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의 군대 별식 솔직 리뷰

그 맛있는 고기반찬까지 맛없어진다는 군대급식, 통칭 ‘짬밥.’ 입대를 앞둔 남자들이 ‘남겨질 여자친구’만큼 걱정하는 것이 바로 ‘짬밥’아닐까. 하지만 ‘밥도둑’은커녕 ‘밥경찰’로 가득한 군대에도 한 줄기 빛이 있으니 바로 군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군대 별식!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없는 것은 절대 못 먹는 기자가 대한의 건아는 군대에서 무엇을 먹고 버티는지 체험해봤다.

맛다시
고기 비빔소스로 종류는 빨간색의 ‘고추나라’와 초록색의 ‘산채비빔’으로 두 가지다. 우리신문사 군필 기자들이 하나같이 “무조건 초록색”이라고 외쳐 ‘산채비빔’ 맛으로 구입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팩을 뜯어보니 콩알만한 고기완자가 드문드문 섞인 검붉은 고추장 양념이 흘러나왔다. 즉석밥에 비벼 한 숟갈 입에 넣자 입안 가득 미각을 마비시킬 기세로 퍼지는 강렬한 고추장 맛이란! 아무리 맛없음의 극치라 하는 군대 짬밥이라 해도 맛다시를 얹어 비비면 모든 재료의 맛을 고추장 맛으로 덮어버려 무사히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양 조절이 관건인데, 적당량은 3명이 한 개를 뜯어 나눠 먹으면 딱 이라고 한다. 보통 훈련에 나가서 먹을때는 3주 훈련에 일인당 10개를 챙기면 된다고.
 

쌀국수
PX*품목이 아닌 보급품이라 그런지 군대별식 중 호불호가 가장 극명했다. 컵라면에선 보기 드문 네모난 상자의 뚜껑을 열면 건조된 쌀국수 면이 스프와 들어있다. 물을 붓고 5분 동안 기다리자 잡채같이 투명했던 면이 밀가루 소면처럼 변했다. 호호 불어 입에 넣으니 쌀국수는 아니고 굉장히 칼칼한 잔치국수 맛이 났다. 베트남 쌀국수 맛은 기대도 안 했지만, 칼칼함만큼은 제대로 구현한 것 같다. 오히려 기존 쌀국수의 이국적인 향에 이질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선호할지도. 물론 ‘불호’ 측을 대변한 활용 레시피도 있다. 스프와 물 대신 데운 우유를 붓는 ‘쌀르보나라’가 있고, 물의 양을 최소화해 스프와 비빈 ‘쌀 비빔면’도 있다. 어떻게 먹을지는 당신 몫이다.

슈넬치킨
치킨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우리나라에선 PX에서도 냉동순살치킨을 만날 수 있다. 기자는 ‘아마‧카라‧슈넬’ 3대장 중에서도 최고라는 슈넬치킨을 구했다. 아담한 사이즈의 봉지를 살짝 뜯어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리니 제법 군침 도는 냄새가 풍겼다. 색깔이 검붉어서 건강해보이진 않지만 한입 크기로 먹기엔 편했다. 맛은 기대이상! 매콤한 끝 맛이 중독성 있었다. 냉동치킨이 이 정도 양과 맛이라니, 기숙사 냉장고에 한가득 쟁여놓고 간식으로 돌려먹고 싶을 정도다. 편의점에서 파는 웬만한 냉동식품들은 전부 반성해야 할 수준. PX가 2천800원, 치킨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 함께 하시길. PX 크림우동과도 궁합이 좋다고 한다.

빅팜
MBC 「진짜 사나이」 덕에 시중에서도 유명해진 별식으로 소세지봉의 옷을 입고 있으면서 속살은 제법 ‘햄’스럽다. 편의점에서 70g 사이즈로 천 원에 팔지만 PX에서는 같은 가격에 150g의 큰 사이즈를 판다. 유행을 반영해 불닭 맛도 출시 됐으나 PX에서는 볼 수 없는 듯하다. 군대에서 빅팜은 ‘마법의 재료’로 어디에 넣어도 맛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궁합메뉴는 뽀글이! 혹자는 ‘뽀글이의 완성은 빅팜’이라고 말한다. 전자레인지에 40초 정도 데워도 되고 뜨거운 물에 바로 넣어도 된다. 숟가락으로 투박하게 써는 게 포인트. 빅팜 자체의 맛은 덜 익은 햄 같은 생김새와 달리 의외로 어육 소세지 맛이다. 소세지봉 좀 뜯어본 사람이면 빅팜 하나로도 만족할 듯하다.

뽀글이
PX에서 컵라면을 파는데 여전히 많은 군인들이 굳이 뽀글이를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여전히 보급 봉지라면을 끓일 냄비가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봉지라면이 컵라면보다 맛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뽀글이를 시도한 라면은 신라면. 맛 자체는 평소에 먹는 라면과 다를 바 없었으나, 뽀글이는 라면의 맛보다는 ‘상황’이 맛있음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었다. 사실 군대 뽀글이 재료로는 국물라면보다는 비빔라면이 편리하다. 젓가락을 못 쓰는 군대에서 면을 먹으려면 조금이라도 국물이 없는 것이 편하기 때문. 특히 요즘엔 ‘간짬뽕’이 뽀글이 신흥강자라고. 빅팜과의 궁합도 가장 좋아 인터넷에는 군대에서의 맛을 못 잊어 전역하고 또 영접했다는 간증 글이 여럿 올라와있다.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체험해보자.

건플레이크
기나긴 세월을 함께해온 건빵과 우유지만 누가 우유에 건빵을 말아먹을 생각을 했을까. 기자는 실제 보급품인 ‘쌀건빵’과 ‘연세우유’로 건플레이크를 만들었다. 보급 쌀건빵은 시중 보리건빵보다 목메임이 덜하다. 건빵을 잘게 부숴 우유에 넣자 촉촉하게 녹아들며 부드러운 식감으로 변했다. 생으로 먹으면 딱딱한 별사탕 역시 깨트려 우유에 뿌리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한 번에 건빵을 많이 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방 눅눅해지기 때문에 걸쭉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느끼하고 역할 수 있다. 적당히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으면서 촉촉해야 진정한 건플레이크라 할 수 있다. 사실 우유는 막내를 시켜 취사장에서 얻어 오는 게 포인트라고 하니 짬 차면 꼭 시도해보시길.

시식을 해본 결과 사실상 모든 메뉴가 시중에서 완전히 볼 수 없던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음식들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과 장소로 들어갔기에 특별한 힘을 갖게 된 것 아닐까. 짬밥이 두려운 그대, 걱정하지 마시라. 군 생활 2년에 소소한 행복을 불어넣고, 돌이켜보면 추억이 될 별식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PX: 군부대 기지 내 매점, Post exchange

글 이주인 기자
master0207@yonsei.ac.kr
사진 한동연 기자
 hhan58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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