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화하는 봉원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보다

신촌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면 우리대학교 동문과 이화여대 후문 사이에 안산을 끼고 있는 한적한 마을이 하나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 학생들의 하숙촌인 이 동네는 수십 년 동안 거주한 주민과 잠시 머물다 떠나는 대학생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동네의 이름은 ‘봉원마을’, 최근 이 마을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봉원마을에 위치한 카페 ‘체화당’에는 주말 아침부터 몰려든 주민들로 북적였다. 목공을 통해 마을을 디자인하는 ‘봉원마을 마디마디 워크숍’ 에 참가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봉원마을만의 지역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 카페 ‘체화당’에 ‘봉원마을 마디마디 워크숍’ 참가를 위해 모인 봉원마을 주민과 청년들의 모습

위기 속에서 불어온 변화의 바람

지난 2014년, ▲봉원동 ▲대신동 ▲신촌동 일대의 지역은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 기숙사 증축에 대한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이 지역은 인근 대학인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원룸과 하숙 형태의 주거 비율이 높고, 이와 연결된 임대업이 지역주민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기숙사가 완공되면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대학본부와 지역사회의 일부 주민 그리고 서대문구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관련기사 1745호 8면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상생과 변화를 위한 협력 속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기숙사 완공 후 겪게 될 마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봉원마을 사업단’을 구성해 마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서대문구가 서울시 공모사업인 ‘서울 속 마을여행’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봉원마을 사업단은 원룸·하숙집 주인들과 청년 활동가, 서대문구의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대문구청 지원활성화과 이원중 팀장은 “구청에 대책을 요구하는 마을 주민들의 민원으로 공실(空室)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했다”며 “서울 속 마을 여행이라는 서울시 공모사업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공모에 참여했으며, 현재 사업 운영은 주민들 위주로 진행되고 구청에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원마을 사업단은 마을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봉원마을협동조합 조성보 이사장은 “봉원마을을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어 공실을 게스트하우스나 셰어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마을을 발전시키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봉원마을을 젊은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거리와 마을로 재구성하는 것도 사업의 주요 목표다. 봉원마을 사업단 허승규 간사는 “이러한 사업을 통해 마을 활성화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봉원마을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


구체적으로, 봉원마을 사업단은 ▲주말 장터 ▲마디마디 워크숍 ▲서울 속 마을여행 봉원길 개발 연구 등의 세 가지 사업을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봉원마을 주말 장터’는 봉원마을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다. 봉원마을협동조합은 지난해 기숙사 증축 반대 시위를 중심으로 모였던 주민들이 자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 조합이다. 장터는 주민들이 만든 먹거리 중심의 재래식 장터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이나 근처 안산과 봉원사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장터를 다녀가고 있다. 또한 인근 대학의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지역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도모한다. 조 이사장은 “이제 막 시작한 봉원마을 주말 장터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이 사업을 확장해나감으로써 마을을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 ‘봉원마을 마디마디 워크숍’ 참가자들이 폐파렛트를 재활용해 마을 공공의 물품을 제작 중이다.


‘봉원마을 마디마디 워크숍’은 목공을 통해 사회적 거점(Social spot)을 구축하는 마을 디자인 프로그램이다. 청년과 주민들이 모여 버려진 폐파렛트*를 이용해 마을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벤치나 탁자와 같은 공공의 물품을 제작한다. 점점 고립돼가는 개인사회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버려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워크숍에서 목공을 가르치는 삶디자인연구소 박활민 소장은 “이 활동은 봉원마을의 다양한 잉여자원을 발굴하고, 주민들이 이를 매개로 서로 교류하고 활동할 수 있는 생활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폐목재인 폐파렛트는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공사 현장에 많이 버려져 있어 쉽게 수집해 재활용할 수 있었다. 허 간사는 “재활용으로 지구와 다음 세대를 고려한 사업을 진행해 미래지향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사업은 장기적인 마을 전환을 고민하는 ‘서울 속 마을여행 봉원길 개발 연구’로 현재 우리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계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봉원마을의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장기적인 마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고, 마을 문화와의 연계 및 자립 가능한 콘텐츠를 발견하는 것이다. 봉원마을 사업단 이태영 단장은 “마을의 상황과 주민들의 인식, 그리고 나아가 봉원마을 변화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친환경 참여형 여행지’ 사례를 모아 제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봉원마을 마디마디 워크숍’ 참가자들이 폐파렛트를 재활용해 직접 제작한 의자.


학생도 봉원마을의 주민


그렇다면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봉원마을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빛아름(정외·10)씨는 “카페 체화당 위층에 살고 있어 봉원마을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게 돼 동네에 애착이 생기고 더불어 산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곳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이방인 같은 느낌이 있지만, 오래 머물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장상우(경제·14)씨는 “기숙사 비용이 자취와 하숙비용보다 저렴해 새 기숙사가 지어지면 봉원마을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하지만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한 마을 문화를 만드는 것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졸업하거나 집세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떠날 청년 세입자들은 봉원마을의 주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봉원마을 사업단은 재활용과 에너지 자립 등의 미래지향적인 키워드가 마을의 문화가 되며, 하루를 머물러도 주민이 될 수 있는 마을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봉원마을의 변화가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을 포함한 인근 대학 학생들과 청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 단장은 “기존 주민뿐만 아니라 마을의 프로젝트와 문화를 통해 만나게 될 새로운 주민이 성공에 가장 필요한 요소”라며 “집을 소유하지도, 자리를 잡고 살아가지도 않는 학생과 청년들 같은 새로운 주민들이 초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증축으로부터 시작된 봉원마을의 변화는 앞으로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봉원마을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에 관심과 기대가 생기는 이유는 그들의 문제가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이며,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문화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청년이 참여해 살고 싶은 마을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파렛트 : 지게차로 물건을 실어나를 때 물건을 안정적으로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구조물.


글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자료사진 : 봉원마을 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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