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

언제 어디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진이 찍히고 영상 촬영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일명 ‘몰래카메라 포비아’에 우리 사회는 떨고 있다.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서는 몰래카메라 범죄(이하 몰카범죄)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이미 여러 기관에서는 몰래카메라 탐지 업체에 의뢰해 화장실 등을 수색한 바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

몰카범죄는 몰래 타인의 모습을 찍거나 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며, 얼굴보다는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찍는 경우가 많다. 몰카범죄는 크게 설치형과 휴대형으로 범죄로 구분된다. 먼저 설치형 카메라 범죄는 지하철역,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형태를 말한다. 지하철역의 쓰레기통, 공중화장실의 휴지통 등과 같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건에 구멍을 내서 설치하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천장 모서리에 부착하기때문에 카메라는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워 존재 자체를 인식하기 힘들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많은 공공기관과 대학에서는 몰래카메라 탐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 덕성여대, 동국대 등을 비롯한 대학교에서 몰래카메라 탐지 업체에 수색을 의뢰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화여대는 몰카범죄를 우려한 총학생회 측의 요청에 따라 수색을 했고, 덕성여대는 화장실을 비롯해 건물 전체를 조사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의 불안감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덕성여대 총무처 관계자는 “몰래카메라 수색을 한 뒤 학생들의 불안감이 줄어들긴 했지만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카메라에 대한 불안감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다른 유형의 휴대형 카메라 범죄는 휴대가 가능한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형태다.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하 어플), 촬영되는 동안 전원이 꺼진 것처럼 화면이 어두워지는 어플, 자동 숨김 폴더 저장 기능이 있는 어플 등을 이용해 공공장소에서 도촬하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근래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형 카메라나 안경, 시계, 자동차 열쇠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의 모양을 한 카메라가 범죄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 같은 유형은 경사진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 자주 발생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지하철이며 주로 당산, 신도림, 여의도역 등 사람이 많아 혼잡한 환승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1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인 신도림역 역무실 관계자는 “사람이 많은 환승역의 특성 때문에 이전에도 성추행 사고가 자주 일어났는데 요즘에는 몰카범죄 신고도 눈에 띄게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일반 성추행범죄와는 다르게 몰카범죄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해 여성이 눈치를 채야만 범죄 사실을 적발할 수 있어 단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몰래’인만큼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워 여성들은 그대로 몰카범죄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다정(간호·15)씨는 “무음 어플과 같이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을 사용해 몰래 촬영하면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쉬운 구매와 수익성이 성행 원인


경찰청은 지난 2010년 1천134건이었던 몰카범죄가 2014년에는 6천033건으로 약 6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몰래카메라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어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자가 몰래카메라 판매 업체를 통해 몰래카메라를 구매하려고 시도해본 결과, 전화 한 통이면 최고급 몰래카메라를 단돈 5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몰래카메라의 용도에 관한 질문조차 없이 입금만 하면 바로 배송해준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몰래카메라 판매업체 측은 보안의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업자 A씨는 “영화 『술래잡기』에서 나온 것처럼 집안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 가능성이 있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강의 녹화나 봅슬레이, 알파인 스키와 같은 스포츠 녹화, 매장 절도 예방 차원에서 활용되기도 한다”며 “주로 보안이나 안전을 위해 판매된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아직 몰래카메라 구매에 대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카메라 자체가 소비품이고 물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것이 구체적으로 범죄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스포츠의 일정한 부분을 촬영하기 위한 것인지 구매 전에는 미리 알 수 없기에 몰래카메라 판매 자체를 제재하는 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몰래카메라의 불법적 활용 측면에서 그 수법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몰카 영상은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목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아래 사진처럼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일 공유사이트를 접속해 ‘몰카’, ‘여자친구’, ‘워터파크’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수백 장의 몰래카메라 유포 영상 혹은 사진이 게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영상과 사진은 10원에서 2천 원까지의 가격으로 인터넷상에서 판매되고 있어 청소년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소라넷과 같은 불법 음란물 사이트 단속에 속수무책이다. 우선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 사이트에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도메인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들은 사이트 주소의 일부만을 바꿔가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주소가 ‘soranet.com’이라면 국내 접속 차단 시 ‘soranet1.com’이나 ‘soranets.com’ 등으로 사이트 주소만을 바꾼 채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다. 아울러 바뀐 주소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로 알려 기존 이용자들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발이 되더라도 뿌리를 뽑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사이트가 음란물을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인 호주, 캐나다 등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찰은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아동음란물’ 위주로 수사한 뒤 해당 국가에 협조 요청을 구하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엄연한 범죄행위, 그러나 어려운 적발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타인을 몰래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는 엄연한 범죄행위다. 또한, 몰카범죄의 경우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찍어 성적 모욕감을 주는 경우가 많아 성추행에도 해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몰카범죄를 통해 찍힌 사진과 영상은 종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거나 판매된다.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제2호 사이버음란부호 등 배포죄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다. 이 경우에는 불법 영상과 사진을 본 사람들도 함께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웅혁 교수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 상영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종 범죄행위에 해당됨에도 몰카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앞선 지하철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몰카범죄는 적발이 어려워 피해 여성이 범죄행위를 인지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몰래카메라 탐지를 하더라도 완벽히 수색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몰래카메라 탐지 업체에서 흔히 사용하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는 적외선 탐지기, 반도체 탐지기, 주파수 탐지기 세 가지가 주로 쓰인다. 그런데 각각의 탐지기는 어두운 곳에서만 효과를 발휘하고, 카메라 메모리가 내장된 경우에는 탐지가 불가능하며, 초소형 카메라는 주파수 탐지기에 감지되지 않는다. 이는 몰카범죄로부터 안전지대가 없음을 시사한다.
지난 2014년 9월, 광주의 한 대학교수가 시내버스에서 젊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구설에 올랐다. 이처럼 몰카범죄는 특정 계층에 국한돼 있지 않고 의사, 교수, 명문대 재학생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가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성범죄 자체가 교육적 수준이나 지능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몰카범죄가 여타 성범죄와 다른 특성이 있다면 투자비용”이라며 “몰카범죄의 특성상 필요한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고, 소형 카메라와 같은 발달된 기기를 사용할 경우 그러한 것들을 가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몰카범죄는 이와 더불어 중독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성범죄에 비해 몰카범죄의 재범률은 매우 높다. 이수정 교수는 “몰카범죄는 접촉형 범죄가 아니다 보니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도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더 빠져들기가 쉽다”고 전했다. 이어 이수정 교수는 “어느 정도 시점까지는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이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훔쳐보기를 할 때 느껴지는 극도의 자극과 긴장감에 빠져 음란물에 중독되는 것처럼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몰카범죄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단속 대책이 수립돼 있지 않고, 처벌 수위가 낮아 계속해서 성행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단속 대책 수립과 몰카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몰카범죄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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