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 공간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다!

“예전에는 남문에서 신촌으로 갈 때 한 번에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보도를 이용하곤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대학교 공학관 앞에 위치한 지하보도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월,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연세로로 이어지는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었고, 이제는 낡고 꺼림칙한 길로 전락해버렸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지하보도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오는 2016년 4월에는 지하보도가 지금보다 멋지고 의미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하보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발길이 줄어든 지하보도의 입구와 내부 모습

다목적, 멀티 그리고 누구나 이용 가능한 오픈 스페이스

서대문구청은 지난 2014년 12월, 연세로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우리대학교 공학관 앞 지하보도를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꾸려나가기로 했다. 폭 6.8m, 길이 54m에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누구나 지나가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김윤정 문화기반조성팀장은 “많은 조명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벽돌 등을 이용한 탁 트인 입구를 통해 개방감을 강조하고 지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사업단의 설계에 따르면 지하보도 내부는 우리대학교 창업지원센터와 연계해 취업 컨설팅이나 강좌 등을 여는 창업존과 그 외에 세미나실, 연습실, 카페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공간을 나누지 않고,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다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많은 현장 답사를 통해 우수 사례를 설계에 반영하고, 여러 전문가와의 회의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희진(국문·13)씨는 “급할 때 가끔 지하보도를 이용하려고 해도, 어둡고 꺼림칙해 이용을 꺼리게 된다”며 “지하보도가 깔끔하게 변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면 자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 공간, 서대문구와 연세대 그리고 지역주민

지하보도가 깔끔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에 더해 이 사업은 주민참여로 이뤄진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이태동 교수(사과대·환경정치)가 지역 사회와 연계해 열었던 ‘마을학개론’ 강의에서 버려진 지하공간을 이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됐고, 서대문구청은 이 방안을 받아들여 서울시의 지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서대문구청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교수들과 전문가들을 모아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김 팀장은 “이 사업의 주요 운영층이 주로 문화공간이 없는 대학생들, 그리고 신촌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관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공동운영체가 돼 직접 이를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대학교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 회장 박혜수(토목·11)씨 역시 이 공동 운영체의 한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박씨는 “지하보도의 한 공간을 동아리들의 연습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지하보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학생자치공간 부족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 역시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신촌동 주민자치위원 김봉수씨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처럼 유명 강사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김씨는 또한 이 장소를 갤러리 혹은 집단 공연 장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대문구 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 교수는 지하보도의 공간에 대해 “쉴 수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 물리적 공간을 활용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협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지하보도, 그 기대효과는?

우리대학교 앞 지하보도의 변화에는 많은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단체가 동참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이 공간이 활성화되면 창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에게 도움이 되고, 공연 공간을 찾는 문화예술인들이 부담 없이 토론과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더불어 이 장소는 학생들과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신촌을 경유하는 직장인들이 쉬기도 하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신촌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봉수씨는 “주민 참여 공간 형성을 통해 교육과 멘토링을 위한 장소의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고, 학교 단체와 지역의 소규모 공동체 간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홍보가 잘 이뤄지게 되면 지역 단체들의 참여가 활발해져 지역 내 정보 공유가 쉬워지고 상권 활성화와 시민의 삶 증진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변화된 지하보도는 우리대학교와 신촌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공간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이를 이어주는 기능적 측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16년 상반기에 완공될 새로운 지하보도는 아직은 그 이름도, 운영체계도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참여공간이라는 사업의 취지에 맞게 많은 부분이 공동 운영체와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연세로가 ‘차 없는 도로’가 되면서 신촌이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대학교 앞 지하보도 역시 신촌의 명소가 돼 많은 이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글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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