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월동 동화마을 방문기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사람들.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기 전에 한 장 한 장 읽던 동화책들은 잊힌 지 오래다. 이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 줄 마을이 있다. 바로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동화마을은 인천 1호선의 종점인 인천역에 위치해 있다. 우리대학교 국제캠을 기준으로 하면 캠퍼스타운역에서부터 출발해 부평역에서 딱 한번만 갈아타면 된다. 1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가면 어느새 귀엽고 미소가 절로 나는 벽화들을 찾아볼 수 있다. 평범함에 질려 색다른 걸 원한다면 송월동 동화마을로 떠나보자.

 

상상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세계, 동화마을

인천 송월동이 동화마을로 변모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천광역시 중구에서는 침체한 마을의 낡은 담장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과 꿈을 주고자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들을 설치했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걷다 보면 콘크리트 벽을 채운 알록달록한 벽화들에서 이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인천 동화마을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나 서울의 이화마을 등 다른 벽화 마을들과 다른 점은, 조형물들이 벽화와 어우러져 거리를 하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알록달록한 벽화들과 어우러진 동화 속 주인공들이 조각에서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귀를 쫑긋거릴 것만 같다. 벽화뿐만 아니라, 계단이나 가로등, 전봇대도 동화 속 배경의 일부가 된다. 가로등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너구리가 매달려 있고, 굵직한 잭의 콩나무들이 전봇대를 감싸고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가정집이나 복지회관 등 일상적인 건물들도 분홍색 지붕을 얹고 어릴 적 상상 속 공주의 성으로 탈바꿈했다.
동화마을의 골목은 저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골목을 하나하나 지날 때면 서로 다른 동화 세계에 흠뻑 젖을 수가 있다. 인어공주 골목을 거닐면 푸른색의 벽화와 물고기 떼 조형물, 표독스러운 마녀와 순진한 인어 공주의 표정이 살아 있는 그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흥부놀부 거리를 지날 때는 이야기의 장면들을 그린 벽화들뿐만 아니라 마루까지 갖춰진 초가집 모형이 그림을 돋보이게 해준다. 이처럼 조형물들이 모두 이야기가 있다 보니, 직접 만져보고 자세를 따라 해 보는 등 능동적으로 그림에 다가가는 재미가 있다. 어릴 적 디즈니의 공주들과 놀고 잭과 거인을 무찌르던 상상 속의 세계를 현실에 뚝딱뚝딱 만들어 낸 것 같다고나 할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어릴 적 추억들로 만들어진 섬들이 나오듯이, 동화마을은 어릴 적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들을 모아놓은 ‘동화 섬’ 만 같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동화마을에는 벽화나 조형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 공방이나 이색 카페들도 골목마다 자리해 있다. 방문객들은 공방에서 수채화 그림 그리기나 지점토 인형 만들기, 쿠키 만들기 등을 하며 초등학교 시절의 미술 시간으로 돌아가 볼 수 있다. 더불어 이런 이색 체험을 하고 난 뒤엔 골목마다 만나볼 수 있는 동화를 주제로 한 카페에서 쉴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동화마을에는 돌고래 피자, 아이스크림 튀김, 마약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먹거리들을 팔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화마을의 입구 쪽에서 파는 ‘짜장 빙수’를 먹어봄 직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된 면과 반찬 통에 담긴 과일 토핑들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짜장 빙수를 파는 ‘오즈의 마법사 카페’는 큰 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2층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원피스 피규어들로 장식돼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또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거대한 동화책들 밑에 깔린 ‘블랙래빗 카페’도 찾아볼 수 있다. 블랙래빗 카페에서는 귀여운 쿠키와 시원한 음료를 먹고 마시면서 동화책도 읽을 수 있다. 동화책 집 안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다 보면 사탕 하나, 이야기 한 조각에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카페에서 쉬고 난 뒤에는 맞은편에 동화를 주제로 한 트릭아트 하우스도 들러볼 수 있으니, 재미있는 트릭아트와 사진을 찍으며 배를 꺼트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안전마을 동화마을 센터에서는 예약 후 주말에 하루 두 차례 인형극을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체험공간들을 활용하면 골목마다 자리한 동심의 세계에 더 흠뻑 젖을 수 있지 않을까?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지도 벌써 일주일이다. 시험 후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벌써 할 일이 하나 둘씩 쌓여가고 있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에 지칠 때, 한 시간만 지하철을 타고 송월동 동화마을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어릴 적 가졌던 동화 속 상상의 나래를 떠올리며, 동시에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고 모든 일상에서 행복의 조각을 찾아내던 어린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예지 수습기자
최서인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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