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방법도 각양각색, 솔직한 고무신들의 이야기

20대 청년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 군대하면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고무신’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기자는 제대를 기다리고 있는 고무신 A씨부터 남자친구가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 후 꽃신을 신은 B씨, 그리고 남자친구의 군복무를 기다리다 결국 중간에 헤어진 C씨까지, 전직 혹은 현직 고무신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고무신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가요?
A: 일단 가장 힘든 점은 만나지 못하고, 연락이 자유롭지 않은 게 제일 힘들었어요. 학교CC로 만나 타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외로웠던 부분을 서로 많이 채워줬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니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죠. 또한 주변에서 들려오는 ‘어차피 전역하면 헤어져’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 배로 힘들게 만들었어요.
B: 남자친구의 입장에선 정해진 시간에 전화할 수 있지만, 고무신은 그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요. 한 번 전화를 놓치면 다시 전화를 걸지 못한다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선 연락을 하고 싶을 때 못 하고, 보고 싶을 때 못 보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C: 저도 만나지 못하고, 전화도 먼저 못하기 때문에 힘든 적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수할 각오로 시작한 고무신이었던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전 오히려 휴가 나왔을 때 저보다 친구들이 우선이었던 그 친구의 태도가 많이 속상했어요.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짧은 휴가마저 친구들과 보낸다고 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죠.
  
2. 고무신 생활 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A: 주위에서 ‘대단하다’, ‘우와 진짜 멋있다’, ‘보기 좋다’ 등의 말을 해줄 때 뿌듯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일 뿌듯한 건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해줄 때겠죠?
B: 특정 순간은 아닌데, 전 남자친구가 군인일 때 남자친구의 뒷바라지 같은 것을 했다기보다는 저도 제 일을 묵묵히 하면서 생활했다는 게 가장 뿌듯해요. 사실 그렇게 생활한 게 2년 남짓의 군복무 기간을 기다리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C: 매일 편지 한 통씩 적어서 30개 넘는 편지를 한 번에 부쳤던 순간이에요. 읽는 사람은 버거웠을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아요. 편지꾸러미를 들고 우체국을 향하는 그때를 생각하면 설레고 뿌듯해요.

3. 민간인일 때와 군인일 때, 남자친구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나요?
A: 남자친구가 무뚝뚝하고 표현도 안 하고 무심했었는데,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성격 때문에 표현을 못 했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군대에 간 이후엔 뭔가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더 애틋하더라고요. 그게 느껴져서인지 서로 더 의지하게 되고 사이도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소원으로 편지를 써달라고 해도 절대 안 쓴다며 정색까지 했던 애가 훈련소에서 하루에 한 장씩 편지를 써서 보내 주곤 하는데 아직도 정말 신기해요.
B: 군인일 때는 얼굴을 자주 못 보기 때문에 직접 와 닿는 표현을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전화로든 편지로든 얼굴을 안보고 있어서 그랬는지 아님 절실해서 그랬는지 훨씬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그건 저도 그랬죠.(웃음)
C: 6개월 정도 사귀고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는데 민간인일 때는 싸운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군대에 가면 서로 더 애틋해질 줄 알았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더 많이 싸우게 됐어요.

4. 주로 어떤 데이트를 하나요?
A: 남자친구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출타를 하게 되는데, 외박을 나왔을 때는 그 지역에서 그냥 영화보고 밥 먹고 카페가고 주말에 하는 평범한 데이트를 해요. 하지만 길게 휴가를 나왔을 때는 꼭 짧게라도 어디를 놀러가려고 하고 있어요.
B: 주로 카페에 가거나 영화보거나, 검색을 통해서 그 날 하고 싶은 것들을 그때그때 했어요.
C: 외출이나 외박을 나오면 항상 부대 근처까지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먹이고) 데이트를 했어요. 휴가를 나올 경우에는 한강이나 홍대 같은 번화가에 가서 바람도 쐬고 서로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데이트를 했던 것 같아요. 

5. 군대용어, 군대음식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A: 군대용어는 거의 섭렵했죠. 입대 이후 매일 전화를 하는데 남자 친구는 하루 종일 군대 안에 있어서 할 얘기가 군대 얘기뿐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면 자연스럽게 군대용어들이 나왔고 처음에는 거의 몰랐지만 이제는 대부분 다 알아듣게 됐어요. 군대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해서 먹어본 적은 없지만, 딸기맛 몽쉘이랑 오예스가 군대 내 매점에서만 판다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한테 말했던 적은 있어요. 남자친구가 택배로 보내줘서 먹어봤는데 맛있었어요.
B: 잘 몰라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실 전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다고 해서 뭘 특별히 하기보단 제 생활에 더 집중했거든요.
C: 군대용어가 정말 많고 헷갈리지만 고무신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여군이라도 된 듯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근데 전 남자친구가 센스가 없어서 그런지 PX에만 파는 음식 같은 것들은 먹어본 적이 없네요.

남자친구의 군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는 고무신. 그들의 상황은 각양각색이지만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매 순간순간 보고 싶은 사람을 바로 볼 수 없기에 힘은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청춘이기에 이 또한 기다림이라는 값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글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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