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에서 삶의 대안을 찾아보다

서울 시내에서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집으로 배달되는 시대에 농사를 짓고, 기술을 익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우리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하자센터다. 하자센터의 신조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로 청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자'는 의미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급하는 이들은 세 명의 이십 대 초반 청년(靑年)들. 하자센터에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20대 청춘을 보내고 있는 청년 3명을 만나보았다.

▲하자센터에서 도시농사를 짓는데 사용하는 씨앗들

세 사람, 하나의 생각

현재 하자센터의 청년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세 사람은 한주엽(21), 강화경(20), 김소라(21)씨. 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오다 같은 뜻을 품고 하자센터로 모였다. 청년과정의 유일한 남자인 한씨는 고등학교 역시 대안학교를 나왔다. 고교 시절, 대안 교육 현장에서 스스로의 삶에 대한 고민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축적했다는 한씨는 “고교 재학 당시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밀양의 송전탑 사건, 쌍용자동차 노동자 문제 등 너무나도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했었다”며 하자센터에 들어오게 된 이유에 대해 “뜻이 맞는 청년들끼리 힘을 합쳐 실천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법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 모두 대안학교를 나온 강씨는 고교 재학 중 연극 활동에 애정을 쏟았다. 청도에서 공연하던 강씨 역시 송전탑 문제로 투쟁하는 것을 목격했고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노인들을 보며 강씨는 사회 구조 및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강씨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나눌 사람이 부족했다”며 “특히 송전탑 문제는 핵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존의 교육에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고 느낀 강씨는 하자센터에서 “사회 참여 이전에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하자센터의 청년과정을 찾은 김씨는 하자센터를 찾게 된 이유에 대해 “대안 교육을 통해서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삶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서 일상에서 우리의 삶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대안적 삶을 위해

▲하자센터 학생들이 지은 '살림집'

세 사람이 하자센터에서 배우고 있는 것은 ‘적정기술’이다. 적정기술이란 하자센터에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적정한 수준의 기술을 이르는 말. 이들이 적정기술을 배우면서 궁극적으로 꿈꾸는 바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한씨는 “현대 사회는 소비 의존적”이라며 “우리는 쉼 없이 소비를 하는 사회 속에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장인과의 교류를 통해 직접 몸으로 기술을 배워 익히고 있다. 하자센터와 연계를 맺고 있는 농촌 지역에서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세미나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만든 것들로는 흙담, 커피로스터, LPG가스통을 절단하여 만든 난로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 완성된 살림집은 대형 컨테이너를 사용한 이들만의 공간이다. 한씨는 “적당한 선에서 직접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기술을 습득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 삶에 필요한 적당한 선이란 무엇이며 왜 적정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되겠다는 생각에 망설인 적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강씨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신이 다니던 대안학교에서 일반적인 공교육을 받기 위해 나간 학생을 예로 들었다. 강씨는 “그 학생은 자신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며 “사회에서 적용되는 룰과 신념의 중간지점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강씨가 하자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이유는 “가능하다면 우리가 지키고 싶은 생각과 신념을 이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하자센터의 이지현 홍보팀장은 “요즘 보통 젊은 세대는 진로에 대한 생각을 다양하게 갖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이 팀장은 청년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 대해 “이들은 남들보다 먼저 혹은 남들이 아직 못한 것을 민감하게 깨닫고, 자신들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으며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세 사람은 하자센터의 신조인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사람들 간의 소통의 장을 만드는 일이다. 한씨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관념을 가진 사람들과 열띤 토론을 해보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이들이 바라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강씨는 “개개인이 각자 도생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시대적 배경과 상황들을 분석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한 개인이 사회의 통념에 맞서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적정한 삶에 대해 질문하고 직접 실천하는 이 세 사람은 개인이 아닌 집단성을 띠고 있다. 하자센터에 청년과정이 신설된 지는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청년과정의 역사가 길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실행하는 모든 것이 청년과정의 역사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작은 도전들을 치열하게 이어나가길 바란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사진제공 하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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