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복제, 어디까지 괜찮은가?

문화콘텐츠 산업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주말에 뮤지컬을 보러 가거나,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주말에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이면에 가려진 파렴치한 행위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창작물을 향유하는 ‘창작물 복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뮤지컬과 도서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창작물 복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뮤지컬, 녹음이 야속해

요즘 가장 많이 성장하고 있는 문화 산업은 단연 ‘뮤지컬’이다. 지금까지 뮤지컬은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문화생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이후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이 개관하고, 중소형 뮤지컬이 안정적으로 관객층을 넓혀가는 등 뮤지컬 시장은 매년 50%를 넘는 성장을 기록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생활로 자리매김했다. 주로 배우들의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은 오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문화 콘텐츠다. 이에 뮤지컬에 사용되는 음악들은 대부분 음원으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즐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고등학생 A양은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학생입장에서 가격이 다소 비싸 친구가 뮤지컬 관람을 갈 때 녹음을 부탁한 적이 있다”며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각자 관람한 뮤지컬을 녹음해서 넘버를 공유해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연장에서는 핸드폰을 포함한 각종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전자기기의 사용은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고, 녹음이나 촬영 행위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없어 공연장과 극단 측에서는 곤란함을 표하고 있다. 1년째 하우스어셔*로 근무하고 있는 엄선영(21)씨는 “공연장에서 몰래 녹취하거나 녹화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전혀 없다”며 “문화예술 공연이 다양해지고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문화 콘텐츠를 보호하려는 의식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을 피사체 삼는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창작물 불법복제에 가장 골머리를 앓는 곳은 역시 ‘책’, 도서시장이다. 학기 초에 흔히 볼 수 있는 전공서적의 제본 역시 창작물 불법복제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위법행위로 적발되는 경우가 늘어 대부분의 인쇄소에서는 책 제본을 꺼리는 추세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제본 서적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돈을 아끼려고 전공서적을 복사해서 제본한 적이 있다는 B씨는 “5~6만원에 육박하는 전공서적을 사려니 너무 부담됐다”며 “친구 책을 빌려 제본하니 2만 원가량 돈을 아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위법행위로 저작권법 침해에 해당한다. 책을 대상으로 한 복제 문제는 단순히 제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형서점에서는 의자를 비치하고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을 어느 정도 읽고 구매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창작물 복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제본하는 것처럼 책 전체를 복제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찍어가는 얌체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1~2쪽으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쉬운 요리책이나 여행서적 등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원주 시내의 한 서점에서 3년간 일했던 현나영(25)씨는 “인기 있는 책은 비닐을 씌워서 보호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사진을 찍는 것을 발견해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데다 심하면 찢어가기도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창작물 복제, 괜찮은가요?

그렇다면 위와 같은 행위들이 법에 저촉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나종갑 교수(법학전문대학원·지적재산권)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저작권법」 제4조 저작물의 예시에 따르면 뮤지컬은 음악저작물과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 저작물이 혼재하는 복합 저작물이다. 도서의 경우는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에 해당한다. 더불어 제16조에 따르면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즉, 창작물을 복제할 권리는 전적으로 저작권자에게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복제권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그중 하나다.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나 교수는 “뮤지컬이나 공연을 친구들끼리 공유하려고 녹음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 경우는 제30조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정된 범위를 초과하거나 저작물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도서를 촬영하는 경우도 위와 마찬가지다.
도서 제본의 경우는 어떨까? 제30조에서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는 허용하고 있지만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즉, 다수가 사용하는 복사기를 이용하는 경우는 불법이며 특히 복사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된다. 나 교수는 “미국의 경우는 20페이지 이상 제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한계선이 없다”며 “다만 공중의 사용에 의해 설치된 복사기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법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복사실에서 제본한 책을 구매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달 이면에는 무분별한 창작물 복제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창작물 불법복제를 금지하고 있지만, 비영리적 목적의 사용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콘텐츠를 이용한다면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다. 더불어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바람직한 자세가 정립된다면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우스어셔 : 공연장에서 관객을 안내하고 질서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글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그림 이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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