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M이 돌아가신 친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종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이 집에는 총 13개의 방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밤, 파티를 연 미스터 M은 지인들에게 방을 빌려주기 위해 집 안을 둘러보지만 아무리 봐도 방은 12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약간은 찝찝한 마음으로 파티를 벌이게 된 미스터 M과 친구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과연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상으로의 탈출. 방탈출!

▲게임을 시작하기 전 체험자들은 동의서를 작성해야한다.

찾을 수 없는 13번째 방으로 사라진 친구들. 이는 마치 소설 속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직접 주인공이 돼 사라진 13번째 방을 찾고 이곳을 탈출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추리 소설 속 탐정처럼 퍼즐을 맞춰 방을 탈출하는 이색 체험 공간인 일명 ‘방탈출 카페’로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 방탈출 카페란 참가자가 밀실에 들어가 단서를 풀고 밖으로 나와야 성공하는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방탈출 카페는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어 방문하기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체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다양한 테마와 난이도를 가진 방을 선택할 수 있는데, 테마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주로 3인 기준 5만 원에서 6만 원 정도에 체험할 수 있다. 비록 학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3~4명이 한 팀을 이뤄서 한 방에 들어가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 단위로 체험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소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은 기자는 그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친구들과 함께 방탈출 카페를 체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대학교 신촌캠과 가까운 홍대에 있는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를 방문했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카페에 들어서자 방탈출 미션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명예의 전당’이 눈에 띄었다. 이후 게임과 관련해서 사진 촬영 금지, 위험 물품 반입 금지, 안전 유의, 물품 파손 유의, 폐쇄공포증 환자 출입 제한 등의 유의 사항을 듣게 됐다. 설명을 듣던 중, 탈출에 성공할 경우 음료수도 제공해준다는 점이 기자의 탈출 성공 욕구를 한층 더 자극했다. 유의사항을 모두 들은 뒤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방탈출 게임이 시작된다. 홍대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의 경우 돌아가신 할머님이 남겨주신 집에서 사라져버린 13번째 방을 찾는 ‘사라진 13번 방’, 연쇄 살인마의 집에 숨겨진 비밀 사건의 종결을 위한 ‘살인마 빅토르의 비밀’, 오래된 유적 속에 숨겨진 함정을 찾는 ‘잃어버린 보물’, 뱀파이어 드라큘라의 부활을 막기 위한 ‘뱀파이어 드라큘라의 성’ 총 4가지 테마로 이뤄져있다. 방마다 다양한 콘셉트를 갖고 있으며, 19세 이하 금지인 방도 있는 만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그중에서도 기자는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사라진 13번 방’에 도전했다.

사라진 13번째 방은 어디에?

▲방탈출 카페의 전체 테마는 미스터M의 비밀을 푸는 것이다.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반, 기대감 반으로 시작한 탈출게임. ‘사라진 13번 방’의 경우 두 개의 방에 따로 들어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힌트를 찾고 이를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방탈출 카페의 경우 테마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갑, 안대 등 다양한 장치로 인해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유를 얻는 것이 또 하나의 미션이 되는데, 평소에 아무렇게나 움직일 수 있던 팔다리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증거를 찾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아도 된다. 친구들과 협력을 통해 하나둘씩 퍼즐을 맞춰나가다 보면 성취감도 생기고 점점 게임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방 안의 모든 물건 하나하나에 대한 관찰력을 갖는 것이 게임을 성공하는 주요 열쇠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물건도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고 이를 조합하다 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의 경우에는 힌트를 세 번까지 활용할 수 있다. 벽에 있는 벨을 누르면 직원이 방에 들어오는데, 첫 번째 힌트는 각 테마방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 이후에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힌트의 경우 장기자랑을 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걸그룹 춤에 빠삭한 기자의 친구가 있어 무리 없이 힌트를 받고 즐겁게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힌트를 받게 된다면 시간 내에 탈출한다고 해도 명예의 전당에는 기록되지 않고 단지 탈출‘만’ 할 수 있다. 기자는 두 번째 힌트까지만 받았기에 마지막 힌트를 위해서는 어떤 미션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궁금하다면 직접 방탈출 게임을 통해 확인해보기를! 만약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자 하는 노력에 힌트를 받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다가 탈출도 못 할 위기에 처했다면 힌트를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또한 자물쇠, 일기장, 인형 등 다양한 소품을 보고 지나치지 않고 단서를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탈출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박소현(약학‧13)씨는 “예전에 휴대폰으로 방탈출 게임을 재밌게 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는 호기심에서 방탈출 카페를 가게 됐다”며 “탈출에 성공했을 때는 뿌듯한 마음에, 실패했을 때는 아쉬운 마음에 또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를 운영하는 이수 동문(경영‧08)은 “가상현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방탈출 카페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더 매력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속 명탐정처럼 방 안의 모든 물건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단서를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는 방탈출 카페. 친한 친구들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거나 밥, 영화, 카페로 이뤄진 데이트 코스가 지겨워진 연인이라면 이곳에서 직접 탈출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사진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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