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날을 맞아 축산농장을 찾아가다

마트나 정육점에 가면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가 진열돼 있다. 또한, 학식을 먹더라도 고기 반찬은 빠지지 않는 메뉴 중 하나다. 이 많은 고기들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식탁에 오르는 것일까. 현대 축산 방식의 폐해를 파헤친 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 따르면 우리 식탁 위에 고기는 99% 공장식 축산을 통해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최근 SNS나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학대 당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이에 우리신문은 동물의 날을 맞아 축산농장을 찾아가 그 실태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동물복지 축산’까지 살펴봤다.

식탁 위 고기의 진실, 알고 드십니까?

현대사회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동물성식품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사육하며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공장식 축산이 발달했다. 공장식 축산의 목표는 최단 시간 안에 최대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가축들의 본능적인 습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의식에 1876년 영국의 동물학대방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국가와 국제기구 차원에서 다양한 동물관련 법제가 만들어지면서 ‘동물복지’의 개념이 등장했다. 동물복지란 인간의 필요에 따른 동물 사육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왔으며, 동물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도록 환경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개념을 적용한 ‘동물복지 축산’은 가축들이 세계동물보건기구(World Organization for Animanl Health, OIE)에서 정의한 ‘동물의 5대 자유***’를 갖도록 사육해 가축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인도적인 사육 방법이다.

▲ 이빨이 뽑힌채로 우리 안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육류의 대부분은 공장식 축산, 보다 엄밀히 정의하면 실내 밀집 사육을 통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동물복지적이고 충격적인 사육실태는 언론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종종 알려져 왔다. 하지만 주로 외국 사례에 치중돼있어 우리나라의 상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경기도 포천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씨는 “A.I와 구제역 등의 전염병 발발을 예방하고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부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동물보호단체들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명목 하에 농가들이 반동물복지적인 사육 실태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는 이유는 현재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사육 틀과 비윤리적 사육 방식에 있다. 먼저, 닭의 사육 틀인 배터리 케이지가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케이지는 가로 세로 50cm의 철장으로 한 케이지 안에 약 6마리의 산란계*가 들어간다.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416㎠. 대략 A4 용지 1/2 크기의 공간이다. 닭은 이 안에서 평생을 갇혀 알만 낳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닭의 사육 방식도 비윤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닭의 부리는 다른 닭을 쪼지 못하도록 전기인두로 다듬어지거나 뽑히는데 이는 양계 교과서에도 나오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닭의 털갈이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 내부를 어둡게 한다. 이때 많은 닭들이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하면 이러한 형태의 사육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무차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실상은 은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기자가 경기도와 충청북도에 있는 목초란 공급 시설을 방문하고자 연락했으나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 배터리 케이지를 통한 사육 방식을 금지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사육 방식은 여전히 후진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
돼지의 경우도 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용돼지는 걷기, 뛰기, 땅파기 등의 본능적인 행동이 제한되는 폭 60cm, 길이 210cm의 스톨**에서 평생을 산다. 심지어 약해보이는 새끼를 어미가 보는 앞에서 때려죽이기도 한다. 그나마 살아남은 새끼들도 서로 꼬리를 물어뜯어 염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빨이 뽑히거나 꼬리가 잘린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포천의 돼지 축산 농가들에 있는 대부분의 돼지들은 꼬리가 짧고 이빨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돼지의 도축방식 역시 비윤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안락사 도축은 비용이 커 불가능하고, 최근 들어 전기 충격이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실신법을 이용해 도축하고 있지만 이 방식 역시 정착되지는 못했다”며 “아직도 많은 농가는 비윤리적으로 돼지를 도축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농장에서 돼지에게 주사하는 항생제의 양은 선진국의 10배가 넘으며, 이는 돼지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A씨는 “목에 항생제를 주사하기 때문에 목살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며 “심지어 우리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생겨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공장식 축산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육 방식이며, 윤리적 문제의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먹히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라 하더라도 생명의 무게마저도 가볍게 다룰 권리는 없다”며 “물건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차원에서 윤리적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송영한 교수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발전해 온 관리방식에서 가축을 최우선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물들의 권리를 생각하는 동물복지 축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 등의 축산선진국들은 ‘동물복지 축산농장(아래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OIE는 지난 2005년부터 동물복지인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시행하는 국가에게만 외국에 축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그리고 올해에는 한우와 육우의 인증기준을 설정했다. 현재 산란계 농장은 66곳, 돼지농장은 3곳, 육계농장은 1곳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으며, 이들 농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포장에는 인증 마크가 표시돼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공장식 축산농장과 동물복지 농장은 무엇이 다를까. 두 농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물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바라보는지의 여부다. 일례로, 공장식 축산농장에서는 산란계가 밀집된 공간에서 제대로 날개도 펴지 못한 상태에서 1년 반 동안 알만 낳다가 도축된다. 반면,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산란계들의 본능과 생리적 욕구를 최대한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감금사육을 금지하고, 부리다듬기와 강제 털갈이 금지 등의 인증 기준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모든 산란계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바닥에 깔린 깔짚을 통해 모래목욕을 즐길 수 있다.

▲ 산란계들이 축사를 벗어나 농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동물복지 농장에서의 돼지 사육은 스톨과 분만틀 사용, 이빨과 꼬리 자르기를 금지하는 인증 기준을 갖고 있다. 또한, 소비 촉진을 위해 시행되는 수컷돼지의 거세를 수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해 무분별한 거세를 막고 있다. 기본적으로 동물복지 축산은 가축의 신체 일부를 훼손함으로써 고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물들이 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뜨레난 농장’의 김로운 대표는 “인간과 동물들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가치며, 어느 한쪽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농장의 닭들이 좀 더 편안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수고스럽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물복지 농장은 다른 농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며, 더 많은 수고가 요구된다. 동물복지 농장의 경우 공장식 축산에 비해 생산력이 대략 절반 정도이며 가축사육비 부담이 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장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다른 농장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보니 계란이 비싼 편”이라며 “아직까지는 이러한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동물복지 인증이 된 육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동물복지 인증 육류의 구매가 늘어나면 결국 다시 가격은 내려가게 돼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의 형성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올바른 판단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증제도의 절충을 통해 한국형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해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거리를 즐기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국가의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는 지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말로,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들을 잘 보살피는 국가라면 그 나라의 가장 약한 사람들도 존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며, 여기에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육류를 섭취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이들의 불행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산란계 : 알을 낳는 닭
**스톨 : 돼지를 개별적으로 가둬 사육하는 틀
***동물의 5대자유 : 배고픔과 갈증·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글·사진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자료사진 뜨레난농장>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