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교수 크리스 리씨를 만나다

미국에서 평생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조차 생소한 탈북자 문제를 단편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등단한 작가가 있다. 또한 혼자만의 글쓰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의 작가들을 양성하고 있는 그녀, 우리대학교 크리스 리(Krys Lee) 교수(UIC·CLC)를 만나봤다.

 

글쓰기는 노력과 끈기

어릴 적부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즐겨했지만, 이 교수가 처음부터 ‘소설’을 쓰는 작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소설보다는 시 짓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렸을 적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이 교수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잊기 위해 학업에 열중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어느새 글쓰기와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 교수는 어느 순간부터 문득 글을 쓰는 것이 너무 그리워졌다고 한다. 그저 끌리는 대로, 글 쓰는 것 자체가 좋아 다시 시작된 이 교수의 글쓰기는 어느덧 하나의 단편소설이 됐고, 그렇게 완성된 첫 단편소설집 『떠도는 집(Drifting House)』은 한 출판중개인의 눈에 띄어 출판 소속사를 결정하는 경매에까지 오르게 됐다. 당시 경매에서는 이 교수도 놀랄 정도의 열띤 경매열기가 있었다고. 그 후 소속사가 결정된 이 교수는 본격적으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 출판을 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수많은 호평을 받으며 이 교수를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작가로 우뚝 서게끔 도와줬다. 이 모든 일이 그녀는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책엔 분명 독자들을 사로잡는 이 교수만의 진심과 분명한 철학이 담겨있다.
이런 이 교수에게 소설은 힘들면서도 매력적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한계에 계속해서 부딪히며 성장하는 것이 글쓰기”라고 말했다. 작가의 세계관, 인생관, 인물에 대한 이해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 등에 있어 자신의 최대치를 이끌어내서 써야하는 만큼 소설 쓰기는 실패의 연속이기도 하다. “소설 쓰기란 정말 많은 노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작업이고, 이 과정에서 작가는 한층 더 성장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탈북자를 돕는 북한인권운동가이자 제자를 양성하는 교수


북한의 ‘꽃제비’*에 대한 비디오를 본 후 큰 충격을 받고 참석한 북한인권모임에서 이 교수는 처음으로 탈북자를 만났다. 그들의 상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치유하는 방법은 그들의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이 교수는 그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일부러 그들의 과거 이야기를 묻거나 들추는 일이 없었다. 국가적 배경으로 인해 남들보다 많은 고생을 했을 뿐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며, 잦은 만남을 통해 편한 멘토로서 한국 사회에서의 적응을 도왔다. 이렇게 맺은 관계와 경험들은 이 교수의 단편집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미국 사회 내 탈북자 가정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이 교수는 지금도 비공식적으로 탈북자들을 도우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탈북자들과 가깝게 지내며 모국과 한발 가까워진 이 교수는 자신이 생활해온 미국이 아닌 한국 사회로도 눈을 돌리게 됐다.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그저 한국에 오래 머물며 학생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인의 추천으로 지원한 교수직에 합격한 그녀는 2013학년도 2학기부터 언더우드국제대학에서 문학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는 이 교수는 적당한 과제와 적당한 칭찬이 아닌, 학생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강한 훈련을 고수한다. 이것이 그녀의 교수방식이며, 학생들 역시 이 교수를 믿고 열심히 따라와 주곤 한다고.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줄 때 그녀는 교수라는 직업에 가장 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청춘이여, 용기 내어 배우고 경험하라 


현재의 20대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이 교수는 “타인과 자신의 고통을 공유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특유의 성격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 털어 놓지 못했던 것을 후회 한다”며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타인과 아픔을 나누고 힘을 냈다면 그전보다 더 빨리, 슬기롭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더불어 그녀는 때로는 무모해보일지라도, 또한 기존의 방식과는 어긋날지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과감히 도전해보길 권하며 “남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녀의 바람을 전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대답이었다.
또한 그녀는 틈틈이 독서를 하라고 조언한다. 이 교수에게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본 사람이 사람을 더 잘 대하듯,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이 교수는 “다양한 책은 다양한 세계를 보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다”며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보길 당부했다. 비단 작가를 희망하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삶을 배우고 싶은 청춘이라면, 독서는 늘 새로운 지혜와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마친 후 바로 학생들의 글을 첨삭하러 가는 이 교수의 모습에서 작가로서의 전문성과 교수로서의 열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소재는 작가를 찾아온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현재 새로운 소설을 준비 중에 있다. 자신만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로 미국 사회를 감동시킨 이 교수가 이번에는 어떤 소설로 전 세계를 감동시킬지 기대된다.

*꽃제비 : 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

 

글 주은혜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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