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기준이 필요한 산학협력 현장실습

주 40시간 전일제 근무, 월 실습지원비 35만 1천993원.
시급으로 환산 시 시간당 1천684원

지난 9월 30일, 청년시민단체인 청년유니온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밝힌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 40시간 전일제로 근무하는 실습생들이 근무 후 받는 월 실습지원비 금액은 위와 같다.
산학협력은 학계와 산업계가 교육의 성과를 높임과 동시에 산업경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의 연구 성과를 실제 생산과정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어 생산성 증대 및 기술, 경영의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학교 입장에서도 산학협력은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실제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대학 교육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기업의 현장에서 근무해볼 수 있는 현장 실습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학점과 취업 기회까지 제공 받을 수 있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신촌캠퍼스는 산학협력단을 구성해 연구·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원주캠퍼스는 LINC사업단을 통해 구조적으로 산학협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실습이 노동인지 교육인지 명확한 구분이 되지 않아 학생들의 복지 수준이나 임금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과 근로 사이에 낀 대학생들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일했어요. 이공계 전공자로 뽑혔는데, 시장조사나 자료검색 등의 간단한 업무만 처리했어요. 사실상 사무 아르바이트 수준의 업무만 한 거죠”
-대학생 A씨

청년유니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에 투입되는 학생은 매년 4만여 명에 달하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된 실습생들을 교육생으로 봐야 할지 노동자로 봐야 할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서로 다른 해석만 오가고 있다. 이 때문에 A씨처럼 많은 대학생이 산업 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초과 근무를 강요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A씨는 실습생 오리엔테이션 때 “실습은 노동의 개념이 아니므로 노동법 최저임금을 따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육을 받으러 온 건지 일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학협력의 가장 큰 목표인 현장에서의 교육 역시 체계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는 B씨는 경기도의 대형 호텔 산학협력 실습 공지를 보고 지원해 합격했다. 그러나 정작 호텔에 가보니 교육 프로그램은 없었고, 심지어 전공과 관련 없는 부서에 배치됐다. 게다가 그 부서는 새로 기획된 프로젝트팀이어서 관계자들조차 업무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고, B씨는 기본적인 업무 교육조차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이처럼 적은 실습지원비와 부실한 교육 여건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장하나 의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49개 기업 중 39개 기업이 현장실습 혜택으로 채용 시 우대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허드렛일을 시키더라도 정직원으로 전환되거나 경력만이라도 쌓으려는 희망을 품고, 힘들더라도 참고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A씨는 “많은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시 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실습처가 아니더라도 경력을 쌓고자 부당한 조건에서도 참고 근무했다”며 “실습생 전원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입맛에 따라 기회를 줘 일종의 희망 고문”이라고 전했다. 

산학협력을 바라보는 정부와 기업의 시선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식당업체 측에서 실습생을 아르바이트생 자리에 배치해 논란이 됐다. 이 문제가 도화선이 돼 산학협력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관행 문제가 대두했고,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4년 7월 15일 현장실습 운영지침 제정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주당 40시간으로 실습시간 제한과 임금과 성격이 다른 실습지원비 제공 시행이 있다. 실습지원비는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사회단체들은 결국 지침 수준이어서 사실상 미봉책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국의 산학협력 현장실습은 실습생의 업무와 정규직 사원의 업무가 엄격하게 구분되고, 도제식 실습이 행해졌을 경우 벌금 등의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산학협력의 활성화 단계이기 때문에 강력한 법적 장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학협력은 기업 측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기업 측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 측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다고 말한다. L그룹 산학협력 담당자는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과 기업 간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려면 장기현장실습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장기현장실습을 하려는 학생은 많이 없다”며 “대부분 학점만 취득하고 그만두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턴제도도 있는데, 인턴에 준하는 비용을 지급하면서까지 실습생을 받아줄 만한 기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실습생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해 학생들이 산학협력을 통해 ‘스펙’만 쌓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생들은 적합한 실습지원비가 주어지지 않고, 학생에 대한 복지, 교육은 부실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산업계와 대학 사이에 잘못된 일이 주어져도 학생이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과 기업 간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다리가 될 수 있어 필요한 제도임은 확실하다. 이에 창원대 법학과 오창석 교수는 “산학협력은 산업 측의 이해와 교육적 배려, 학교 측의 학문연구 자율성과 철저한 계획이 없으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대학의 경우 산업 측의 요구에 의한 제약이나 정치적 요소의 개입 등으로 교육이나 연구의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과 기업이 적절히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함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기업체와 학교, 학생까지 참여하는 진정한 산학협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자료사진 :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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