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전문기자 변지민씨와의 대담

푸른 가을날,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인 이때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언론계 지망생이다. 그들은 오늘도 피 튀기는 취업의 바닷속에서 잡아먹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책 속에 파묻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취업이 어렵기로 소문난 언론계에도 ‘블루 오션’은 존재하는 법. 우리나라 과학언론의 대표인 ‘동아 사이언스’에서 근무하는 과학 전문 기자 변지민 동문(화공생명·05)의 재학 당시 전공 학점 평균은 B와 C 사이, 토익 점수는 830점 정도로 언론사 입사에 있어 ‘턱도 없는’ 스펙이었지만 최종 면접 때 면접관에게 “왜 이렇게 스펙이 좋냐”는 말을 들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과 학내 언론사에서 활동한 이력, 과학언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언론사 입사에 성공한 변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신들이 가져간 과학 기사를 내가 되찾아 오겠다’


이는 동아 사이언스 입사 당시, 동아일보 사회부·정치부 기자들 앞에서 변씨가 밝힌 포부다. 실제로 그가 과학 전문 기자로 진로를 결정한 배경에는 재학시절 학생식당 TV에서 접한 ‘천안함 보도’가 있었다. 당시 TV에서는 사회부 기자가 천안함 사건과 연관된 열역학 이론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때 변씨는 ‘과학기사를 왜 사회부에서 다루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변씨는 “사실 과학기사 중에 논리가 엉성한 기사들이 상당히 많다”며 “전문적으로 시사와 과학 모두를 다룰 수 있는 기자가 되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졸업을 1년 앞둔 시점에 과학전문기자로 진로를 결정한 변씨는 제일 먼저 과학동아 편집장에게 연락을 취해 조언을 구했다. 이에 당시 편집장은 ‘학보사 활동을 하라’는 조언을 해줬고, 실제로 교내 자치언론단체 ‘연세통’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경쟁력이 됐다. 일반적인 이공계 학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글쓰기 실력이 취약하지만, 자치언론 활동을 통해 수백 편의 글을 읽고 썼던 변씨는 여느 인문계 학생 못지않은 탄탄한 문장력과 논리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공계생으로 문과에 특화된 직업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변씨는 “과학기자의 경우 진입 장벽이 타 언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과학연구를 주로 다루는 ‘동아 사이언스’의 경우 이공계생을 우대한다”며 “기자 준비를 체계적으로 한 이공계생이 적은 만큼 언론사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았던 것이 큰 경쟁력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공계생만 과학전문기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씨는 “이공계생과 인문계생 간의 지식 차이는 그리 크게 나지 않지만, 기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라며 “다만 과학이라는 특수한 분야와의 공감, 친밀감이 중요하므로 이공계 학생들을 우대한다”고 말했다.


취업 깡패 화공 진로 포기… 하지만 후회는 없다


소위 ‘전화기(전기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로 불리는 3대 취업 강자 중 하나인 화공과를 전공한 변씨. 전공과 관련된 진로를 택한 그의 동기들과는 달리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물었다. 실제로 제약회사, 정유업체 등에 취직한 동기들은 변씨보다 보통 1.5배에서 많게는 2배가량 많은 연봉을 받는다. 이에 대해 변씨는 “학부 시절 섬세한 성격 탓에 다소 남성적인 공대 특유의 분위기가 성격과 맞지 않았다”며 “전공과 관련된 진로를 이어갔다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순 있었겠지만, 그 일과 맞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변씨는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고 기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 덧붙였다.


과학기자는 지식전달자가 아닌 ‘언론인’이다


과학기자가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 ‘지식 전달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변씨는 말한다.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메르스(MERS) 바이러스를 예로 들면, 기성언론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나라는 메르스 청정국’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했다. 하지만 변씨는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표현”이라며 “바이러스는 박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바이러스를 곤충 보듯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변씨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분명 과학자만이 사회문제에서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언론은 단순한 연구 소개나 밝고 희망적인 소재를 넘어서 예리한 시각을 갖고 우리 사회와 더 밀접하고 비판적인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변씨는 가장 애착이 가는 본인의 기사로 과학동아 10월호에 실린 ‘논문에서…내 이름이 사라졌다’를 꼽았다. 과학계에 만연한 논문 강탈을 다룬 이 기사는 연구자들의 절반가량이 논문 강탈을 경험하지만,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으며 처벌 또한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씨는 이 문제에 대해 “과학계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이 빚어낸 참사”라고 말했다. 새로운 연구 소개 기사가 과학언론의 주류를 이루는 현재, 논문 강탈과 같은 학내 사회적 이슈는 과학언론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하기 때문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씨는 “새로운 과학연구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과학적 성과만을 알리다 보면 과학계가 점점 대중 사회와 멀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일반 사회와 과학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과학기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변씨는 닳고 닳은 종이뭉치를 꺼내 보여줬다. 바로 과학기자 4년 차에 접어든 그가 입사 전부터 갖고 다니며 교범으로 삼던 기자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한 선배 기자의 글이었다. 항상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절대 만만치 않은 언론인으로서의 무게가 보였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 갈 과학언론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글 장혜진 수습기자
함예솔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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