마인데 높은 접근성과 언어 장벽의 부재가 그 인기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는 SNS나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고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도 우리 문화를 온전히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케이팝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서양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팝을 바탕으로 하며, 케이드라마 역시 한국문화를 온전히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작품을 통해 음악과 드라마로는 전달할 수 없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자 함이 정부가 케이북을 지원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출판시장의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서 시장을 활성화하고 세계적으로 우리 문학의 입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북의 매력

▲ 2015 런던 도서전 한국관

아무리 정부가 나서서 홍보를 하고 지원한다고 해도 케이북 자체의 매력이 없었다면 ‘출판 한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사로잡은 우리 문학의 매력은 무엇일까.

루마니아에서 온 마리나 보이꾸(Marina Voicu)(국문·15)씨는 “한국 문학은 다른 나라 문화권의 사람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담겨 있고 한편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어 보이꾸씨는 “한국의 굴곡진 역사를 배경으로 한 고유의 문화와 정서가 잘 담겨있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싱가폴에서 온 린 마(Lynn Ma)(TAD·15)씨도 “상황에 따라 적절한 느낌을 풍기는 다양한 표현들이 한국 문학의 매력”이라며 “영어나 다른 외국어 표현보다 훨씬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그때그때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전했다. 한국어는 다른 외국어보다 훨씬 더 많은 형용사, 의성어, 의태어를 갖고 있고 약간의 변형만으로도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형용사의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변형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색을 나타내는 형용사인데, ‘노랗다’라는 의미의 형용사는 ‘노르죽죽’, ‘노르스름’ 등의 형태로 변형돼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른 느낌을 연출하며 사용된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경우 모음의 변화만으로도 단어의 느낌이 달라진다. ‘깡총깡총’이 가벼운 느낌이 드는 반면 ‘껑충껑충’이 무겁고 둔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 예다.

극복해야 하는 번역과 출판의 장벽

그런데 다양한 표현이 주는 한국 문학 작품의 매력은 번역과정에서 종종 없어지곤 한다. 이는 케이북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한국어의 느낌과 그것이 담고 있는 정서를 그대로 번역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단어나 표현이 일대일로 대응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문장의 뜻뿐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문화적 의미도 함께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이꾸씨는 “맨 처음 번역된 한국 문학을 읽었을 때와 한국 문화를 공부한 뒤 읽었을 때 느끼는 바가 너무 달랐다”며 “언어만으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방언 역시 번역의 또 다른 난제다. 방언의 구수함과 정겨움을 과연 다른 언어로 담아낼 수 있는가는 아직도 번역가들 사이에서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문학 여러 작품을 번역한 바 있는 제이크 레빈(Jake Levine)(UIC·CLC)교수는 “정확한 번역이 좋은 번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레빈 교수는 또한 “번역의 과정에서 재미를 놓쳐서는 안 되며 창의적이고 감각적으로 원어가 가진 느낌과 정서를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번역의 문제와 더불어 케이북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로 적절한 출판사를 찾는 것을 꼽았다. “해외에서 한국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시장에서 이를 제대로 홍보하고 판매해줄 수 있는 출판사를 찾는 것이 출판 한류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을 레빈 교수는 강조했다.
케이북이 직면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번역이 필요한 작품에 비해 전문 번역가의 수가 매우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낮고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해 번역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문학번역원을 필두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산하의 번역아카데미에서는 한국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강좌를 번역 강좌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와 출판협약을 맺음으로서 케이북의 안정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19세기 말 유럽은 새로운 우리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었다. 김옥균을 암살했다고 알려진 홍종우는 프랑스에 건너가 우리나라 고전문학의 최고라 불리는 『춘향전』과 『심청전』을 각각 『향기로운 봄』, 『다시 꽃이 핀 마른 나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출판했다. 미지의 조선에서 건너왔다는 점이 프랑스 및 유럽 국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신분사회라는 제약적 현실 속에서 이를 지혜와 슬기로 극복한 춘향, 어버이를 섬기는 효의 정신을 보여준 심청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20세기 현대발레를 대표하는 안무가로 알려진 미하일 포킨은 1936년 『춘향전』을 바탕으로 『사랑의 시련』이라는 발레 작품을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문학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 준 바가 있다. 여기에 모국어의 의미와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줄 수 있는 번역기술과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도 곧 다가오지 않을까.

*밀리언셀러 : 100만 부 이상 팔린 책·레코드

 

글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자료사진 : 한국문학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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